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157호 (2018년 01월 31일)

‘재건축 연한 연장’ 카드의 허와 실

강남·서초·송파 등 대부분 재건축 완료…불똥은 오히려 강북과 목동으로 튄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정부가 재건축 가능 연한을 30년에서 40년으로 10년 더 늘리는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의 집값 상승 원인을 투기로 보고 그 진원지를 강남 재건축 대상 단지로 삼았기 때문이다.

재건축을 쉽게 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전방위 규제에도 강남 집값이 급등하는 데다 그 중심에 재건축 아파트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진) 지어진 지 39년 된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한국경제신문


◆ 강남 3구 재건축은 마무리 단계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재건축 아파트에 사는 사람 모두가 ‘투기 때문에 그 집에서 살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억지스러운 측면이 강하다.

사람들이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사려는 이유는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누구나 좋은 집에서 살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다. 그런데 좋은 집은 언제나 수요가 공급 또는 재고보다 많다. 이 때문에 집값이 비싸진다.

2016년에 입주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짜리 아파트의 매매가는 25억원이 넘는다. 전셋값도 16억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전세를 사는 사람도 투기꾼일까. 아니다.

그냥 돈이 많은 실수요자다. 그 사람들 기준에는 비싼 전세금을 주고서라도 그 단지에 살 만한 이유가 있어 사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입지가 좋은 새 아파트에는 꾸준히 수요가 몰리지만 공급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곳에는 집을 지을 땅이 부족하기 때문에 재건축을 통하지 않고서는 추가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므로 새 아파트에 대한 갈망은 새 아파트를 조금 더 싼값에 얻을 수 있는 재건축 투자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실상을 무시한 채 재건축 연한을 늘려 강남 집값을 잡는다는 것은 단편적인 생각에 불과하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는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쳐 개발됐다. 강남 3구의 재건축은 현재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송파 잠실의 주공 1~4단지, 시영 아파트는 이미 2008년까지 재건축이 마무리돼 새 아파트로 바뀌었다. 서초 반포의 주요 단지들 역시 이미 재건축을 통해 래미안 퍼스티지, 반포 자이, 아크로파크리버와 같은 랜드마크 아파트로 자리매김했다.

가장 늦은 강남구도 개포 주공 1~4단지, 시영 아파트도 이미 공사 중이거나 이주를 앞두고 있다. 아직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잠실 주공5단지(1978년),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1979년),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1976~1979년)와 같은 중층 재건축 아파트들도 이미 40년을 채웠거나 거의 채워 가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이나 잠원동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늘려도 이들 단지로 몰리는 수요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물론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곳도 있다. 양천구 목동은 준공된 지 30년이 막 넘었다. 이 때문에 재건축 연한이 40년으로 늘어나면 앞으로 7~10년간 더 기다려야 한다.

이는 1988년 지어진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 훼밀리 아파트나 방이동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1986년에 입주한 잠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재건축 연한이 40년으로 늘어나면 이들 지역의 집값을 잡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 노원·상계 등 ‘서민 동네’만 타격

문제는 이런 재건축 연한 연장이 부자 동네뿐만 아니라 대표적 서민 동네인 노원구 같은 곳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상계동 아파트들은 대부분이 1987년과 1988년에 입주한 단지들이다. 올해부터 재건축이 가능한데 1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중계동이나 하계동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40년으로 늘어난다는 것이 일괄적으로 늘어나는 것인지, 아니면 2014년 9·1 조치 이전처럼 준공 연도별로 연한을 달리 적용할 것인지에 따라 연장 효과가 달라진다. 그런데 정부의 움직임은 40년 일괄 적용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1985~1989년 사이에 지어진 아파트가 가장 많은 곳은 노원구로 5만7178채가 몰려 있다. 둘째가 목동이 있는 양천구로 3만573채이고 송파구(2만719채)·도봉구(1만7929채)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1985~1989년 사이에 지어진, 다시 말해 연한이 29~33년 되는 아파트가 전체 아파트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양천구가 무려 43%나 된다. 이어 노원구가 38%, 도봉구가 30%, 송파구가 27%다. 이에 비해 강남구(9%)나 서초구(11%)는 영향을 받는 단지가 미미하다. 서울시 평균 16%보다 낮다.

한 단지는 이미 재건축이 끝났거나 아직 재건축을 기다리는 단지들도 이미 40년이 다 돼가기 때문이다. 결국 재건축 연한을 늘리는 조치는 양천구·노원구·도봉구·송파구로 갈 재건축 수요를 강남구와 서초구로 몰아주는 결과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재건축 연한을 강남 3구에만 적용한다고 해서 강남의 집값이 잡힐 것이라는 기대를 품기도 어렵다. 물론 노원구·도봉구·인천(18%)과 같은 서민 지역은 이번 규제에서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강남의 집값 상승세를 잡기는 힘들다. 1980년대 중·후반 아파트로 몰리는 수요를 40년이 넘은 아파트로 몰아주는 효과만 있을 뿐이다.

그러면 지금이라도 강남에 진입해야 할까. 그것은 아니다. 지금 강남 집값 상승은 비이성적이다. 강남이 주거지로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의 집값 상승은 그 가치 이상으로 뛰고 있다. 그 원인으로 매물 부족을 들 수 있다. 여러 규제로 매물이 부족하게 돼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강남 불패 신화가 다시 살아나게 된 것이다.

재건축 입주권을 팔 수 없다는 얘기는 반대로 해석하면 살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적은 매물을 놓고 많은 매수자가 몰리니 당연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가격이 오르니 그 자체가 매수자들을 불러 모으는 악순환의 늪에 빠진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정책이라는 것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지금과 정반대의 정책이 펼쳐진다면 강남의 집값이 더 이상 오를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추격 매수세가 주춤하면서 집값 상승이 멈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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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1-3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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