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 인터뷰 - 한병구 DHL코리아 대표]
-“한국 기업과 함께 성장해 온 DHL코리아의 40년”
한국인 최초로 2010년 대표자리 올라… 8년째 매출 증가
(사진 = 김기남 기자)

[한경비즈니스= 차완용 기자] ‘노란 소포함’을 전달해 주는 곳이 있다. 전용 항공기를 통해 운반된 물품을 정해진 시간에 맞춰 배송해 준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과 물품을 받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정에 맞춰진 특별한 프리미엄 서비스에 감동한다. 글로벌 국제 특송 1위 기업인 DHL이 주는 감동 서비스다.

어느덧 이 서비스가 국내에 들어온 지도 40년이 됐다. 1977년 일양해운과 대리점 계약,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제는 독립해 DHL코리아로 거듭났다.

DHL코리아는 외국계 기업이지만 그동안 한국 수출입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한국 경제 발전 과정도 그대로 품고 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한 국가적 경제 위기 속에 어려움도 겪었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과감한 선제적 투자와 고객 맞춤형 서비스 개발 등을 추진하며 한국의 국제 특송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 위기는 DHL코리아의 전환기가 됐다. 당시 DHL코리아는 글로벌 경제 불황으로 국내 수출입 경기가 꺾이자 역성장을 시작했고 연매출 2000억원을 간신히 넘길 정도로 경영이 악화됐다. 1200여 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고용까지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0년 한국인 최초로 선임된 한병구 대표의 등장으로 DHL코리아는 인력 구조조정 대신 인력 재분배와 서비스 혁신을 추진했고 그 결과 2010년 이후 계속된 성장세를 이어오며 올해 사상 최대인 4400억원 매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DHL코리아의 매출 실적 향상은 DHL그룹 내 위상도 올려놓았다. 2010년 당시 DHL이 서비스하는 전 세계 220개 국가 및 지역 서비스 네트워크 중 17위에 해당하는 매출액을 올렸지만 올해는 12위까지 올라섰다.

눈에 띄는 실적 향상은 한 대표 체제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통상 3년 계약인 대표직을 벌써 3회째 수행 중이다. 한 번 연임도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그만큼 DHL그룹이 한 대표에게 보내는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경비즈니스는 한국 진출 40주년을 맞은 DHL코리아의 한 대표를 만나 성장의 원동력과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DHL코리아가 40주년을 맞았습니다.

“DHL코리아는 1977년 한국 최초로 국가 간 상업 서류 송달 시스템을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이런 시스템이 한국에는 없었습니다. 수출입 비즈니스가 태동하는 시기였고 통신이 발달하기 전이어서 기업들이 해외 사업을 진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DHL코리아의 상업 서류 송달 서비스는 한국 수출입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업무 편의를 개선하는 데 일조했다고 자부합니다. 물론 한국 기업들이 성장했기 때문에 DHL코리아 역시 성장할 수 있었고요.”

▶DHL코리아와 한국 산업의 관계는 밀접한가요.

“물론입니다. 물류 산업은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특히 DHL은 해외 물류만 담당하기 때문에 수출입 경기에 민감하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2008년 덮친 세계 금융 위기를 비롯해 대한민국 경제와 희비를 함께 나눴습니다.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과도 관련이 깊습니다. 보통 물류를 출발지에서 목적지로 나르는 단순한 산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물류는 신속·정확이 생명입니다. 가령 기업이 비즈니스를 할 때 도착해야 할 서류가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한다면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없습니다.”

▶한국의 특송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전 세계 주요 도시로 다음날 오전 9시, 10시 30분, 12시 등 시간까지 지정해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당일 항공 발송 마감을 위한 픽업 마감 시간을 1시간 연장하는 것 등입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한국 수출입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업무 편의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이를 위해 올해 본사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설 및 항공편 정비에 총 9억 유로(약 1조1700억원)의 투자를 집행했습니다.”

▶직원들에게 어떤 경영 철학을 강조하나요.

“취임 당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싱싱한 생선과 상한 생선이 있으면 상한 생선을 먼저 테이블에 올려라.’ 좋은 일은 나중에 보고하더라도 나쁜 일은 즉시 보고하고 해결하자는 것이죠. 사소한 문제가 시간이 지나면 더 큰 문제로 될 수 있고 문제가 즉각 해결되지 않아 계속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자는 의미입니다. 신속과 정확이 생명인 국제 특송 기업에 무엇보다 필요한 경영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최고의 직장 대상’과 ‘여성이 선택한 최고의 직장’으로 선정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서비스 기업의 핵심은 직원입니다. 동기가 부여된 직원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만들고 이것이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언제나 동기부여될 수 있도록 일하기 좋은 기업 문화,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업계 글로벌 1위 기업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있습니까.

“DHL코리아는 동종 경쟁 회사에 비해 훨씬 광범위한 국내 서비스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 1개 게이트웨이, 22개 서비스센터, 7개 직영 접수처를 운영 중입니다. 또한 해외 직접 구매 또는 판매로 늘어나는 B2C 수요를 원활히 지원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수취인이 직접 배송 옵션을 변경할 수 있는 온 디맨드 딜리버리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물류 산업의 미래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4차 산업과 미래 기술은 DHL 내에서도 뜨거운 화두입니다. DHL은 2007년 DHL 이노베이션센터를 설립해 미래 물류 산업과 기술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시작해 왔습니다. 로봇·무인자동차·드론·증강현실 등의 기술에 대한 연구도 모두 이노베이션센터에서 진행하고 있고 드론 및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 안경은 몇몇 국가에서 파일럿 단계를 거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한국에서도 파일럿 프로그램에 참여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연신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한병구 DHL코리아 대표
요즘 한병구 DHL코리아 대표의 입꼬리는 항상 올라가 있다. 회사의 실적이 좋고 직원 간의 분위기가 좋은 이유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가 두 가지 더 있다.

첫째는 일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사회생활 시작 후 회계사로 또는 제조업 관련 직종에서만 근무한 그에게 숫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였다. 회계장부 정리와 재고 수량 맞추기 등 항상 숫자 때문에 머리를 싸매야만 했다. 하지만 DHL 입사 후 고객과 소통하고 즉각 일을 수행해 재고 숫자를 맞출 필요가 없는 물류 서비스업은 한 대표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둘째는 한국 생활이다. 1982년 미국 애틀랜타 조지아주립대로 회계학 석사 과정을 밟기 위해 떠난 후 7년간 그리고 다른 외국계 기업에서 활동한 2000~2006년까지 6년간의 해외 생활로 한국이 그리웠던 그에게 지금 DHL코리아의 생활은 행복하기만 하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입버릇처럼 ‘역시 한국이 제일(좋다)’이라는 말을 읊조리곤 한다.

cw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