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일동제약 ‘벨빅’시장 선점, 대웅제약 ‘디에타민’ 등 맹추격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세계보건기구(WHO)는 2006년 비만과 흡연으로 인한 만성질환이 전염병과 함께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시 WHO의 집계에 따르면 세계 비만 인구는 약 10억 명에 달했다. 서태평양 지역에서는 10명 중 7명이 심장병·뇌졸중·암 등 만성질환으로 사망한다. WHO가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한 이유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어떨까. 세계 비만 인구는 과거보다 오히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크리스토퍼 머레이 미국 워싱턴대 건강계측평가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2014년 5월 의학 전문지 ‘랜싯’ 온라인판에 게재한 보고서를 통해 세계 인구 중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이 20억 명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세계 인구 중 약 3분의 1이 비만이며 지난 30년간 비만율을 낮춘 국가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비만율은 키와 몸무게의 비율로 따지는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이들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국내 성인 남자 10명 중 4명은 비만

국내 상황도 심각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7 비만백서’에 따르면 국내 성인 여성 비만율은 19.5%, 남성은 35.7%에 달한다.

특히 30대 남성은 체질량지수 30 이상인 고도 비만율이 7.3%, 35 이상인 초고도 비만율이 0.3%에 이르는 등 비만율이 46.3%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성인 비만율은 2015년 28.1%에서 2016년 28.58%로 증가했다.

비만에 대한 경각심이 확산되면서 비만 치료제 시장도 커지고 있다. 식이요법이나 운동 등으로 체중 감량이 어려운 비만 환자라면 약물치료를 고려해 볼만하다. 다만 약물 처방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약 먹고 살 뺀다’…커지는 비만 치료제 시장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식욕억제제는 식욕을 느끼는 뇌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하는 약물이다. 대부분의 식욕억제제는 약에 대한 의존성 때문에 마약류로 분류된 향정신성의약품이다.

식욕억제제는 체질량지수가 높은 고도 비만 환자에 한해 기본 4주 이내, 의사 판단에 따라 최대 3개월 이내 단기간 처방하는 것이 원칙이다. 식욕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하다가 끊게 되면 우울증 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등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다이어트제는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시부트라민’ 등의 성분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 특히 주의해야 한다. 시부트라민은 심혈관계와 신경계통에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된 성분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은 약 1000억원 규모다. 일동제약의 벨빅과 대웅제약 디에타민, 알보젠코리아의 푸링 등이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업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벨빅은 지난해(122억원)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처방액 1위(24억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처방액 90억원으로 점유율 2위를 기록했던 디에타민은 올해 1분기 처방액 22억원으로 벨빅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약 먹고 살 뺀다’…커지는 비만 치료제 시장
벨빅(성분명 로카세린)은 미국 아레나제약이 2012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은 비만 치료제다. 국내에서는 2015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벨빅은 기존 향정 식욕억제제(펜터민·펜디메트라진·디에틸프로피온·마진돌 성분 등)와 달리 장기간 처방 및 투약이 가능하다는 게 일동제약과 제조사 측의 설명이다.

일동제약에 따르면 비당뇨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2년간 시행한 임상 연구 결과 벨빅 투여군은 1년 만에 8.1%의 체중이 감소했다. 이후 임상 기간 동안 벨빅 투여를 중단한 환자는 체중이 다시 증가한 반면 벨빅 투여를 지속한 환자의 약 68%가 감량 상태를 유지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벨빅은 대규모 장기 임상 시험을 통해 체중 감량에 관한 유효성 입증은 물론 부작용 및 장기 사용 등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디에타민(성분명 펜터민)은 대웅제약이 생산하는 비만 치료제로 2005년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한국인 비만 환자에게 12주 투여 시 7.2kg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는 게 대웅제약의 설명이다.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은 펜터민 성분이 전체의 약 40%를 차지한다. 디에타민은 펜터민 제제 중 약 25%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하루에 한 번만 복용해도 되는 편의성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살을 빼고자 하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약 먹고 살 뺀다’…커지는 비만 치료제 시장
◆비향정신성 식욕억제제 점유율 ‘쑥쑥’

최근에는 비향정신성 식욕억제제가 등장하면서 전문의와 비만 환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미국 오렉시젠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콘트라브’가 주인공이다. 광동제약은 2016년 6월 콘트라브를 국내에 본격 출시했다. 콘트라브는 지난해 약 45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콘트라브는 세계 최초로 FDA와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동시 허가받은 제품으로, 국내 유일 비향정신성 식욕억제제다. 알코올 의존성 치료제 등으로 활용되던 성분인 날트렉손과 니코틴 의존성 치료 및 우울증 치료제로 활용되는 부프로피온 성분을 복합한 약이다. 각 성분이 식욕과 식탐을 억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고 장기 처방이 가능하다.
‘약 먹고 살 뺀다’…커지는 비만 치료제 시장
오렉시젠 테라퓨틱스는 4031명을 대상으로 56주간의 콘트라브 임상 연구를 진행했다. 세 가지 연구에서 5% 이상 체중 감량자가 60~80%를 차지하는 등 비만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

이상지질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는 혈중 중성지질 감소와 함께 몸에 좋은 HDL-콜레스테롤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2형 당뇨 환자에게서는 당대사가 개선되는 등 2차 유효성이 입증되기도 했다.

스콧 칸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미국 의료 전문가들에 따르면 콘트라브는 오랫동안 사용돼 온 펜터민 제제에 비해 장기간 체중 감소 효과 및 유지, 안전성과 내약성, 식탐 조절 개선 등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며 “혈압 상승과 심장박동 수를 증가시키지 않고 비향정신성 의약품이라는 측면에서도 월등하게 나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