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리스크 관리 위해 보험 필수…통독 때도 재보험사 순익 급증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연이은 정상회담과 고위급 회담 개최로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철도와 건설 등이 대표적인 경협 수혜 업종으로 꼽히지만 숨은 알짜 비즈니스는 따로 있다. 바로 경제협력 사업의 안전장치이자 리스크 관리 수단인 ‘보험’이다.

특히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재보험(이하 코리안리)이 의외의 ‘남북 경협주’로 부각되고 있다.

‘55조원 황금알’을 낳는 남북 경협 시대를 맞아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인 코리안리가 재조명되고 있다.
남북 경협 훈풍에 '코리안리' 웃는다
◆기대감에 52주 신고가 근접

재보험(re-insurance)은 말 그대로 보험회사들이 가입하는 보험이다. 보험회사들도 인수한 보험 계약 관련 보상 책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다른 보험사나 재보험사에 전가하는 보험에 가입한다.

보험사의 위험을 분산해 경영 안전성을 도모하고 제한된 담보 능력 때문에 특정 위험에 대한 보험 계약 인수가 불가능할 때 등 다양한 경우에 재보험을 활용한다.

국내에도 재보험사가 있다. 1963년 문을 연 코리안리(옛 대한손해재보험공사)다. 현재 국내 유일의 전업 재보험사로 지난 55년간 한국 재보험 시장을 독점해 왔다.

1978년 정부의 보험 산업 현대화 정책에 따라 민영화됐고 2002년 과거 국영기업의 이미지를 없애고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현재의 코리안리로 사명을 바꿨다.

코리안리의 주가는 5월 28일 한때 장중 1만3400원을 찍으며 올 들어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2017년 8월 2일 기록한 52주 신고가(1년 내 새로운 최고 가격)와 단 100원 차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깜짝’ 2차 정상회담이 개최된 직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언으로 급냉각된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살아난 시기였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공단$자원$항만$철도 등 어떤 사업이 추진되더라도 재보험이 필수”라며 “중$장기적으로 남북 경협에 따른 수혜가 더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애널리스트는 △공장 설립 시 설계업자 전문 배상책임보험 △건설 시 기술보험 △자재 운반 시 해상·적하보험 △건설 완료 후 재물보험과 배상책임보험 등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 경협 훈풍에 '코리안리' 웃는다
◆코리안리 “지나친 기대 부담”

역사적 사례 역시 장밋빛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북한과 미국의 제네바 합의 이후 북한에 ‘경수로 2기 건설 사업’이 전개된 1994년 당시 관련 보험료 액수가 900억원대에 달했다. 1994년 국내 기업성 보험 시장이 1조2000억원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매우 큰 규모다.

독일도 통일 과정에서 재보험사인 뮌헨리가 큰 수혜를 봤다. 당시 독일 증시는 1990년 8월을 고점으로 통일 시점인 1990년 10월까지 31%나 급락하고 통일 이전 주가 회복까지 41개월(3년 5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혼란을 겪었다.

반면 재보험사인 뮌헨리는 1990년 이후 3년간의 인덱스(지수) 대비 50%포인트 수준의 초과 상승을 기록했다. 비단 주가뿐만 아니라 통일 전후 가파른 매출 성장과 순이익 증가를 보였다.

뮌헨리의 일반 보험 경과 보험료 증가율은 1990년 이전 3년 연평균 5.6%에서 1991~1993년 연평균 10.9%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순이익 역시 1990년 이전 약 2000만 유로에서 1993년 약 8000만 유로로 급성장했다.

이렇다 보니 남북 경협 활성화 분위기와 맞물려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인 코리안리가 주목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 애널리스트는 “남북 경협은 국내시장의 성장 한계 때문에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던 코리안리에 매우 큰 성장 기회”라고 분석했다.

코리안리는 아직은 이 같은 시각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남북 경협이 구체화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남북 경협과 관련해 아직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는 상황”이라며 “남북 경협 수혜주로 언급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남북 경협 훈풍에 '코리안리' 웃는다

◆‘글로벌’ 코리안리 이끄는 “Mr. 원”


남북 경협이 본격화하면 2050년 세계 3위 재보험사에 올라선다는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의 ‘비전 2050’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취임 5년을 맞은 원 사장은 보험업계에서도 유명한 ‘도전적인 리더’로 꼽힌다.

특히 해외 사업에 대한 그의 도전 정신은 남다르다. 2050년까지 세계 3위의 재보험사가 되기 위해 해외 매출 비율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그동안 영국 런던의 보험 시장인 로이즈 진출, 두바이와 말레이시아 라부안 지점 설치 등의 성과를 거뒀다. 현재 상하이와 스위스 현지 법인 설립도 추진 중이다.

코리안리의 해외 수재(受再 : 재보험을 제공하고 보험료를 받음) 보험료는 2014년 1조2697억원에서 2017년 1조6401억원으로 증가했고 해외 매출 비율 또한 21.2%에서 22.8%로 1.6%포인트 늘었다.

뮌헨리$스위스리 등 유럽계 재보험사들이 세계시장의 50% 이상을 점하는 상황에서 이룬 성과다. 원 사장의 단기 목표는 2020년까지 해외 매출을 3조8000억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세계 거점지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코리안리 뉴욕사무소장 출신인 원 사장의 뛰어난 국제 감각 또한 코리안리가 국제 무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데 기여하고 있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