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175호 (2018년 06월 06일)

약팀을 1등으로 만든 ‘머니볼’의 마법

[신현만의 기업 가치 100배 키우기]
-기업의 성공은 ‘단체’가 하는 것…리더가 가장 먼저 할 일은 ‘강한 팀 만들기’

Q. = 저는 중견기업의 인사책임자인데 연말에 실시할 임원 승진 인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임원 승진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기초 평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승진 후보자들이 임원에게 필요한 자질과 자격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평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평가를 진행할 때마다 수많은 임원의 자질이나 자격 기준 가운데 어떤 것이 중요한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전문가마다 견해가 다른 데다 회사의 경영진 역시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업무 지식과 경험을 강조하고 있고 다른 사람은 조직 관리능력이나 성과를 최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도덕성이나 윤리의식, 조직 충성도를 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나 소통 능력을 역설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것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고 순위도 바뀝니다. 그동안의 평가 자료를 살펴보니 임원 승진 기준도 회사 상황에 따라, 최고경영자(CEO)나 인사책임자에 따라 조금씩 달랐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인사에 적용할 임원의 자질과 자격 조건을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원을 승진하고 발탁할 때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까요.



(사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강팀으로 만든 빌리 빈 전 단장.

A.=  빌리 빈은 미국 변방의  프로야구 구단을 일약 명문 구단으로 탈바꿈시키면서 미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새로 쓴 야구계의 전설입니다. 그는 1998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가난한 구단이었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단장을 맡았습니다.

1901년 창단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에서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해 왔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구단주가 긴축재정 정책을 펴면서 만년 하위팀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뉴욕 양키스나 보스턴 레드삭스 같은 부자 구단과 달리 적은 비용으로 구단을 운영하는 바람에 좋은 선수를 영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열악한 상황에서 단장을 맡게 된 그는 그런 약체 구단을 4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는 기적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가 취임한 뒤 구단이 운영비를 크게 늘려 줬던 것은 아닙니다. 구단의 긴축정책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리그 꼴찌를 벗어나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을 때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 최하위 그룹에 속했습니다. 뉴욕 양키스의 3분의 1이 채 안 될 정도였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그는 어떻게 메이저리그 최고의 승률을 기록할 수 있었을까요. 해마다 천문학적인 스카우트비를 쓰면서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는 부자 구단들과 경기에서 어떻게 이길 수 있었을까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구단은 팀 구성 역량이 뛰어난 단장을 임명해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빌리 빈 전 단장은 선수 평가 방식을 대전환해 팀 구성을 획기적으로 바꿨습니다. 그는 메이저리그의 오랜 경기 데이터를 꼼꼼히 분석해 본 결과 득점을 늘리려면 타율이 높고 홈런을 잘 치는 선수가 아니라 출루율이 높은 선수를 기용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에 따라 그는 발이 느리더라도 선구안이 좋은 선수를 뽑았습니다. 투수도 구속이 빠르고 방어율이 높은 선수 대신 볼넷 허용 비율이 낮고 유인구를 던져 타자를 잘 속이는 선수를 선택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전략과 구단의 문화에 가장 적합한 선수들을 모았습니다. 저평가된 선수를 발굴해 스타로 키운 뒤 부자 구단에 비싸게 팔아 많은 이적료를 벌어들였습니다. 그는 이렇게 부족한 재원에도 불구하고 팀의 재구성을 통해 탁월한 성과를 창조했습니다.

이 같은 그의 운영 방침은 ‘머니볼(MoneyBall)’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11년엔 배우 브래드 피트 주연으로 영화가 만들어져 히트를 치기도 했습니다.

빌리 빈의 독특한 선수 선발 철학

기업의 임원 승진 기준은 각양각색입니다. 외국계 기업과 국내 기업이 다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다릅니다. 회사를 둘러싼 외부 환경과 내부 사정에 따라 임원이 해결해야 할 과제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 CEO의 경영전략도 임원 평가 기준에 영향을 미칩니다. CEO가 경영 현안에 대한 해법을 바꾸면 그 해법을 실행하는데 적합한 임원도 달라지는 겁니다. 기업에서 CEO가 바뀌면 주요 임원이 대거 교체되는 데는 이런 사정이 있습니다.

따라서 임원 승진과 평가 기준에서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단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마 100명의 전문가에게 “어떤 기준으로 임원 승진 후보를 평가하겠느냐”고 묻는다면 100개의 각기 다른 답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CEO가 기업이 처한 상황을 감안해 다양한 승진 기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 되는 것이지 애초부터 정답은 없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원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역량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구단의 단장처럼 탁월한 팀을 구축하는 역량입니다. 일반적으로 리더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은 스타플레이어의 개인기가 아니라 팀의 유효성입니다. 팀의 유효성이 리더의 성공에 80% 정도의 결정력을 행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만큼 팀은 리더의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기업들이 개인의 성과보다 공동의 목표 달성에 의미를 부여하는 보상 정책을 시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능력이 뛰어난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한 기업이 아니라 평균 이상의 임직원이 많은 기업이 좋은 성과를 거둡니다. 홈런을 잘 치는 선수 한두 명으로 야구 경기에서 승리하기가 쉽지 않은 것처럼 기업도 스타플레이어 한두 명으로 원하는 성과를 거두고 지속 성장하기는 어렵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혼자 일할 때보다 팀으로 일할 때가 제 기량을 잘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임원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경쟁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탁월한 팀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임원 후보는 대부분이 최소한 10년 이상 직장 생활을 한 사람들입니다. 팀 구축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임원 역량 평가의 핵심 기준으로 팀 구축 능력을 꼽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임원의 가운데 상당수가 말만 그렇게 할 뿐 실제로 팀 구축에 큰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업에서 고위 간부들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는 뭐니 뭐니 해도 성과입니다. 기업들이 연말에 고위 간부를 평가할 때 많은 요소를 검토하지만 평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성과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성과가 다 똑같은 게 아닙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천차만별입니다. 특히 성과의 질을 결정하는 것 중 하나가 지속성인데, 조직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성과는 지속되기가 참 어렵습니다.

팀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좋은 팀은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많은 시간을 들이면서 꾸준히 노력해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당장의 성과를 중시할 수밖에 없는 고위 간부로서는 미래를 내다보면서 팀 구축에 관심을 쏟기가 어렵습니다. 일부 임원들이 한두 번의 놀라운 성과를 계속 이어 가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단기 성과에 연연해 조직을 무리하게 가동하다가 조직력이 무너지고 직원들이 이탈하면서 성과가 반 토막 난 것입니다.

따라서 회사가 임원을 평가할 때 성과뿐만 아니라 임원이 팀을 어떻게 구축하고 유지하는지 살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성과의 양뿐만 아니라 지속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회사 구성원들에게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이니까요. 임원 승진에서 팀 구축 역량을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스타만 모은다고 이기진 못해

둘째, 팀 구축은 임원의 역량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입니다. 물론 팀 구축은 회사의 브랜드나 업무 성격, 연봉이나 노동환경에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언뜻 보면 누가 구축하더라도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팀 구축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임원들 중 일부는 “팀 구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같은 여건이라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빌리 빈 전 단장처럼 조직의 책임자에 따라 팀이 전혀 다른 모습을 띠는 경우가 많습니다. 팀 구축 역량이 뛰어난 임원은 조직 구성원이 달성하려는 목표에 적합한지 꼼꼼히 따져봅니다. 부하 직원들이 혼자 일할 때보다 함께 일할 때 더욱 빛을 발휘하는지도 평가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조직력을 해치고 동료 구성원들의 에너지를 고갈시킨다면 설령 그가 최고의 인재라고 하더라도 과감하게 포기합니다. 반대로 최고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라면 다소간의 소음이 나더라도 최대한 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팀 구축은 단순히 유능한 인재를 모으는 일이 아닙니다. 스타플레이어를 모아 놓았다고 모두 드림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조직은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에 동의하고 자발적으로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할 때 탁월한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가끔 화려한 경력의 선수를 자랑하는 프로 구단들이 무명의 선수들로 구성된 아마추어팀에 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아무리 개인 능력이 뛰어난 구성원들이 모여 있다고 하더라도 조직원들의 결속력이 약해져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하면 그 조직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합니다.

따라서 임원은 환하게 빛나는 별을 뽑는 것으로 임무를 끝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뽑은 별이 다른 별들과 어울려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별무리가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임원은 팀플레이 능력이 뛰어난 직원을 뽑을 뿐만 아니라 뽑은 직원이 상사나 동료들과 협업을 잘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특히 우수한 팀이 아니라 판을 바꿀 정도의 탁월한 팀을 구축하려면 개성이 강한 스타플레이어들이 합심해 팀의 목표 달성에 매진할 수 있도록 조직을 이끌어야 합니다.

모든 조직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조직 책임자의 능력만큼 성과를 만들어 냅니다. 조직 책임자가 팀원을 바꾸고 팀의 운영 방식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귀하의 회사도 빌리 빈 전 단장처럼 팀 구축에 관심을 갖고 있고 팀 구축 역량을 갖춘 사람을 임원으로 승진시켜야 합니다.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18-06-05 12:49

가장 기대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서비스는 무엇입니까.
투표하기 결과보기

2018.09
통권1191
Business 통권1191호 이미지
'스파오' 성공 스토리
지난호 보기정기구독신청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