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담팀’이끄는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팀장 vs 유승민 삼성증권 팀장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요즘 증권가는 ‘북한 열공’에 푹 빠져 있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감에 따른 것이다.

리서치센터 내에 북한 전담팀을 꾸리는가 하면 앞다퉈 북한 투자와 관련한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한반도신경제팀장(이사)과 유승민 삼성증권 북한투자전략팀장을 만나 남북 경협 관련주 투자 전략을 물었다.
증권가 ‘북한 고수’ 들이 말하는 남북 경협 투자전략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겁니다. 늦어도 연내에는 남북 경협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북 경협이 본격화되면 국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별로 없다. 하지만 모든 투자자가 이와 같은 기회를 누릴 수는 없다.

더욱이 북한은 국내 투자자들에게 완전한 ‘미지의 시장’이다.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가는 오히려 큰 피해를 볼 위험이 매우 높다.

모든 투자가 그렇듯이 북한이라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을 안전한 길로 이끌어 줄 ‘정확한 나침반’이 필요하다.

이제 막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만큼 남북 경협이 본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시각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모두 “남북 경협이 생각보다 이른 시일 안에 가시화될 것”이라며 “기회를 붙잡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가 ‘북한 고수’ 들이 말하는 남북 경협 투자전략
◆“개성공단, 섬유·IT 기업에 기회”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팀장은 증권가에서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로 손꼽힌다. 소 팀장은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애리조나주립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2001년부터 엘지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전략팀에서 일하다 디스플레이 전문 애널리스트가 됐다.

2015년부터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경제학 박사과정을 공부했다. 현재는 기업분석팀장을 겸임하고 있다.

소 팀장은 먼저 “우리는 북한을 오랫동안의 대기근을 겪은 최악의 경제 상황으로 알고 있지만 북한 경제는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완만한 경제성장을 나타내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에는 100년 만의 대가뭄이 찾아오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겪긴 했지만 2016년 3.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김정은 집권 이후 일관되게 추진해 온 ‘시장화 정책’의 성과다.

김정은 정권은 2012년 6월 28일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을 도입했다. 중앙집권식 계획경제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농업·공업·상업에 자율권을 대폭 확대해 경제 발전을 추진하는 정책이다.

대표적으로 농업 분야에서 북한은 ‘분조관리제하의 포전담당 책임제’를 도입한 것이다. 농민들은 농작물의 70%를 국가에 납부하고 나머지 30%는 협동농장의 최하위 조직인 분조원들이 배분 받아 자유롭게 처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은 식량 생산량을 높이는 것은 물론 물가 안정 효과 또한 얻을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장마당’이다. 농작물을 배분받은 농민들은 물론 기업들도 목표치를 넘어선 잉여 생산물을 북한의 민간 시장인 ‘장마당’에서 유통할 수 있다.

현재 북한의 장마당만 400여 개가 넘는다. 그뿐만 아니다. 미화 5만 달러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돈주(붉은 자본가)들은 상업·금융 등 모든 경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고 5만 명이 넘는 해외 노동자들의 송금으로 북한 내부에서도 달러·위안화·유로화 등의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이미 북한 내부에서 사용되고 있는 휴대전화만 500만 대가 넘는다. 북한 경제는 이미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시장화’돼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모두 북한 경제가 고꾸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예상했지만 강력한 경제제재 속에서도 북한 경제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와 같은 배경이 작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소 팀장은 북한 시장이 개방되면 ‘유례 없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까지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며 “이미 큰 변화의 물꼬가 트인 만큼 향후 한반도 경제공동체가 현실화되면 북한 경제는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수출 지향적 산업화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소 팀장은 향후 남북 경제협력이 크게 세 지역을 축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접경지역에 자리한 ‘나진 선봉지역’과 ‘신포’를 축으로 하는 발전단지 및 광산 개발, ‘개성공단~남포특구~신의주’를 연결하는 경제 개발 전략이다.

그중에서도 개성공단은 국내 섬유 기업과 IT 기업에 큰 기회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소 팀장은 “과거의 개성공단은 미국과 유럽이 역외가공무역지대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출 중심의 기업 유치가 불가능했고 따라서 영세업체들이 중심이었다”며 “이와 비교해 북미의 외교 관계가 수립된 이후의 개성공단은 ‘역외가공무역지대’로 수출 중심의 대기업들을 유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베트남 등의 인건비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향후 개성공단의 경쟁력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소 팀장은 “국내 기업들의 대부분이 인건비 등을 이유로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상황에서 북한 시장이 열리게 된다면 굳이 기업들이 베트남까지 나갈 이유가 사라진다”며 “무엇보다 개성공단은 남한에서 직접 전력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베트남과 비교해 에너지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에서도 한국의 대기업들이 입주하기에 유리한 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소 팀장은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 분야를 ‘잠재력이 가장 높은 사업 분야’로 꼽았다. 특히 북한 단천에 있는 마그네사이트 광산은 미국·독일·영국 등으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차량 경량화와 전기기기 소형화에 필수적인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지하자원이기 때문이다. 소 팀장은 “북한의 지하자원 잠재 가치만 6조2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개발 초기 단계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인프라 투자’도 빼놓을 수 없다. 철도·운송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북한 경제 재건의 핵심은 에너지 확보에 달려 있다.

현재 북한은 송배전 시설이 낙후돼 있어 원자력·수력 등 중앙집중식 발전보다 태양광·풍력과 같은 분산형 발전이 단기적으로 경쟁력이 높다.

소 팀장은 “국내에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부지 마련과 각종 규제 이슈로 추진에 어려움이 많다”며 “북한은 이 같은 이슈가 없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OCI(폴리실리콘), 한화케미칼(태양광 셀·모듈), LG전자(태양광 셀·모듈)가 글로벌 태양광 밸류 체인을 갖추고 있어 북한에 태양광 제품들을 즉각적으로 공급하고 설치할 수 있다.
증권가 ‘북한 고수’ 들이 말하는 남북 경협 투자전략
◆“향후 5~10년, 북한 내 SOC 투자 각광”

유승민 삼성증권 팀장은 사내에서는 이미 알아주는 ‘북한통’이었다. 고려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서울증권을 거쳐 1999년부터 삼성증권에서 근무 중인 경력 23년의 베테랑 애널리스트다.

투자전략·퀀트를 주로 담당하던 그는 10여 년 전부터 북한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꾸준히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분석을 하다 보니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과 네트워크가 쌓이고 그 역시도 전문가가 됐다.

특히 해외 고객의 비율이 높은 삼성증권은 외국의 금융 전문가들이 ‘북한 관련 이슈 분석’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해외 고객은 물론 국내에서도 금융시장의 관점에서 ‘북한 이슈’ 분석을 원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인물이 됐다. 현재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을 겸임하고 있다.

삼성증권 북한투자전략팀은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던 지난 6월 12일 남북 경협과 관련한 첫 보고서를 발간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한반도 CVIP의 시대로’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는데, CVIP는 완전하고(Complete), 가시적이며(Visible),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번영(Prosperity)이라는 뜻이다. 보고서의 제목에서부터 기대감과 확신이 넘친다.

유 팀장은 “북한은 올해를 기점으로 ‘경제 강국’을 목표로 모든 정책 노선을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가 생각하던 것보다 꽤 오래전부터 전략적으로 시장 개방을 준비해 온 북한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확신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6년 조선노동당 7차 대회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향후 북한에 대한 비전을 ‘사회주의 강국의 완성’으로 제시했다.

유 팀장은 “아버지 김정일 시대에는 이 구호가 ‘강성 대국의 건설’이었다”며 “북한 국민들은 지도자가 제시하는 국가 노선을 모두 다 암기하고 있는데, 강하고 번성하는 나라를 ‘건설’이 아닌 ‘완성’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이는 장기적으로 김 위원장의 정권 유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를 위해 정치사상강국·군사강국·과학기술문명강국·경제강국을 표방하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올해 초 김 위원장의 신년사다.

유독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강조했는데, 북한 국민들에게 ‘군사강국’과 ‘과학기술문명강국’이 완성됐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의도다. 그러니 이제 남은 것은 ‘경제강국’이다.

유 팀장은 “현시점에서 북한이 경제 발전으로 노선을 확실히 튼 만큼 핵과 미사일은 이제 그 필요성이 다했다”며 “김일성의 110주년 생일이자 김정일의 80주년 생일이 되는 2022년까지 북한이 ‘사회주의 강국의 완성’을 발표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현재 김정은 위원장의 시간표가 더욱 급박하다“고 말했다. 향후 핵은 경제 개발을 위한 ‘협상의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11월 미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이벤트’가 필요한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양국의 시간표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와 같은 정치적인 맥락을 고려해 볼 때 북한의 비핵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유 팀장은 이르면 올해 9월, 아주 보수적으로 예측하더라도 연내에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일부가 풀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되면 북한은 초기에 일부 특구를 중심으로 개혁·개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 팀장은 “북한이 지금의 동유럽을 대신해 ‘제조업 생산 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투자자들로서는 남북 경협이 ‘수십 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체제 안정을 고려해야 하는 북한은 초기에 다 오픈하기보다 김 위원장의 고향인 ‘원산’ 등에 개발 중인 경제특구를 시작으로 단계적인 개방을 추진해 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 팀장은 “북한도 시장 개방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며 “대규모 프로젝트일수록 한국의 대기업들이 핵심적 역할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향후 남북한의 경제협력은 3단계 과정을 거치며 관련 산업이 확대될 전망이다. 1단계는 ‘경제 기반 구축, 신뢰 형성 기간’이다. 이 단계의 핵심은 인프라 투자다.

이와 동시에 생필품·식량·의약품 등의 인도적 지원이 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단계에서는 건설·건자재·에너지·발전·운송·통신·기계·철강·원자재·소비재·제약 등이 유망하다. 금융은 국영은행 등을 중심으로 일부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단계는 ‘남과 북 사이에 불신 해소와 개방 확대 기간’이다. 남북이 공동으로 자원 개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엔 특히 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개방 지역과 산업이 확대될 수 있다. 이때는 자원 개발, 관광, 물류 산업 등으로 수혜가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업의 지원은 민간까지 넓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3단계는 ‘실질적 투자, 협력 본격화 기간’이다. 과거 동구 유럽과 같이 북한이 수출 산업의 생산 기지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조립 공장 설립이 가능할 것이고 이를 지원할 물류센터를 설립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첨단 산업인 IT·바이오 연구단지가 조성되고 금융시장의 개방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 비즈니스 제 1181호(2018.07.16 ~ 2018.07.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