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168호 (2018년 04월 18일)

‘매출 2조’눈앞, 봄날 맞은 H&B 스토어

-2030세대 공략하는 핵심 채널로 부상…중소 화장품 기업 성장에도 한몫

[한경비즈니스= 김영은 기자] 유통업계 온라인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는 중 오프라인 시장의 성장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 채널 가운데 H&B(헬스&뷰티) 스토어가 유독 따뜻한 봄을 맞이했다.

H&B 스토어는 한 매장에서 다양한 제품군과 브랜드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가성비’와 ‘1인 가구’ 등 최근 트렌드에 최적화된 H&B 스토어는 빠르게 성장 중이다. 특히 2030세대를 주축으로 ‘젊은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의미 있다.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에 따르면 H&B 스토어 이용 연령 중 2030세대가 77%를 차지한다.

2009년 1500억원, 2013년 6320억원에 불과했던 H&B 시장 규모는 2016년 1조2000억원까지 확대됐다. 지난해도 1조7000억원 수준으로 30% 이상 성장했다. 성장률로만 보면 연평균 15%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편의점을 뛰어넘는 속도다.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률이 예상된다. 증권가는 H&B 스토어 시장이 올해 2조원을 돌파해 5년 내 3조원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CJ올리브영, ‘독보적 1위’


H&B 스토어 시장의 독보적인 1인자는 CJ올리브네트웍스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올리브영은 서울 신사동에 1호점을 낸 지 17년 만인 2016년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18년 올리브영 매장은 1060여 개로 전체 시장의 약 70%를 차지한다. 그 뒤를 이어 GS리테일 랄라블라(구 왓슨스)가 191개로 2위, 롯데쇼핑 롭스(LOHB'S)가 100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3위를 달리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부츠(Boots)’ 브랜드를 통해 11개 매장을 선보이며 2017년 가장 늦게 경쟁에 합류했다.

CJ올리브영이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업계 2위인 GS리테일은 올해 2월 왓슨스를 랄라블라(lalavla)로 이름을 바꾸고 공격적 출점을 선언했다. 변화는 GS리테일이 A.S왓슨과 결별하면서 시작됐다.


(사진)GS리테일은 A.S왓슨과 결별하며 올 2월 왓슨스를 랄라블라로 개명했다./연합뉴스

왓슨스는 GS리테일과 A.S왓슨이 50 대 50으로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왓슨스코리아가 운영해 왔다. 홍콩에 본사가 있는 A.S왓슨은 홍콩·대만·중국 등 아시아와 유럽 11개국에서 왓슨스 매장 6300여 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시장점유율 1위 올리브영의 벽을 넘지 못했다.

GS리테일은 독자 경영을 시작하면서 사업 확대에 집중할 예정이다. 특히 올리브영과 5배 이상 차이 나는 점포 수 간격을 줄이기 위해 편의점 GS25처럼 가맹 형태로 사업을 전환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랄라블라는 연내 100여 곳 이상 출점을 통해 300여 개로 매장을 늘리는 외형 성장을 목표로 내걸었다.

롯데쇼핑 롭스도 올해 50개 점포 출점으로 매출을 50% 늘리겠다는 목표다. 롭스는 올해 3월 5년 만에 100호점 매장을 열며 올리브영과 랄라블라와의 경쟁을 예고했다. 비록 후발 주자이긴 하지만 우선 업계 2위인 랄라블라에 대한 추격의 의지가 강하다. 특히 롭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는 랄라블라 모바일 이용자보다 많다.

이마트는 지난해 ‘부츠’를 선보이며 H&B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부츠는 글로벌 H&B업계 1위 월그린부츠얼라이언스(WBA)의 H&B 브랜드다.


◆ 백화점·로드숍은 성장 정체

H&B 스토어가 성장함에 따라 주력 상품군인 화장품업계도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유통채널 다각화와 온라인 시장의 성장으로 하나의 브랜드만 판매하는 로드숍(중저가 화장품 판매점)은 고난을 거듭하고 있다.

로드숍은 2000년대 초반 새롭게 등장해 화장품 유통 채널의 역사를 썼다. 하지만 지난해 내수 경기 악화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후폭풍에 따른 이중고를 맞았다. 올해부터 점포를 줄이거나 새로 단장하고 브랜드 라인을 다각화하는 등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사활을 걸 예정이다.

‘로드숍 신화’를 썼던 미샤(에이블씨엔씨)의 서영필 창업자는 지난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17년 만에 사모펀드에 회사 지분을 매각하며 업계를 떠났다. 네이처리퍼블릭·잇츠한불·토니모리 등 내로라하는 로드숍 브랜드들도 매장 수를 줄이고 실적 정상화를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업계에 따르면 잇츠한불은 홈플러스 내에 입점한 자사 브랜드 잇츠스킨의 점포 60여 곳 가운데 20여 곳을 정리 중이다. 네이처리퍼블릭 또한 최근 3년간 적자 매장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재정비하고 있다. 2015년 778개 매장에서 지난해 714개까지 매장 수를 줄였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2014년 739개까지 열었던 매장 수를 대폭 정리하며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스킨푸드는 대표 매장 중 하나인 신촌점이 올 초에 문을 닫았다.

백화점 1층을 지키던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의 고민도 깊어졌다. 백화점도 성장 정체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빅3’ 백화점 영업 이익률이 8~10%였지만 지금은 3~5%로 반 토막 났다. 이에 따라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백화점업계 3사의 출점은 전무하다. 백화점업계는 외형 성장 대신 수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백화점을 찾는 고객이 줄면서 집객이 어려워지자 고가 브랜드도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는 H&B 스토어로 눈을 돌렸다.

백화점 매장을 중심으로 운영해 오던 맥·에스티로더·크리니크·비오템 등 고가 화장품 브랜드는 어느새 올리브영·롭스·부츠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백화점 화장품 브랜드와 H&B 스토어의 만남은 서로에게 윈-윈 전략이 됐다. 중·저가 화장품이 주를 이뤘던 H&B 스토어는 고가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며 이미지 제고와 포트폴리오 확장이 가능했다.

(사진) 올리브영은 매년 지역 중소기업 상생 프로젝트 ‘즐거운 동행’으로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 중소화장품 브랜드에 기회 열려

백화점 브랜드의 입점이 이어지고 있지만 H&B 스토어의 성장에 따른 주인공은 따로 있다. 중소 화장품 브랜드가 H&B 성장의 최대 ‘수혜주’다 H&B 스토어는 중소 화장품 브랜드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는 “특히 신생 화장품 브랜드 사이에서 ‘올리브영 입점’이 하나의 품질 인증이 됐다”며 “마케팅 경쟁력이 대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중소 브랜드나 신생 브랜드는 올리브영에 입점하는 게 소비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최고의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메디힐을 운영하는 엘앤피코스메틱은 H&B 스토어를 통해 입지를 확대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입점 당시 브랜드 인지도가 낮았지만 마스크팩이 히트를 치며 국내 마스크팩 1위 브랜드로 부상했다.

현재 메디힐의 국내 매출 중 약 80% 이상이 H&B 스토어를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힐을 운영하는 엘앤피코스메틱은 급성장하며 올해 국내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에 꼽히기도 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유니콘 기업은 쿠팡·옐로모바일·엘앤피코스메틱 등 세 기업뿐이다.

클럽클리오도 지난해 H&B 채널에 대한 매출이 전년 대비 59% 증가했다. 박현진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올해는 전년 대비 35% 증가한 624억원 정도가 H&B 스토어에서 발생할 전망이다.

네오팜도 국내 H&B 스토어 성장함에 따라 수혜를 볼 전망이다. 네오팜이 주요 오프라인 채널은 H&B스토어다. 네오팜 일부 제품이 면세점에 납품되고 있으나, 그 비중은 미미한편이다.

현재 네오팜의 H&B 채널 매출은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네오팜이 주력하는 더마 코스메틱(병원 화장품)은 H&B 스토어 내에서도 30%대의 속도로 성장 중인 카테고리다. 이에 따라 향후 네오팜의 오프라인 채널 비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H&B 스토어와 동반 성장한 건 중소 화장품뿐만이 아니다.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도 H&B 스토어 성장세에 힘입어 덩치가 커질 전망이다.

IBK투자증권은 올해 국내 주요 화장품 OEM·ODM 기업인 한국콜마·코스맥스·코스메카코리아의 성장을 예상했다. 중저가 신규 브랜드에 대한 신규 수주가 가능하고 H&B 스토어에서 자체 상표(PB) 브랜드를 생산해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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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4-1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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