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쉐·벤츠·BMW 등 프리미엄 브랜드 제치고 ‘우뚝’…“외신도 놀랐다”
현대·기아·제네시스, 미국에서 신차 품질 1~3위 ‘싹쓸이’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현대차와 기아차, 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 완성차 3인방이 미국 신차 품질 조사 종합 순위 1~3위를 모두 석권했다.

현대차그룹의 3개 차 브랜드가 포르쉐·메르세데스-벤츠·렉서스 등의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치고 이 조사에서 1~3위를 휩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월 21일 발표된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 JD파워의 ‘2018 신차 품질 조사(IQS)’에 따르면 전체 31개 브랜드 중 제네시스가 1위, 기아차가 2위, 현대차가 3위를 기록했다.

특히 제네시스는 31개 전체 브랜드 중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 1위 자리도 2년 연속 차지했다. 독일과 일본 프리미엄 브랜드가 양분해 온 미국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 지 2년 만에 최고 성적인 68점을 기록했다.

◆ ‘정몽구 품질 경영’ 미국에서 통했다

JD파워의 신차 품질 조사는 구입 후 3개월이 지난 신차 100대당 제기된 불만 건수를 지수화한 것으로, 점수가 낮을수록 품질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다.

조사 결과는 미국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기준으로 적극 이용되고 업체별 품질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돼 판매 확대와 이미지 제고에 높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차급별로는 제네시스의 기함인 EQ900(현지명 G90)이 대형 프리미엄 차급 1위로 최우수 품질상을 수상했다. G80는 중형 프리미엄 차급에서 우수 품질상을 받았고 베스트 프리미엄 브랜드상에도 이름을 올렸다.

제네시스는 2015년 11월 탄생한 이후 1년도 안된 2016년 8월 미국 시장에 독자 브랜드로 진출했다. 미국은 포르쉐·벤츠·BMW·렉서스 등 글로벌 프리미엄 세단의 대표적인 판매 거점으로 최대 격전지다.

그만큼 이번 조사 결과는 제네시스의 미국 시장 조기 안착과 성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내년에는 브랜드 최초의 프리미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보여 SUV 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
기아차는 전체 2위는 물론 일반 브랜드 부문에서 2015년부터 4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점수는 72점이다. 기아차는 쏘렌토가 중형 SUV 차급에서, 프라이드(현지명 리오)가 소형 차급에서 각각 1위에 올라 ‘최우수 품질상’을 수상하는 성과도 거뒀다.

또한 K3·K5·스포티지·카니발도 각각 우수 품질상을 획득해 총 6개 차종이 최우수 및 우수 품질상을 받았다.

현대차는 74점으로 전체 3위, 일반 브랜드 2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2006년, 2009년, 2014년 일반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조사에는 4위에 그쳤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2위로 두 단계 상승했다.

또 투싼이 소형 SUV 차급에서 1위인 최우수 품질상, 싼타페가 중형 SUV 차급에서 우수 품질상을 받았다. 이와 함께 투싼을 생산하는 울산 52공장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우수 품질 공장상 동상을 수상했다.

현대차그룹이 JD파워의 품질 조사에서 1~3위를 휩쓴 것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고집해 온 ‘품질 경영’ 덕분이다. 정 회장은 1999년 취임 이후 품질 경영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미국·유럽 등 해외시장 방문을 통해 품질 불량 차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곧바로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판매 급감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인식한 정 회장은 품질 경영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했다.

생산·영업·애프터서비스 등 부문별로 나뉘어 있던 품질 관련 기능을 묶어 품질총괄본부를 발족시키고 매달 품질 및 연구·개발, 생산담당 임원들을 모아 품질 관련 회의를 주재했다.

시중에 팔리고 있는 차에 대한 문제점을 점검하는 것은 물론 개발 중인 차의 실물을 회의 참석자들과 함께 만져보고 들여다보며 품질 개선 방안을 하나하나 지시했다.


정 회장은 취임 초 미국을 방문해 미국 시장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현대차의 모습을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정 회장은 미국 출장길에서 돌아오자마자 JD파워에 품질과 관련된 컨설팅을 받도록 지시했다.

좋은 품질의 차를 생산해야 한다는 정 회장의 철학 때문에 생산 라인이 중단되기도 하고 신차 출시 일정이 미뤄지기도 했다.
현대·기아·제네시스, 미국에서 신차 품질 1~3위 ‘싹쓸이’
(사진)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미국 총괄매니저 어윈 라파엘(왼쪽)이 시장조사 업체 JD파워 관계자와 함께 신차 품질 조사 브랜드 1위 상패를 들어보이고 있다./ 현대차 제공

◆ “벤츠·BMW 넘어섰다” 외신 호평 쏟아져

한편 현대차그룹 자동차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외신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한국 브랜드인 제네시스·기아차·현대차가 품질 순위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사람이 개를 문 격에 해당된다”며 놀라워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자동차 브랜드가 미국인 운전자들이 원하는 바를 알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렸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도 “G80와 G90를 만든 제네시스는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짚어냈다”며 “G80는 럭셔리 브랜드 중 최고로 인정받기에 충분하다”고 전했다.

미국 최대 매체인 USA투데이는 “JD파워 신차 품질 조사의 승자는 메르세데스-벤츠나 BMW가 아니라 놀랍게도 한국 자동차 브랜드였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한국 자동차가 품질 조사에서 포르쉐를 눌렀다”며 “현대차가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고무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 폭스뉴스는 “현대차그룹이 JD파워 신차 품질지수를 휩쓸었다”고 전했다. CBS는 “한국이 또 뉴스를 만들어 냈다”며 “이번에는 국제 정치 상황이 아니라 미국인들이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JD파워의 신차 품질 조사 톱 3를 석권한 것”이라고 전했다.


cw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