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스타일러·건조기 등 인기…가격보다 성능과 만족도 우선
‘뉴 라이프 가전’으로 성장 한계 넘는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TV·냉장고·세탁기 등 ‘가전 3대장’이 지배하던 가전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들이 등장했다. 공기청정기·건조기·스타일러 등 이른바 ‘뉴 라이프 가전’이다. 사실 이들은 최근 나온 신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전체 가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생활환경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 라이프 가전’으로 성장 한계 넘는다
◆냉장고 등 전통가전은 보급률 포화

미세먼지로 인해 환기조차 큰맘 먹고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미 공기청정기는 각 가정에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깐깐한 소비자들은 미세먼지 철벽 방어를 위해 공기청정기의 성능을 구매 전 꼼꼼히 확인한다.

이 때문에 가전 업체들은 공기청정기의 성능을 높이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LG전자의 ‘퓨리케어 360 공기청정기’는 청정 면적이 91㎡(약 28평)로 LG 공기청정기 가운데 가장 넓은 청정 면적을 자랑한다.

여기에 원기둥 형태로 위쪽과 가운데에 360도 구조로 설계한 흡입구와 토출구를 적용해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였다. 또 6단계 토털 케어 필터 시스템을 갖춰 큰 먼지부터 초미세먼지, 새집 증후군 유발 물질을 제거한다. 한국공기청정기협회로부터 톨루엔·포름알데히드 등 5대 유해 가스를 제거하는 성능 인증도 받았다.

2018년 2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공기청정기 ‘큐브’는 0.3㎛(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초미세먼지를 99.999%까지 제거할 수 있는 초순도 청정 시스템을 제공한다. 또 공기청정기에서 발생하는 바람과 소음이 거슬렸던 소비자들을 위해 몸에 닿는 바람 없이 조용하게 공기를 정화하는 ‘무풍 청정 기능’을 새로 도입했다.

‘스타일러’는 매번 집에서 세탁하거나 세탁소에 맡기기 어려운 의류를 집에서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이다. 2011년 LG전자가 선보인 신개념 의류 관리 기기 ‘트롬 스타일러’는 세탁기의 스팀, 냉장고의 온도 관리, 에어컨의 기류 제어 등 3대 생활 가전의 핵심 기술을 모두 품은 융·복합 제품이다.

트롬 스타일러는 옷을 흔들어 주는 ‘무빙 행어’와 물로 만든 ‘트루 스팀’으로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도 생활 구김과 냄새를 없애준다. 또 의류에 묻은 대장균·황색포도상구균 등의 세균과 집먼지진드기를 99.9% 제거하고 옷에 남아 있는 미세먼지도 없애준다.
‘뉴 라이프 가전’으로 성장 한계 넘는다
‘뉴 라이프 가전’의 대표 주자로 건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초미세먼지로 인해 빨래를 밖에서 말리는 것이 어려워지자 실내에서 건조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해졌다. LG의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트롬 건조기는 ‘살균 코스’를 이용해 사람에게 옮길 수 있는 유해 세균을 99.99% 없애 준다.

여기에 ‘에너지 모드’로 5kg의 세탁물을 건조하더라도 전기료가 117원에 불과하다는 장점도 있다. 효율성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다. 이 부품은 컴프레서에서 냉매를 압축하는 장치인 실린더가 2개로, 기존 제품이 탑재한 인버터 히트펌프보다 15% 더 많은 냉매를 압출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월 국내 최대 용량이 14kg 건조기를 출시했다. 그동안 건조기 용량이 작아 사이즈가 큰 세탁물을 한 번에 건조하기 어렵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기존 9kg 모델의 장착됐던 115리터의 건조통보다 대폭 확대된 207리터의 건조통을 설치했다.

또 이 제품에는 기존의 인버터 저온 제습 방식을 한 차원 높인 ‘하이브리드 히트펌프’ 기술이 적용됐다. 이 기술은 초반에 히터로 최적 온도에 빠르게 도달시킨 후 인버터 히트펌프로 건조하는 방식이다. 스피드 모드 기준으로 59분 만에 건조를 모두 마칠 수 있다.
‘뉴 라이프 가전’으로 성장 한계 넘는다
◆뉴 라이프 가전의 성공 공식은 ‘프리미엄’

이른바 ‘뉴 라이프 가전’, 혹은 ‘신생활 가전’이라는 명칭은 사실 가전 제조사들이 도입한 것이 아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주류 가전이었던 냉장고·세탁기 대신 새로운 형식의 가전이 급부상하면서 이를 구분하기 위해 외부에서부터 불린 용어”라고 설명했다.

뉴 라이프 가전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은 꾸준히 나왔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소득수준의 향상과 소비자들의 가치관 변화, 일상생활에 대한 투자 증가로 새로운 가치 소비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올 한 해 뉴 라이프 가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노 애널리스트는 “올해 LG전자의 뉴 라이프 가전 매출액을 1조3000억원으로 예상되는데 2020년에는 1조9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 라이프 가전’으로 성장 한계 넘는다
이 시장이 각광받는 것은 미세먼지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한국 가전 시장은 성숙기에 돌입했다. ‘백색 가전’인 냉장고·세탁기 등 대형 가전의 가구당 보급률은 이미 80%를 넘어섰다. 이러한 시기에는 프리미엄 제품과 함께 생활수준을 한층 더 높여주는 세컨드 제품군의 수요가 크게 성장한다.

이 때문에 가전업계는 뉴 라이프 가전의 성공 방정식을 ‘프리미엄’에서 찾고 있다. 다소 가격대가 높더라도 성능을 강화해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가전에서도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최근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다.

시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뉴 라이프 가전 시장’ 맞대결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삼성전자가 LG전자의 ‘트롬 스타일러’에 도전장을 내밀 스타일러 제품을 7월 출시한다.

삼성전자가 출시할 신제품이 그동안 LG전자가 주도해 왔던 스타일러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양 사의 가전 시장 맞대결은 뉴 라이프 가전군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