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포커스] 국제로타리
-이순동 국제로타리 3650지구 총재, 사회에 기여하며 ‘제3의 인생’ 살고 싶어
이순동 국제로타리 3650지구 총재, "가족과 함께하는 '뉴 로타리' 만들겠다"
1947년생. 1972년 중앙일보 편집국 기자. 1987년 삼성전자 홍보실 부장. 2001년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홍보협의회 회장. 2003년 한국PR협회 회장. 2007년 삼성 전략기획실 사장. 2009년 삼성사회봉사단 단장. 2014년 한국광고총연합회 회장(현). 2017년 국제로타리 3650지구 총재(현). / 사진=이승재 기자

[한경비즈니스= 김영은 기자]‘홍보맨 출신 첫 삼성 사장’, ‘홍보 역사의 산증인’….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순동 한국광고총연합회 회장이 봉사단체 총재로서 행보를 시작했다.

이 회장은 7월 3일 국내 첫 로타리클럽이 속한 국제로타리 3650지구 총재로 취임했다. 신문기자(중앙일보)를 거쳐 1980년 삼성에 입사한 이 총재는 기업 홍보를 개척하고 정착시켜 온 홍보 전문가로 통한다. 성공적인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통해 ‘삼성’이란 이름을 세계적 기업 대열에 합류시키는 데 기여했다.

37년간 홍보 전문가로 살아온 그가 봉사단체 총재를 맡은 이유는 무엇일까. 11월 10일 열린 국내 첫 로타리클럽(서울로타리클럽) 90주년 행사에서 그를 만나 삶의 이야기와 로타리 총재로서의 계획을 들어봤다.

이 총재는 “45년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다”며 “국제로타리 총재 활동을 통해 사회와 국가에 봉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취임과 동시에 로타리클럽의 ‘가족화’를 계획하셨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 예정입니까.

-“창립 90년을 맞아 새로운 형태의 ‘뉴 로타리’ 모델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대표적인 게 로타리 회원 가족들이 함께하는 가족 연합으로의 변화입니다. 나 홀로 하는 로타리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패밀리 연합’이 돼야 합니다.

가족에게 로타리의 삶을 승계하는 것이 회원 수를 유지하는 데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90년 동안 3세대에 걸쳐 로타리가 이어져 온 만큼 2·3세들에게 재산만 상속할 게 아니라 패밀리 네트워킹을 통해 자랑스러운 로타리인으로서의 삶을 상속하는 거죠. 그래서 캐치프레이즈도 ‘패밀리 투게더’로 걸었습니다.”

◆ 로타리가 다른 봉사 단체와 다른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국제로타리는 1900년대 산업혁명으로 자본주의가 썩어 문드러졌을 때부터 사회적 기업의 의미를 부르짖은 단체입니다. 직업윤리와 기업 윤리 경영의 가장 초기 모델이 바로 로타리라고 할 수 있죠. 사회인들이 지역과 세계에 공헌하고 서로 교류하면서 직업윤리를 고취할 수 있는 단체입니다.

로타리의 특징은 봉사에 드는 비용 전부를 우리 회원이 낸다는 것이에요. 또 다른 특징은 세계 120만 명의 회원들과 국제적인 연합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모든 회원들의 기부금으로 국제적인 연합을 통해 거대한 프로젝트를 펼칠 수 있죠. 대표적인 게 소아마비 박멸 운동입니다.

전 세계 로타리인들이 30년 넘게 소아마비 박멸을 추진해 현재 소아마비 감소율이 99.9%입니다. 세계 각국의 로타리가 연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처럼 국제적인 교류와 연합을 통해 국제분쟁이나 질병을 해결하고 세계 평화를 누리는 것이 로타리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이순동 국제로타리 3650지구 총재, "가족과 함께하는 '뉴 로타리' 만들겠다"
(사진) '서울 로타리클럽 90주년 행사'에서 만난 이순동 국제로타리 3650지구 총재가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승재 기자

◆1980년부터 30여 년간 홍보 전문가로 살아왔습니다. 봉사 단체 총재를 맡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회사를 은퇴하면서 로타리에 입회했습니다. 홍보팀에서 해오던 사회공헌 활동을 은퇴 후에도 스스로 이어 갈 수 있기 때문이죠. 삶이 계속되는 한 은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일을 그만두거나 회사에서 능력을 다했다는 것이지 어떤 일이라도 하고 있다면 인생에서의 은퇴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스스로 제3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인생은 언론인으로서의 삶이었고 둘째는 삼성이라는 기업에서의 삶이었습니다. 그리고 만 65세부터 사회단체를 통해 기여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셋째 삶이 가능했던 이유는 첫째와 둘째 삶에서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에 얻은 자연스러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삶까지 배워 왔다면 셋째 삶부터는 사회에 환원해야 하지 않겠어요.

지금 맡고 있는 한국광고총연합회 회장도 돈을 받는 자리가 아닙니다. 현업에 오래 종사한 홍보업계 선배로서 경험을 전하고 도움이 되고 싶어 봉사하는 자리입니다. 사회로부터 입은 은혜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나이가 되면 욕심을 부리기보다 되갚아야 할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총재님의 다양한 경험을 로타리 운영에 어떻게 반영할 계획입니까.

-“기업 홍보는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이었습니다. 대중·사회·정부를 설득하고 소통하는 홍보에는 공익적 기능이 담겨 있습니다. 1980년대 기업 홍보가 판촉, 1990년대 홍보가 소위 기업 이미지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기업이 진실 되게 사회적 공헌을 하지 않으면 존립하기가 어렵습니다. 소위 홍보의 진화라고 볼 수 있죠.

순수한 사회적 공헌이 기업 이미지를 바꾸는 홍보의 연장선이었고 자연스럽게 많은 사회공헌 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삼성사회봉사단 단장까지 맡게 됐습니다. 홍보의 방법은 진화하지만 홍보의 본질은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긍지를 높이고 사회에 테마를 부여해 주는 것입니다. 사회를 향한 봉사로 끊임없이 메시지를 던지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총재님 삶의 철학은 무엇입니까.

“최선을 다하고 살면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는 길이 열린다고 생각합니다. 그 의미는 복권에 당첨되거나 일확천금을 누릴 수 있다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가는 길을 꾸준히 가다 보면 다음 길이 열린다는 거예요. 살다 보니 내가 있는 곳이 정착지인 줄 알면 또 다른 방향의 길이 열리더군요. 누구든지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정진했으면 좋겠습니다.”

◆[돋보기] 세계 최초·최대의 민간 봉사단체 ‘국제로타리’
-평화·교육 등 5개 초점 분야에 봉사…올해로 90주년 맞은 서울로타리클럽

국제로타리는 1905년 미국 시카고에서 시작했다. 세계 200여 국가에 120만 명의 회원이 등록된 세계 최초·최대의 국제 민간 봉사 단체다. 1905년 시카고에서 변호사인 폴 해리스가 세 친구와 함께 산업화로 황폐해진 미국 상황을 염려해 모임을 가진 것이 로타리의 시초다.

현재 △세계 평화 및 분쟁 예방과 해결 △모자 보건 △질병 예방 및 치료 △기본 교육과 문해 교육 △수자원 및 위생 △경제 및 지역사회 개발 등 6대 초점 분야의 봉사에 나서고 있다. 1985년부터 세계 곳곳에서 회원들이 기부한 8억 달러와 많은 시간을 들여 소아마비 박멸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봉사 모델이다.

한국에는 1927년 처음 들어온 경성클럽이 국내 로타리클럽의 시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강제로 흩어져야 했던 경성클럽은 1949년 서울클럽으로 이름을 바꿔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로 90주년을 맞은 서울클럽은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11월 10일 기념식을 가졌다. 한태숙 서울로타리클럽 회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서울로타리클럽은 20세기 근대 한국의 역사를 담고 있다”며 “한국 최초의 로타리클럽으로 젊은 직장인들의 꾸준한 가입을 통해 네트워크를 넓혀 봉사 단체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로타리에는 현재 19개 지구에 1600여 개 클럽이 있고 회원 수는 약 6만 명이다. 서울클럽이 속한 3650지구는 강북 지역을 관할 지역으로 하며 96개 클럽에 회원은 2500여 명이 있다. 한국은 국제로타리 재단 기여도 면에서는 미국·일본·인도에 이어 세계 4위에 오르는 등 로타리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