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비유탕면 시장, 농심·풀무원 2파전 속 작년 시장 규모 923억원 돌파…연평균 18.4% 성장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기름에 튀기지 않은 라면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라면은 크게 기름에 튀긴 ‘유탕 라면’과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 이른바 ‘비유탕 라면’으로 나뉜다.

유탕 라면은 기름에 튀긴 만큼 특유의 진한 맛을 내지만 포화지방과 칼로리가 높다. 건면은 유탕면 대비 칼로리가 100kcal 이상 낮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국내 라면 시장은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든 지 오래다. 시장 규모는 약 2조원으로 최근 5년간 대동소이하다. 반면 이른바 비유탕면으로 불리는 건면 시장은 연평균 18.4% 성장하며 지난해 약 923억원(닐슨코리아, 봉지건면 데이터 기준) 규모로 커졌다.
‘건강에 식감까지 쫄깃’ 비유탕면 뜬다
(그래픽) 윤석표 팀장

◆농심, ‘건면새우탕’으로 트렌드 이끈다

농심은 1977년 회사의 최초 건면 제품인 ‘길면’을 출시하는 등 관련 시장 창출에 힘썼다. 과거 출시 이후 현재까지 판매되는 제품은 1997년 나온 ‘멸치칼국수’다. 멸치칼국수는 두터운 마니아 층을 확보한 농심의 ‘히든챔피언’으로 꼽힌다.

국내 건면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게 된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다. 농심은 웰빙 열풍으로 칼로리가 낮은 건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 2007년 건면 전용 생산 시설인 녹산 공장을 본격 가동했다.

첫 제품은 2007년 출시한 ‘건면세대’다. 건면세대는 장기 히트 제품으로 자리 잡지 못했지만 농심의 건면 제조 기술에 일보 전진을 가져온 제품으로 평가된다. 열풍을 빠르게 통과시켜 면의 내부까지 건조하는 기술이 처음 적용됐다.

이후 농심은 기존 라면과 차별화한 건면 개발에 나섰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면 요리를 건면으로 구현한다는 전략이었다. 대표 제품은 2008년 출시한 ‘둥지냉면’이다. 둥지냉면은 상온 보관이 가능해 시장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농심은 2009년 쌀이 주식인 한국인의 식습관에 착안해 쌀국수 제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쌀은 면으로 만들면 뚝뚝 끊어지기 때문에 당시 쌀 함유량 30% 이상의 면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었다.

농심은 수많은 연구 끝에 국내 최초로 쌀 함량 90%의 쌀국수를 적용한 ‘둥지쌀국수 뚝배기’를 선보였다. 2016년에는 용기면 형태의 쌀국수 ‘콩나물뚝배기’를 출시했다.

농심이 2016년 출시한 ‘얼큰장칼국수’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건면 기술력이 집약된 제품이다.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식감을 내기 위해 면의 단면을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만들어 커팅하는 ‘도삭면’ 모양의 성형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적용한 제품이다.

얼큰장칼국수는 면 한가운데에 면선을 넣어 라면 한 그릇을 다 비울 때까지 퍼지지 않고 탱탱한 식감이 유지되는 게 특징이다. 농심은 콩나물뚝배기와 얼큰장칼국수를 앞세워 지난해 건면 시장 1위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농심은 최근 발효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 ‘건면새우탕’을 출시하기도 했다. 농심은 면 속에 국물이 스며들어 더 맛있어지도록 한 발효 숙성면 제조 기술을 업계 최초로 개발, 건면새우탕에 적용했다.

건면새우탕은 밀가루 반죽을 발효해 부드러운 빵을 만들어 내는 제빵 기술을 제면 기술에 접목한 제품이다. 라면에 어울리는 식감을 주기 위해 효모의 배합 비율과 발효 시간을 연구하는 데만 1년이 넘게 걸렸다.

건면새우탕에 적용한 발효 숙성면은 발효 과정에서 생긴 기공(氣空)에 국물이 자연스레 배어들어 맛이 더욱 좋다는 게 농심의 설명이다.

심규철 농심 면마케팅팀장은 “웰빙 트렌드로 건면 시장이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발효 숙성 제면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맛 타입의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에 식감까지 쫄깃’ 비유탕면 뜬다
◆풀무원, 12개 제품으로 농심 맹추격

풀무원식품은 2011년 건면 브랜드 ‘자연은 맛있다’를 론칭하며 국내 건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초창기 히트작 ‘자연은 맛있다 꽃게짬뽕’은 출시 2개월 만에 200만 개를 판매하는 등 인기를 끌며 비유탕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풀무원이 2016년 출시한 ‘육개장칼국수’는 쫄깃한 면발과 대중이 선호하는 진한 국물로 비유탕면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며 출시 6개월 만에 2000만 개를 판매하고 국내 봉지 라면 매출 톱10 안에 진입하기도 했다.

풀무원은 지난해 건면 브랜드명을 ‘자연은 맛있다’에서 ‘생면식감’으로 리뉴얼하며 제품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 라면업계 최초로 일본식 라멘인 ‘생면식감 돈코츠라멘’을 출시하기도 했다. 풀무원은 일본 현지에서 라멘 조리 시 튀기지 않은 생면을 사용하는 것에 착안, 라멘에 최적화한 면발을 개발해 제품을 출시했다.

풀무원은 현재 ‘돈코츠라멘’과 ‘육개장칼국수’, ‘꽃게탕면’, ‘통영굴짬뽕’ 등 12개의 생면식감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박준경 풀무원 건면사업부 프로덕트매니저(PM)는 “면발과 국물을 차별화한 비유탕면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국내 라면 시장 내 관련 카테고리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강에 식감까지 쫄깃’ 비유탕면 뜬다
1969년 국내 최초 건면 제품인 ‘칼국수’를 선보인 삼양식품도 제품군을 확장하는 중이다. 삼양식품은 2005년 진공 포장한 바지락을 별도로 넣은 ‘바지락칼국수’를 출시한 데 이어 2015년 닭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한 ‘손칼국수’를 선보이며 건면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건면을 섭씨 영상 150 이상 고온의 오븐에서 굽는 고온 열풍 제면 공법의 ‘구운면’을 적용한 ‘파듬뿍 육개장’을 출시하기도 했다. 파듬뿍 육개장은 바람에 말린 기존 건면에 비해 더욱 담백한 맛과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라는 것이 삼양식품의 설명이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