산업 제 1146호 (2017년 11월 15일)

LCC도 비싼 당신, 정답은 '초저비용 항공사'

[스포트라이트]
 LCC보다 20% 저렴한 운임으로 눈길…부가 서비스로 수익 확보



(사진)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의 국내선 탑승장에 설치된 운항 정보 모니터의 저비용 항공사 여객기 정보.(/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직장인 A 씨는 올해 9월 중국 상하이로 출장을 가기 위해 ‘초저가 항공(ULCC : Ultra Low Cost Carrier)’에 몸을 실었다. 항공 운임은 왕복 노선이 9만8000원대로 기존 저가 항공(LCC)에 비해 약 30% 저렴했다.

물론 ‘초저가 항공’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서비스의 수준은 높지 않았다. 게이트가 바로 이어지지 않아 비행기가 착륙해 있는 활주로까지 직접 걸어가 탑승해야만 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부터 착륙할 때가지 승무원은 시종일관 면세품 판촉에 나섰다. 간단한 간식이나 음료는 돈을 지불해야만 먹을 수 있었고 수화물 추가 요금도 청구됐다.

하지만 A 씨는 저렴한 비용으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는 생각에 앞으로 비행시간이 짧을 때에는 ULCC를 이용할 것을 다짐했다.

ULCC 등장으로 선택 폭 다양해져

국내 항공 시장에서 LCC의 성장세는 무섭다. 국내선은 이미 LCC의 점유율이 50~60%까지 성장했고 국제선은 곧 25%를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는 제주항공·진에어·이스타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티웨이항공 등 6곳의 LCC가 있다. 여기에 청주공항을 기반으로 한 ‘에어로케이’와 양양공항을 근거지로 두고 있는 ‘플라이양양’이 국토교통부의 운항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만약 내년에 두 업체가 운항을 시작한다면 국적 LCC는 여덟 곳이 된다.

한국의 하늘길이 LCC로 빽빽하다면 외국에서는 LCC보다 한층 더 저렴한 ULCC가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2005년 설립된 미국의 스피릿항공은 스스로를 ‘ULCC’라고 부르며 마케팅에 나선다. 스피릿항공은 항공권 이외의 모든 기내 서비스에 옵션을 부과한다. 항공권 또한 승객이 직접 프린트해야 한다. 직접 발권에는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좌석 변경 서비스 및 기내에서 먹을 수 있는 음료와 스낵도 모두 비용이 든다. 이러한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승객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추가 요금을 지불할 수 있다. 스피릿항공은 또 다른 미국 항공사 얼리전트와 함께 대표적인 ULCC로 분류된다. 미국 기준으로 ULCC들은 LCC보다 약 20%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을 제공한다.

아일랜드를 기반으로 한 유럽 최대의 LCC ‘라이언에어’도 대표적 ULCC다. 라이언에어는 철저한 원가절감을 내세웠다. 승객들에게 제공되는 일체의 서비스를 최소화했다.

ULCC의 성장 속도도 빠르다. 미래에셋대우의 분석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4년 사이 스피릿항공과 얼리전트의 매출액은 각각 매년 16.1%, 14.5%씩 성장했다. 탑승률 또한 80% 후반~90% 초반으로 꾸준하다. 승객들의 선택지를 다양화했다는 점에서 항공 시장 전체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항공 시장은 기존의 FSC(Full Service Carrier) 중심에서 1990년대 후반 LCC의 등장으로 격변을 맞이했다. FSC가 LCC의 등장으로 긴장했다면 기존의 LCC들은 ULCC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초저비용 항공사를 의식해 새로운 상품을 내놓기도 한다.

미국의 항공사 아메리칸항공은 올해 2월부터 ‘베이직 이코노미 운임’을 판매 중이다. 베이직 이노코미는 고객의 수요가 많지 않은 서비스를 없앴다.

베이직 이코노미 운임은 무료 엔터테인먼트·청량음료·스낵 등은 동일하게 제공된다. 하지만 좌석 승급이 불가능하며 수하물은 좌석 하단에 보관할 수 있는 크기의 1개만 허용된다.

로버트 이솜 아메리칸항공 사장은 베이직 이코노미 운임 도입 취지에 대해 “아메리칸항공이 신규 운임 상품을 통해 늘어나고 있는 ULCC와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미국의 저비용항공사 스피릿항공의 여객기. (/한국경제신문)

국내 LCC, 부가 서비스 매출 늘려야

항공사들은 ULCC를 ‘블루오션’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의 LCC 웨스트제트는 내년 4월부터 자회사를 설립해 ‘초저가 라인’을 운항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의 최대 항공사인 에어캐나다도 ULCC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에어캐나다가 이미 LCC 브랜드 ‘루즈’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의 상황은 어떨까.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고객들은 LCC를 타더라도 기존 FSC의 서비스를 기대하고 탑승하는 이가 있다. 항공권을 제외한 모든 부가 서비스에 추가 요금이 붙는 ULCC에 국내 고객들이 적응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LCC는 외국의 LCC에 비해 서비스 수준이 높다는 평을 듣는다. 이는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는 LCC 에어부산은 운임에 기내식 관련 비용이 포함되는 LCC들과 달리 기내식을 무료로 제공한다. 치열한 LCC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차별 포인트인 동시에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췄다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국내 LCC들 또한 기내식, 면세품 판매, 수화물 운임 등 부가 서비스를 통한 매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는 수익성을 위해서다. 부가 서비스는 ULCC의 가장 큰 버팀목이기도 하다. 스피릿항공은 항공사 중 전체 매출액에서 부가 서비스 비율이 가장 높은 항공사로 무려 38.7%를 차지한다.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의 지난해 부가 서비스 비율은 약 7.7% 수준으로 추산된다. 해외 LCC들의 부가 서비스 매출액 점유율이 두 자릿수인 것에 비하면 그리 높지는 않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LCC들도 ULCC처럼 부가 서비스 매출액을 늘려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머지않아 ULCC가 성행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2018년 내국인 예상 출국자는 2967만 명으로 전년 대비 13.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항공 여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비행기를 타는 게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는 뜻이다. 비행기가 버스나 지하철처럼 교통수단의 하나로 인식된다면 ULCC를 찾는 승객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ULCC는 미운 오리새끼?

저렴하지만 ‘가장 미움 받는 항공사’라는 오명도

미국의 ULCC 스피릿항공은 ‘최악의 항공사’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2월 미국 마케팅 회사 프렉틀은 승객들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린 글 130만 개를 분석해 항공사에 대한 평가를 점수로 환산했다. 그 결과 스피릿항공은 마이너스 0.15점으로 최악의 항공사 1위에 올랐다.  

ULCC는 서비스를 최소화해 원가절감을 추구한다. 그래서 서비스 면에서는 미흡할 수밖에 없다. 유럽 ULCC 라이언에어는 최근 승객들에게 큰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올해 9월 라이언에어가 새로운 항공 운항 규정에 따른 조종사 당번 근무표 재작성을 이유로 2100건의 항공편 예약을 취소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사태의 후폭풍은 컸다. 라이언에어는 이탈리아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직면했다. 또 최고위급 임원은 이 사태를 책임지고 사임했다. 라이언에어는 ‘유럽에서 가장 미움 받는 항공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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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11-1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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