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대박 기업의 비밀-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 2018년 기업 가치 ‘30조원’ 목표 위해 끝없는 혁신 주문
SK ‘딥 체인지’ , 선두에 선  ‘이노베이션’
(사진)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한국경제신문)

(편집자 주/)‘제2의 삼성전자.’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을 이렇게 바라본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에서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까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것처럼 SK이노베이션 또한 사업 영역을 꾸준히 늘려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체질 개선’으로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은 연일 상승 중이다. 정유 기업이지만 비정유 부문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는 화려한 결실을 보고 있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경제가 저성장에 신음하고 있는 와중에도 ‘실적 대박’을 올리는 기업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 기업들은 타사보다 한 걸음 빠르게 위험 요소를 대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SK그룹은 각 계열사에 이른바 ‘딥 체인지(deep change)’라고 불리는 혁신을 주문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의 딥 체인지를 가장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계열사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수장 자리에 오른 김준 사장은 이노베이션발 ‘변화’를 잘 이끌고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알래스카를 넘어 아프리카로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2016년 12월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직에 올랐다. 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SK네트웍스·SK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 등에서 물류와 수입차 부문 등 다양한 사업군을 이끈 바 있다. 현재 SK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에너지·화학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올 초 김 사장은 신년사에서 “과감한 구조적 혁신과 강한 실행력으로 2018년 기업 가치 30조원 달성 목표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SK이노베이션의 사업 구조와 수익 구조 혁신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김 사장의 포부는 현실이 돼 가는 중이다. 올해 상반기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은 비정유 부문이 차지했다. 이는 비정유 부문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김 사장 취임 후 SK이노베이션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문한 ‘딥 체인지’를 무서운 속도로 이루고 있다. 그룹에 전반적인 혁신을 요구하는 ‘딥 체인지’는 올해 6월 ‘2017 확대 경영 회의’에서 최태원 회장이 내놓은 개념으로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계열사 중에서도 한 단계 빠른 ‘딥 체인지 2.0’을 추구하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를 ‘아프리카 초원으로 나아가기 위한 딥 체인지 2.0의 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아프리카 초원’은 약육강식의 게임 룰이 지배하지만 경쟁력만 있다면 생존과 성장에 제약이 없는 곳을 말한다. 즉 기업이 능동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시장이란 뜻이다. 기존 정유업계가 시장의 호황으로 ‘알래스카의 여름’을 맞이했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는 포부다.

김 사장은 2017년 최고경영자(CEO) 기자 간담회에서 “2020년까지 10조원 이상 투자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김 사장은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는 2025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 30%를 달성하고 화학 부문에서는 글로벌 10위권에 진입하겠다”고 방향성을 설명했다.

◆적극적 M&A로 한 발 앞서 간다

SK이노베이션은 비정유 부문의 비율을 높이고 있지만 정유 사업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이를 위해선 탄탄한 기본기를 갖춰야 한다.

이에 대한 예로 SK이노베이션이 자체 개발한 ‘유가 예측 시스템’을 들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유가 예측 시스템은 기존 시스템보다 더 높은 정확성으로 명성이 높다. 예측률 80%로 여타 전문 기관들보다 더 높다.

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유가 예측 시스템에 대해 “2014년 유가가 급락하며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졌고 관리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2015년 초 유가팀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또 “유가 변동의 방향성이 우리 사업에 예상보다 훨씬 더 영향이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꽤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화학 사업에서만 두 번의 M&A를 성공시켰다. SK이노베이션은 10월 11일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을 통해 미국 최대 석유화학 기업인 다우의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사업 인수 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SK종합화학은 다우가 보유한 PVDC 사업 일체를 인수한다. SK종합화학은 에틸렌 아크릴산 사업(EAA) 확보에 이어 PVDC 사업까지 인수하며 패키징 화학 소재 영역의 주요 제품군을 갖춘 종합 포장 소재 전문 화학 기업으로 한 단계 발전하게 됐다.

정보 전자 소재 부문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LiBS) 개발 성공 신화를 이어 가고 있다. 2003년 정보 전자 소재 산업에 진출해 국내 업계 최초로 LiBS를 개발한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세계시장 2위 사업자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LiBS 10, 11호기 생산 라인을 증설 중이며 2020년까지 세계시장 1위의 입지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적극적인 ‘주주 친화’ 나서는 SK이노베이션

‘전자투표제’ 통해 주주 목소리 반영한다

국내 재계에도 ‘전자투표제’ 시대가 본격적으로 오는 것일까. SK이노베이션은 11월 1일 이사회를 열고 전자투표제 도입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8년에 개최하는 제11차 정기 주주총회부터 전자투표제를 시행한다.

이는 주주들이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주주 친화 경영’을 위한 것이다.

전자투표제는 회사가 전자투표 시스템에 주주 명부, 주주총회 의안 등을 등록하면 주주가 주주총회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도 전자적인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현재 국내 시가총액 30위권 기업 중에서는 한국전력만이 유일하게 시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면 4대 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최초다.

SK이노베이션의 주주 친화 정책은 전자투표제 도입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에는 창사 최초로 중간 배당을 시행하며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에 나선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향후 정유업계의 호황과 함께 시가총액이 나날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의 적극적인 주주 친화 정책이 재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1980년 경동고 졸업. 1984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86년 서울대 경영학 석사. 2015년 SK에너지 에너지전략본부장. 2015년 7월 SK에너지 대표이사 사장(현). 2016년 12월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현).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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