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179호 (2018년 07월 04일)

“한국의 아마존 되겠다” 유통 공룡들 e커머스 강화 드라이브

-롯데 ‘온라인 통합’·신세계 ‘1조 투자’·SK ‘11번가 독립’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국내 대기업들이 e커머스 시장에서 격돌한다. 롯데·신세계·SK가 일제히 e커머스 강화를 외치며 패권 다툼에 나섰다. 롯데와 신세계는 올해 e커머스에 각각 3조원과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가장 최근 11번가까지 독립 법인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하게 되면서 e커머스 시장에서 롯데·신세계와 맞붙게 됐다. 

이처럼 국내 대기업들이 e커머스에 돈을 쏟아붓는 이유는 e커머스가 기업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 핵심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전 세계 오프라인 매장은 그 어느 때보다 전망이 어둡다. 소비 패턴의 변화와 함께 다변화된 구매 채널은 오프라인 매장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흔들기 시작했고 오프라인 유통시장은 빠르게 움츠러들고 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미국 백화점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유명 백화점 체인 중 하나인 카슨스(Carson’s)가 164년 의 역사를 마감하고 8월 전 매장을 폐점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백화점 체인 시어스홀딩스(Sears Holdings)와 메이시스(Macy’s)도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각각 100개 이상의 매장을 폐점했다. 

한국 오프라인 유통업계 역시 이러한 소비 패턴의 변화 속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한국 백화점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은 이미 3년 연속 신규 출점을 멈춘 상태다. 롯데는 이에 더해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전국 34개 점포 중 6개점이 1~2년 내에 영업권을 타 유통사에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점포 줄이기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고 경영 효율화에 나선 것이다. 

반면 온라인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을 중심으로 고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2018년 1분기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5조71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4%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 중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약 60%인 15조4849억원으로 30.8% 성장하며 지속적인 증가 추세다. 온라인 채널을 통한 해외시장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온라인 시장의 성장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자 상거래 시장은 유통 공룡 가세로 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옴니채널·가상현실(VR)·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생체인식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쇼핑 기술은 시장을 무궁무진하게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국내 전자 상거래 시장 규모는 80조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규모가 내년에 1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이 ‘한국판 아마존’을 꿈꾸며 e커머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11번가 SK플래닛에서 독립 

11번가는 SK플래닛에서의 독립을 앞두고 있다. SK그룹은 e커머스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SK텔레콤 자회사인 SK플래닛이 운영하던 11번가를 신설 법인으로 분리 운용하기로 했다.  

SK플래닛은 6월 19일 이사회를 열고 11번가를 인적분할하는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11번가를 신설 법인으로 떼어내 시시각각 바뀌는 쇼핑 트렌드에 발맞출 수 있는 가볍고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SK플래닛의 직원은 1600명이며 이 중 900여 명이 11번가 소속이다. 신설 법인은 9월 1일 출범할 예정이다. 

11번가는 이를 통해 이베이코리아·쿠팡과 벌이는 온라인 시장 선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구상이다. 11번가는 거래액과 방문자 수에선 업계 선두권이지만 지난해 2497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 실적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SK그룹은 11번가를 신설 법인으로 분리한 뒤 국민연금 등에서 5000억원을 투자받아 ‘한국판 아마존’으로 키운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우선 물류망을 정비해 배송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11번가는 CJ대한통운 등 전문 물류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배송을 회사가 책임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1번가는 보이스 쇼핑 등 AI를 활용한 새로운 쇼핑 서비스도 선보인다. 지금까지는 다양한 상품과 빠른 배송, 저렴한 가격 등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큐레이션이 e커머스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등 SK그룹 ICT 패밀리와의 시너지 창출도 기대된다. 11번가는 5000억원 규모의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기반의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상품 경쟁력에서도 검색·주문·배송까지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선보일 계획이다.

SK플래닛은 포인트 마일리지 서비스 ‘OK캐쉬백’과 모바일 지갑 ‘시럽 월렛’ 등 데이터 기반 마케팅 플랫폼 사업들을 SK텔레콤의 자회사 SK테크엑스와 합병해 국내 최고 수준의 데이터·테크 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챗봇과 IoT 플랫폼 등 보유 기술 자산을 솔루션 상품화해 다양한 외부 협력사들과 함께 ICT 생태계 확장에 기여할 계획이다.

SK플래닛은 “국내에 서비스 경험과 기술 역량을 함께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며 “합병 법인은 이번 개편을 통해 지금까지 사업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결집해 국내 유일무이한 데이터·테크 선도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 vs 신세계 격돌  


11번가의 독립 선언 전 ‘유통 공룡’들의 조 단위 투자가 이미 예고됐었다. 

롯데는 지난 5월 백화점·대형마트 등 8개 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통합해 하나의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롯데의 지난해 온라인 매출은 약 7조원 규모로 각 계열사별로 업종의 특성에 맞춰 별도로 온라인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이 산재돼 있어 시너지를 발휘하기 어려웠다. 온라인몰을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롯데는 온라인 사업에 3조원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고 옴니채널을 완성할 롯데만의 ‘O4O’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는 각 계열사에서 온라인 전담 인력을 모아 8월 롯데쇼핑에 ‘e커머스 사업본부’를 만들고 앞으로 5년간 3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롯데의 O4O 전략은 옴니채널 완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다. 고객 구매 이력과 각 계열사별 물류·배송 시스템을 통합해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형태의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롯데는 계열사별로 보유하고 있는 고객 구매 데이터를 통합할 예정이다. 계열사 간 경계 없는 혜택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롯데는 국내 최다 멤버스 회원(3800만 명)과 오프라인 채널(1만1000여 개)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1만1000여 개의 오프라인 채널을 배송 거점으로 활용해 기존 스마트픽 서비스를 뛰어넘는 계열사별 경계 없는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예약 배송, 실시간 배송 등 고객이 좀 더 편리하게 배송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옴니채널 체험 매장, 무인 점포도 늘려 나갈 계획이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는 “롯데는 롯데닷컴 합병을 시작으로 신성장 동력인 온라인 사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옴니채널 완성을 위한 롯데만의 O4O 전략을 통해 2022년까지 매출 20조원, 업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1월 e커머스 사업에 1조원 이상의 해외 사모펀드 투자를 유치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 회사를 설립할 계획도 내비쳤다. 그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증설 등 인프라 확보에 주력해 왔던 것과 달리 e커머스 사업만을 전담할 별도 법인이 탄생한다. 

신세계는 외국계 투자 운용사인 BRV캐피탈매니지먼트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2개사로부터 1조원 상당을 투자받을 계획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2년간 온라인 사업을 이어 왔다. 1997년 신세계몰 오픈이 시초다. 2000년 이후에는 온라인 사업을 본격화했다. 계열사 신세계I&C 내 사업부에서 운영되던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은 2004년과 2010년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로 편입됐다.

신세계그룹은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SSG.COM)을 2014년 1월 오픈한 뒤 온라인 통합 플랫폼 SSG.COM 아래 이마트몰·신세계몰 등을 별도로 운영해 왔다.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NE.O) 1호점을 같은 해 6월 오픈했다. 경기도 보정에 오픈한 네오 1호점의 물동량 추이를 지켜본 뒤 2016년 2월 경기도 김포에 네오 2호점을 세웠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오프라인 채널을 다각화할 뿐 아니라 온라인 시장을 강화하고 나섰다. 정 부회장은 지난 3월 하남에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 아마존을 능가하는 온라인 물류센터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하남에 세상에 없던, 아마존을 능가하는 최첨단 온라인센터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류센터라고 하기보다는 온라인 사업의 심장부이자 분사하게 될 SSG닷컴의 핵심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마트가 최근 확보한 해당 부지 총면적은 2만1422㎡ 규모로 입찰 가격은 972억원이다. 

신세계에 따르면 하남에 건립하고 있는 온라인센터는 단순 물류센터가 아니다.  30층 아파트 높이로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예술성을 겸비한 건물로 지어 곧 분사하는 SSG닷컴의 핵심 건물로 활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하남시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국내 e커머스 시장 특성 파악해야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5년 SSG닷컴 통합 당시 1조806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매년 두 자릿수 늘어나 지난해엔 2조59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들어선 2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배송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편리함 등 소비자 친화적인 경쟁력을 내세운 이마트몰은 올 1월 매출 1조원 문턱을 넘어섰다. 다만 영업 활동을 통해 이익을 내지는 못했다.

유통업계는 신세계그룹이 온라인 사업을 주도할 별도 법인을 출범시키며 롯데그룹과의 전면전이 불가피해졌다고 내다본다. 서로의 차별화 포인트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처럼 롯데·신세계가 대규모 투자로 온라인 물류·배송을 강화하고 기존 유통망이 지닌 강력한 구매력으로 시장에 참전하면서 기존 e커머스 기업들도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e커머스를 강화하는 기업들은 국내 전자 상거래 시장이 가진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김 애널리스트는 “국내 전자 상거래 시장은 포털 사이트 경쟁력(가격 검색)이 막강하고 미국과 중국 대비 소매시장 규모가 작아 전자 상거래 기업의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가 힘들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사업부 간 시너지는 물론 콘텐츠 쇼핑 등 차별화된 카테고리를 선보이며 유통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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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7-0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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