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라이선싱으로 생태계 확대…IoT 제품에 생활 잡화까지 800종 쏟아내
‘인도 코끼리'도 삼킨 샤오미의 마법
[한경비즈니스=최형욱 IT 칼럼니스트] 샤오미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2014년 450억 달러였던 기업 가치는 2018년 홍콩 증시에 상장할 것이라는 소문과 함께 최소 1000억 달러까지 그 가치가 뛰어올랐다.

2013년 최고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다는 의미)’ 제품이라는 ‘훙미’ 스마트폰을 시장에 선보이며 돌풍을 일으켰던 샤오미는 이후 2015년과 2016년을 거치면서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단순히 값싼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인식됐다.

하지만 이런 샤오미가 2017년 들어서면서 중국과 인도 시장에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발판에는 브랜드 라이선싱을 통한 하드웨어 생태계 확대가 자리 잡고 있다.

◆투자와 브랜드 라이선싱 전략

샤오미의 최고경영자(CEO) 레이쥔 회장의 직업은 두 가지다. 중국 정보기술(IT) 업체 중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화제의 기업으로 인식되는 샤오미의 회장이자 개인 투자회사의 대표이기도 하다. 최근에도 인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인도 내 1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힐 만큼 스타트업이나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가 그의 관심사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의 목적이 단순히 레이 회장 개인이나 샤오미의 투자 수익에만 국한돼 있지는 않다. 그 안에는 투자한 회사들을 샤오미라는 브랜드의 우산 아래로 끌어들이고 이를 통해 샤오미의 제품 생태계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한 브랜드 라이선싱 전략이 숨어 있다.

특히 최근에는 ‘샤오미의 집’이란 의미의 ‘미지아(Mijia)’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전면에 내세우며 이러한 브랜드 라이선싱과 샤오미 하드웨어 생태계 비즈니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러한 샤오미의 브랜드 라이선싱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연구·개발(R&D)을 진행하는 주력 상품인 스마트폰의 낮은 수익률을 상쇄하는 효과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샤오미의 스마트폰 단말기당 수익률은 3% 이하 수준으로 굉장히 낮다.

주력 제품군인 훙미 제품군을 팔면 평균적으로 단말당 40~50위안(약 7000~8000원)이 남는 수준이다. 하지만 투자를 통한 브랜드 라이선싱에서는 약 5% 이상의 브랜드 라이선스 수익을 얻고 있다. 물론 투자에 따른 투자 수익은 별도다.

또 다른 하나는 샤오미의 하드웨어 생태계 확대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레이 회장은 샤오미 창립 초기에 있었던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목표 중 하나는 중국의 좋은 제품들을 글로벌 시장에 좋은 이미지와 좋은 가격에 팔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인도 코끼리'도 삼킨 샤오미의 마법
하지만 중국의 중소기업 제품이나 스타트업 제품들이 자체적인 브랜드나 리테일과 같은 공급망을 갖추기에는 큰 어려움들이 있었고 이런 부분들을 인식한 레이 회장은 샤오미의 브랜드를 제공하고 샤오미의 온·오프라인 스토어, 물류망과 같은 부분들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즉 샤오미라는 브랜드와 샤오미가 가진 유통망을 플랫폼화해 이를 필요로 하는 중소업체들에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다.

샤오미의 생태계로 들어오는 중국의 중소업체들은 이러한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대가로 샤오미의 하드웨어 생태계 구축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브랜드 라이선싱에 대한 대가 역시 지불한다.

샤오미 역시 브랜드를 빌려주는 것 이상의 역할을 제공한다. 예컨대 샤오미의 브랜드에 맞춘 통일성 유지를 위해 중국 중소업체의 가장 큰 취약점 중 하나인 디자인이나 세부 기능에 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컨설팅을 진행한다.

또 중소기업 제품들이 자사가 개발한 ‘미 홈(MI Home)’이라는 스마트 홈 사물인터넷(IoT)에서 일관성을 갖고 동작할 수 있도록 한다.

결과적으로 샤오미 하드웨어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샤오미가 직접 모든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경쟁력 있는 업체들의 제품을 통해 보다 쉽고 빠르게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제품군들은 공기청정기·전동바이크·로봇청소기와 같은 200여 종이 넘는 스마트 IoT 디바이스에서 부터 배터리·캐리어·볼펜 등 생활 잡화까지 총 800여 종이 넘는다.

◆비즈니스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 중

브랜드 라이선싱을 통한 플랫폼 전략은 샤오미로서는 손해 볼 게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단순히 이런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또한 아니다.

샤오미가 ‘샤오미 생태계’를 구축하게 된 데에는 샤오미가 가진 몇 가지 강점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바로 ‘가성비’ 제품으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유통 및 마케팅 전략을 통해 글로벌에서 가장 유명한 ‘중국 스마트폰(하드웨어)’ 기업이 된 부분이다.

샤오미는 이러한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미팬(Mi Fan)’이라고 불리는 샤오미 브랜드에 록인(lock-in) 된 고객, 이들을 집결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플랫폼화해 샤오미가 투자한 기업 대상으로 플랫폼을 열어줬다. 샤오미가 가진 자체 소프트웨어 기술력과 디자인 또한 강점으로 작용한 것은 물론이다.

이제 샤오미는 중국을 넘어 인도를 가장 큰 전략지로 생각하고 공략 중이다. 그리고 인도에서 연간 스마트폰 점유율 2위를 기록하며 1위인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고 있다.

물론 샤오미 뒤로 포진하고 있는 오포나 비보와 같은 다른 중국 업체들이나 화웨이와 같은 잠재적 경쟁자에게도 지속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난공불락의 상황에서 2등 샤오미는 중국에 이어 인도 시장에서도 투자와 브랜드 라이선싱 전략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통해 인도의 우량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이들이 원하면 얼마든지 샤오미의 브랜드 속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을 준비 중이다.

스마트폰이라는 제품 하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지속 가능한 샤오미라는 거대 플랫폼을 인도 시장에 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샤오미의 인도 전략이 중국에서처럼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