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업·제조는 ‘따로’ 물류·R&D는 ‘통합’…시너지 극대화 기대
대유그룹, 대우전자·위니아 ‘분리 운영’ 유지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대유그룹이 대우전자의 인수 작업을 완료했다. 대유그룹은 4월 11일 대우전자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 대유SPC를 통해 경영권 지분 매도자에게 인수 잔금을 지급 완료했다.

이에 따라 대유그룹은 대우전자 지분을 84.8%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됐다. 2월 9일 대우전자 인수를 위한 주식 매매 계약(SPA)을 체결한 지 2개월 만이다.

대유그룹은 향후 대우전자의 주식을 담보로 투자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단 내년까지는 대우전자의 정상화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 흑자 전환을 달성하고 2020년 이후 국내외 시장에 상장(IPO)하겠다는 밑그림을 구상 중이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대유 품에 안긴 대우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잇는 국내 가전업계 ‘빅3’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게 된다.
◆ 대우전자 가전 ‘빅3’ 위상 찾는다

인수 작업을 끝낸 대유그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대우전자 인수 잔금을 지급 완료한 당일 곧바로 중복되는 물류센터와 연구소 정리 작업에 착수했다.

첫 대상은 1만53㎡,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대우전자 성남물류센터로 이날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금액은 183억원이다. 대유그룹은 앞으로도 대우전자 부평연구소, 대유위니아 아산물류센터도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

대유위니아와 대우전자가 모두 가전 업체로 연구소와 물류센터를 통합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잉여 자산을 매각해 최적의 사업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또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대우전자의 차입금 상환과 유동성 확보 등에 활용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대유그룹 관계자는 “부동산 매각을 통해 현금 유동성을 높이고 물류센터를 통합해 운영비용을 줄이면 장기적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유그룹은 대우전자에 대규모 투자도 준비하고 있다. 대유그룹은 대우전자 인수 직후 스마트저축은행을 780억원에 매각했는데, 8월 말 이후 회수되는 자금을 대우전자의 재무구조 개선과 운영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올 3분기부터 분기당 200억원씩 나눠 투입되며 우선적으로 대우전자의 무너진 무역금융을 회복시키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현재 대우전자의 국내 무역금융은 전액 회수된 상태로 해외(멕시코 등)에서 13~16%의 고금리 자금을 차입해 쓰고 있는 상황이다.
조상호 대유그룹 부사장은 “대유그룹은 올해 대우전자의 재무구조 개선을 최선의 목표로 삼고 있다”며 “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금융거래를 정상화해 차입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안병덕 대우전자 전략기획본부장은 “대우전자의 금융권 차입이 원활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데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무역금융이 재개되면서 회사 정상화나 수출 확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전자는 2014년까지만 해도 14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015년 109억원, 2016년 20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적자 전환된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도 완연한 감소세다. 2014년 1조5865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 대우전자는 해외, 대유위니아는 국내 집중
가전 업체인 대유위니아를 운영하고 있는 대유그룹은 대우전자와 업종이 겹치는 만큼 당분간 분리해 운영할 방침이다. 특히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대우전자는 해외시장에, 대유위니아는 국내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조 부사장은 “현재로선 양 사 합병 계획이 없다”며 “현대차와 기아차의 운영 방식을 벤치마킹해 공용화할 부분은 공용화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할 부분은 독자적으로 운영하면서 시너지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영업과 제조는 분리하고 연구·개발(R&D)과 물류는 통합 운영하는 방식이다. 전체 매출의 75%를 해외에서 거둬들이는 대우전자는 해외 영업에, 김치냉장고 ‘딤채’로 국내에서 높은 인지도를 쌓은 대유위니아는 국내 영업 특화에 집중한다.

다만 R&D와 영업을 이원화하는 만큼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대유위니아 혹은 대우전자 한 곳에서 품질 이슈가 터지면 양 사 모두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신뢰를 잃으면 합병 효과가 무색해진다. 이 때문에 대유그룹 차원에서도 품질 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유그룹 관계자는 “대우전자 인수 시너지를 내기 위해 대우전자와 대유위니아가 갖고 있던 품질 테스트 방법과 노하우를 벤치마킹해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통합했다”며 “자제 제작이나 아웃소싱에 관계없이 기존부터 해온 무작위 테스트를 강화하고 테스트 횟수와 빈도도 높였다”고 말했다.

대유그룹은 대우전자와 대유위니아의 R&D 공유로 시너지 효과도 노리고 있다. 대유위니아의 냉장고 기술은 대형 냉장고에 약한 대우전자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대유위니아는 발효식품을 먹는 국가를 중심으로 김치냉장고 수출 확대에 나설 때 대우전자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

대유위니아는 22년 연속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대우전자는 14개 해외 판매 법인, 15개 해외 지점·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대유그룹은 자동차 전자장비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안중구 대우전자 대표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만 봐도 주연이 가전에서 자동차로 넘어가고 있다”며 “자동차가 가전화하고 있고 그룹 계열사가 상생 모드로 합심하면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전자를 인수한 대유그룹은 자동차 부품 사업이 모태인 회사다. 자동차 시트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대유에이텍, 자동차 휠 원재료를 가공하는 대유플러스가 전체 그룹 매출(1조9000억원)의 60%를 차지한다.
2014년 대유위니아(구 위니아만도)를 인수하면서 가전 시장에 뛰어들었고 올해 3월 대우전자(구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하면서 국내 가전업계 3위 업체로 올라섰다.

cw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