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정부 의도와 정반대로…상승률·수익률 상위 20위 내 18개 지역 모두 서울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규제의 종합 선물 세트라고 불리는 8·2 조치가 나온 지 반년이 지났다. 이 기간 동안 주택 시장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차별화의 고착화’다.
‘차별화의 고착화’ 불러온 8·2 조치
은 8·2 조치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규제 지역과 규제에서 한 발 비켜 간 지역에 일어난 변화를 보여준다.

8·2 조치의 취지는 집값 상승률이 높은 지역(규제 지역)의 수요를 진정시키고 수요를 집값 상승률이 낮은 지역(비규제 지역)으로 분산해 집값 상승률을 묶어 두기 위해 시행됐다.

그런데 에서 볼 수 있듯이 규제 지역과 비규제 지역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8·2 조치 이전 6개월간과 이후 지금까지 6개월간의 아파트 값 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규제가 이중 삼중으로 얽혀 있는 투기지역이 1.1%포인트, 투기과열지구가 0.5%포인트만큼 집값 상승률이 높아졌다.

◆ 투기지역 오르고 기타 지역 내려

반면 아무런 규제가 없는 수도권의 기타 지역은 0.3%포인트만큼 상승 폭이 줄었다. 오히려 지방의 기타 지역은 0.4%포인트만큼 하락 폭이 커졌다. 정부의 의도와 정확하게 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똘똘한 한 채 신드롬’이다. 일부 다주택자들이 (정부의 정책에 호응해) 주택의 일부를 처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자산을 한두 곳으로 몰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전세를 끼고 5000만원씩 투자해 열 채를 샀던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의 순자산은 5억원이다.

이런 사람이 정부의 정책에 겁을 먹고 열 채를 팔았다고 하면 어떤 집을 사게 될까. 5억원을 투자해야 살 수 있는 고가 주택 한 채나 2억~3억원을 투자해야 살 수 있는 중고가 주택 두 채 정도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똘똘한 한 채 신드롬’이 나타나는 이유다.

둘째, ‘지정 효과’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8·2 조치를 정부에서 공식 투자처를 지정해 준 것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른 지역과 달리 특정 지역에만 규제가 집중된다는 의미는 정부에서도 그 지역의 집값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의미가 된다.

이 때문에 1주택자 등 규제와 상관없는 사람은 ‘정부에서 인증해 준’ 좋은 투자처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한 투자가 되는 것이다.

이러니 실수요자는 물론 그 지역에 관심이 적던 투자자들도 그 지역에 주목하게 된다. 또 상승이 시작되면 이들은 ‘더 늦을까봐’ 투자에 동참하게 되고 이것이 ‘진짜로’ 상승 폭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

셋째, 그러면 지금과 같은 차별화가 심화되고 고착화되는 현상은 8·2 조치 때문만일까. 아니다. 이런 지역적 차별화 현상은 정확히는 2015년 6월부터 시작됐다. 를 보면 8·2 조치 이전부터 차별화는 시작됐다.
‘차별화의 고착화’ 불러온 8·2 조치
이 부분이 정부가 아주 억울해 하는 부분이다. 8·2 조치 이후 이런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8·2 조치가 양극화를 심화시켰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8·2 조치가 없었다면 그 격차가 더 벌어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8·2 조치의 수혜 지역은 어디일까. 지난 6개월간 상승률이 높은 지역은 에서 살펴볼 수 있다. 파란색이 투기과열지구이고 그 외 지역은 투자과열지구다.

전국 상위 10위 안에 드는 곳이 모두 규제 지역 내에 있다. 비규제 지역 중에서는 평촌(2.5%)이 유일하게 상위 17위에 랭크돼 있다.

◆ 성동구·분당 수익률 최고
‘차별화의 고착화’ 불러온 8·2 조치
그런데 은 단순히 상승률만 나타낸 것이고 수익률은 이와 조금 다르다. 여기서 수익률은 전세를 끼고 투자했을 때의 수익률을 말한다. 지역별로 전셋값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실투자금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와 같이 순위가 달라진다.
‘차별화의 고착화’ 불러온 8·2 조치
상승률 1위였던 송파구가 수익률 순위에서는 5위, 상승률 3위였던 강남구가 수익률 순위에서는 8위에 그친 반면 상승률 2위였던 성동구가 수익률 순위에서는 1위, 상승률 5위였던 분당구가 수익률 순위에서는 2위에 올랐다.

상승률이건 수익률이건 상위 20위 안에는 경기도의 분당과 평촌을 제외하고는 18개 지역이 모두 서울이다. 하지만 8·2 조치가 서울 모든 지역의 집값을 달군 것은 아니다.

8·2 조치 이전 6개월과 이후 6개월간의 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송파구(4.9%포인트), 성동구(3.4%포인트), 강남구(3.3%포인트)는 8·2조치 이후 상승 폭을 더 키운 데 비해 노원구(-3.3%포인트), 강서구(-1.6%포인트), 도봉구(-1.2%포인트) 등은 오히려 상승률이 크게 줄어들었다.

시장이 급변할 요인은 찾기 어렵다. 정부에서 갑자기 8·2 조치를 전면적으로 되돌릴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다. 오히려 규제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시장은 관성을 가지기 때문에 당분간 현 시장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