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제품 특성 따라 맞춤형 패키징 적용…첨단 포장 기술 입힌 제품으로 매출 이끈다
‘패키징이 경쟁력’…디자인 경영 강조하는 식음료업계
(사진)롯데칠성음료 안성공장의 어셉틱 생산 라인. /롯데칠성음료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제품 본연의 맛과 신선도 유지를 위한 식음료 패키징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 식음료업계는 제품 특성에 따른 맞춤형 패키징과 1~2인 가구 등을 겨냥해 편리성·보관성 등에 초점을 맞춘 포장 기술로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중이다.

◆CJ제일제당, 가정간편식의 진화 견인

CJ제일제당은 급증하는 가정간편식(HMR) 소비 증가에 발맞춰 조리 시간 단축과 조리 품질 개선을 위한 패키징 연구·개발(R&D)에 주력하고 있다.

비비고 HMR 대표 제품인 ‘비비고 두부김치찌개’와 ‘비비고 된장찌개’는 재료 본연의 식감과 신선함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투 팩 솔루션’을 적용한 제품이다. 육수 건더기와 김치 또는 된장 소스를 구분해 서로 다른 조건으로 살균 처리한 후 개별 포장, 신선한 맛과 풍성한 식감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항아리형 용기를 적용한 ‘비비고 김치’도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스가 발생하는 발효식품의 특성에 맞춰 자체 개발한 필터와 밸브, 누름판 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결합해 제품에 적용했다. 특수 설계한 누름판으로 용기 내부의 김치 상단을 덮어 김치 맛을 유지하고 가스 발생을 억제하도록 설계한 것도 특징이다.

CJ제일제당은 조리 실패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별도의 조리 도구 없이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전자레인지용 간편식’ 개발에 특히 공을 들이는 중이다. 대표 제품으로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만 조리하면 근사한 셰프의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고메 상온 HMR’ 라인업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제품 중 ‘고메 함박스테이크 정식’은 만두 찜기 원리를 활용해 전자레인지 조리 시 용기 내에 증기를 발생시켜 제품을 맛있게 데워 주는 증기 가열 방식의 패키징 기술을 구현했다.
‘패키징이 경쟁력’…디자인 경영 강조하는 식음료업계
(사진)고메 콤비네이션피자로 발열 포장 기술인 서셉터 실험을 진행 중인 CJ제일제당 패키징센터 연구원. /CJ제일제당 제공

차규환 CJ제일제당 패키징센터장은 “한국 HMR 제품의 세계화를 위해 더욱 빠르고 편리하며 맛있게 조리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패키징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 특허 패키징 기술 활용

한국야쿠르트도 자체 패키징 기술을 바탕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 가고 있다. 이중 캡을 적용해 뚜껑에는 정제 형태의 밀크티슬을, 병에는 액상 형태의 헛개나무를 담은 건강기능식품 ‘쿠퍼스 프리미엄’이 대표적이다.
‘패키징이 경쟁력’…디자인 경영 강조하는 식음료업계
(사진)이중 캡을 적용한 ‘쿠퍼스 프리미엄’. /한국야쿠르트 제공

한국야쿠르트는 2009년 쿠퍼스 헛개나무를 론칭한 후 돌 미나리과의 밀크티슬 소재를 제품에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밀크티슬의 쓴맛 때문에 액상으로 녹여 제품화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이후 여러 시도 끝에 특허 받은 이중 캡 기술을 적용하면서 밀크티슬을 정제 형태로 제품에 담을 수 있었다.

제품 출시 전 디자인 전공교수와 대학생, 전문 바리스타 등의 의견을 수렴해 디자인을 확정한 ‘콜드브루 by 바빈스키’도 눈길을 끈다.
‘패키징이 경쟁력’…디자인 경영 강조하는 식음료업계
(사진)텀블러 형태의 ‘콜드브루 by 바빈스키’. /한국야쿠르트 제공

텀블러 형태인 이 제품은 기존 RTD(Ready To Drink) 커피에서 볼 수 없었던 고급스러운 패키지와 휴대성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커피를 한 번에 다 마실 필요 없이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편하게 먹을 수 있고 먹고 남은 병은 물병으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다.

기존 야쿠르트를 거꾸로 뒤집은 ‘얼려먹는 야쿠르트’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얼려먹는 야쿠르트는 “옛날에는 야쿠르트를 거꾸로 얼려 먹었다”는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해 탄생한 제품이다. 한국야쿠르트에 따르면 이 제품은 2016년 4월 출시 이후 매일 20만 개가 넘게 판매되며 공장을 풀가동해도 수량이 모자랄 정도로 인기다.
‘패키징이 경쟁력’…디자인 경영 강조하는 식음료업계
(사진)기존 야쿠르트를 거꾸로 뒤집은 ‘얼려먹는 야쿠르트’. /한국야쿠르트 제공

박상현 한국야쿠르트 디자인부문 이사는 “고객이 제품을 소비하는 사소한 경험에서 편리함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각 제품이 지닌 속성에 대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곧 고객의 믿음과 신뢰를 얻는 방법”이라며 “제품 개발 못지않게 경쟁력 있는 패키지 디자인을 위해 투자와 연구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차음료(초가을우엉차·황금보리)와 주스(델몬트 파머스 주스바), 스포츠음료(게토레이), 커피(칸타타·레쓰비) 등에 ‘어셉틱 공법’을 적용 중이다. 이 공법은 용기 살균과 음료 충전, 밀봉 등 음료 생산 전처리 과정을 무균 부스 내에서 실시하는 제조 방법이다.

어셉틱 공법을 활용하면 음료는 물론 페트병과 뚜껑까지 무균 처리가 가능해 2차 오염 가능성을 원천 제거하는 등 제품의 품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유통 과정에서 냉장 보관하지 않아도 변질의 위험을 최소화하며 음료의 맛과 향이 장기간 유지되는 장점도 있다. 국내에 이 생산 라인을 갖춘 곳은 롯데칠성음료(안성공장)와 삼양패키징 두 곳뿐이다.

강현중 롯데칠성음료 홍보담당(책임)은 “롯데칠성음료는 2007년 10월 페트 음료 등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생산 설비 전체를 하나의 방으로 만든 어셉틱 생산 라인을 본격 가동했다”고 설명했다.

삼양그룹이 2014년 용기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삼양패키징은 연간 4억5000개의 음료를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3개)의 어셉틱 생산 라인을 보유 중이다. 2007년 어셉틱 음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을 시작한 이후 광동제약·하이트진로음료·빙그레·웅진식품 등 국내외 50여 개 기업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페트병 생산과 어셉틱 음료 OEM 사업 등으로 지난해 기준 매출액 3344억원, 영업이익 427억원을 각각 거뒀다.
‘패키징이 경쟁력’…디자인 경영 강조하는 식음료업계
(사진)삼양패키징 광혜원공장의 어셉틱 생산 라인. /삼양홀딩스 제공

이건호 삼양패키징 경영지원팀장은 “베트남 현지 음료 생산 기업과 페트 음료 패키징 OEM 사업 등을 협의 중”이라며 “향후 세계시장을 적극 공략해 글로벌 음료 패키징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