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수수료 인하 내세운 O2O 업체 성황…‘제 살 깎아 먹기’ 부작용도 우려
부동산 '반값 중개 수수료', 득 될까 독 될까
(사진)서울 잠실의 부동산 중개 업소.(/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부동산 시장이 때아닌 ‘중개 수수료’ 분쟁으로 뜨겁다. 상한선은 있지만 하한선이 없는 중개 수수료 제도를 이용해 ‘반값 수수료’를 내세운 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반값 수수료, 더 나아가 수수료 0원을 앞세운 업체들은 부동산 시장의 변혁을 이끌 메기가 될 수 있을까. 혹은 문제를 일으킬 미꾸라지로 전락하게 될까.

중개업자들에게 돌아가는 ‘중개 수수료’는 지역 및 매물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통상적으로 거래 금액에 요율을 적용해 계산하는데, 서울의 주택은 거래 금액의 최소 0.4%에서 최대 0.9%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다.

이러한 요율에는 상한선은 있지만 하한선이 없다. 따라서 공인중개사들은 본인이 원하는 선에서 얼마든지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

◆변호사부터 스타트업까지 뛰어들다

최근 중개 수수료가 부동산 시장의 핫이슈로 떠오른 이유는 반값 수수료, 더 나아가 아예 수수료를 받지 않고 중개 서비스를 실시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업체는 2016년 서울대 학생 3명이 의기투합해 창업한 스타트업 ‘집토스’다. 집토스는 집주인과 세입자 중 집주인에게만 중개 수수료를 받는 ‘반값 수수료’ 정책을 시행 중이다. 온라인으로만 매물을 공개하던 집토스는 최근 관악·강남·왕십리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고객들을 만나는 중이다.

‘부동산 변호사’로 알려진 ‘트러스트 부동산’은 매물과 상관없이 획일화된 수수료를 받는다. 이 업체는 부동산 법률 지식을 갖춘 변호사들이 매물 안전성 확인부터 부동산 매매·임대 거래까지 직접 진행한다.

수수료는 부동산 거래 가격과 상관없이 45만원(매매 및 전월세 3억원 미만), 99만원(매매 및 전월세 3억원 이상)으로 일정하다. 획기적인 수수료 정책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 밖에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 ‘바니조아’가 매매를 포함해 전월세 거래에서 ‘반값 수수료’를 앞세우고 있다. 또 다른 O2O 플랫폼 ‘부동산다이어트’ 역시 시중가보다 최대 70% 저렴한 중개 수수료를 제시한다.

9억원의 아파트를 매매할 때 법정 수수료가 최대 891만원까지 측정되는 반면 부동산다이어트를 통해선 270만원 선에 거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값 수수료’에 대해 부동산업계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과거에도 값싼 수수료를 앞세우며 야심차게 시장에 진출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수익이 줄면 영업을 두 배로 해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업체들은 자연스레 시장에서 도태됐다.

◆반값 수수료는 결국 ‘제로섬 게임?’

하지만 상황이 예전과 다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공인중개사들이 시행하는 서비스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수수료를 받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또 부동산 거래를 주선하는 O2O 서비스의 등장으로 직거래 등 다양한 방법이 늘어났다. 부동산 거래에서 공인중개사의 입지는 과거보다 점점 좁아지고 있다.

여기에 수수료 할인을 내세운 부동산 O2O들이 인기를 끌자 공인중개사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자리한 집토스의 오프라인 센터에는 일부 공인중개사들이 항의 방문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공인중개사들의 수익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2014년 전국 공인중개사 11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연간 매출액이 2000만원 이하라고 답한 응답자가 무려 40.9%였다. 4000만원 이하는 전체의 70%였다.

공인중개사들의 수익도 높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한 수수료 인하가 자칫 업계 전체에 독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중개 수수료는 인하 기준이 없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수수료를 낮추면 결국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의 수수료도 고율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는 시장의 목소리를 고려해 낮아지는 추세다. 2015년에는 주거용 오피스텔(전용면적 85㎡ 이하)의 중개 보수 상한이 매매는 0.5%, 임대차는 0.4%로 낮춰졌다.

이는 주거용 오피스텔의 주요 수요층인 직장 초년생,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였다.

정지욱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동산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중개 수수료를 책정할 때 주거용은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으므로 현행처럼 가는 것이 옳지만 수익성 부동산의 중개 수수료는 시장 논리에 맡기는 것도 검토해볼 만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미니 인터뷰 - 이재윤 집토스 대표
세입자에게 혜택 주기 위해 택한 ‘반값 수수료’
부동산 '반값 중개 수수료', 득 될까 독 될까
(사진) 이재윤 집토스 대표.(/집토스)

대학생이 만든 O2O 플랫폼이 부동산 시장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세입자에게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집토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집토스는 직접 매물을 관리함으로써 허위 매물 ‘0%’를 추구함과 동시에 매물의 실제 주소 및 준공 연도, 직접 살아본 사람들의 리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음은 집토스 창업자 이재윤 대표와의 일문일답.

수수료를 반값만 받는 집토스의 플랫폼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시장을 파악할 때 원룸 전월세는 고객층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룸의 공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얼마만큼의 세입자를 끌어오느냐가 중요하죠. 이 과정에서 세입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수수료를 받지 않는 플랫폼을 생각했습니다.

집토스의 서비스는 맨 처음 주변 친구들의 집을 구해 주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원룸의 주요 수요층인 대학생들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죠. 세입자들이 방을 구할 때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점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혜택을 주고 싶었습니다.”

집토스의 중개 서비스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저를 비롯한 집토스 직원들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갖고 부동산 중개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최근 왕십리·강남·관악구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면대면으로 고객들을 만나며 서비스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문을 연 이유는 무엇인가요.

“온라인 정보를 통해 이뤄지는 직거래로 고객들이 만족할 수 없는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서입니다. 집토스 직원들이 직접 중개 서비스에 나서면서 더 완벽한 집토스만의 부동산 서비스를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