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사람들을 위한 자본주의]
-만연한 '정실주의'에 무너지기 시작한 미국의 초상
‘진정한 경쟁’을 통해 사람을 위한 자본주의로 돌아오라

[한경비즈니스=전준석 한경BP 주간] 한국은 산업화를 통한 경제 발전과 시민혁명을 통한 정치 민주화를 이룬 기적의 나라다.


하지만 양극화, 직장 안정성 저하, 교육비·주거비 상승, 가계 부채 증가, 안전 악화, 환경 파괴 등의 불안 요인으로 행복지수는 매우 낮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일까.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조직은 기업이다. 오늘날 자본주의의 번영은 기업이 이룩한 업적이다.


좋은 기업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성장할 수 있어야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가 성장한다. 단순히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저임금 노동자들의 일자리만 빼앗을 뿐이다. 노조도 기업이 생존해야 생존한다.


◆‘아메리칸 드림’의 붕괴


이 책의 저자인 루이기 진갈레스는 미국의 자유 시장 시스템에 의해 꿈을 이루고 수혜를 본 경제학자다.


그는 미국의 자유 시장 개념이 견고한 기업의 이해관계들에 의해 점차 장악돼 미국 민주주의의 균형 상태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점에 분노한다.


미국의 자본주의 시스템은 곧 ‘자유’의 상징이다. 누구든지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는 공평한 기회의 원칙은 미국인들은 물론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미국으로 건너온 수백만의 이민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할 만큼 위대하고 매력적인 것이었다.


능력주의와 경쟁이 죄악으로 간주되지 않은 나라, 그것이 바로 ‘미국’이고 그 근간을 이루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 각지에서는 ‘티파티’ 혹은 ‘월가를 점령하라’와 같은 자발적인 사회운동들이 벌어지고 있다. 최고경영자의 집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시위의 주제 가운데 몇 가지는 대중에게 폭넓은 지지를 얻었고 미국의 자본주의가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불안과 의구심은 많은 학자들을 공공의 광장으로 불러들였다.


실제로 미국의 정실주의는 생각보다 곳곳에 만연돼 있다. 도산하게 내버려 두기에는 너무 큰 대기업과 은행들, 로비를 이용한 가장 해로운 정실주의가 존재하는 공립학교 제도 등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시장을 지배하고 규제 기관을 포획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이자 전 세계 자유의 수호자들의 본보기였던 미국 자본주의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다.


문제점들은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고 개혁을 주도해야 하는 정부가 시장을 지배하는 대기업과 기득권 세력에 의해 포획되고 있다는 것에 많은 사람이 분노를 느꼈다.


지금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 대부분을 우리도 안고 있다. 한국 역시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세계화의 물결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우리의 경제적·사회적 시스템이 미국의 것과는 다르지만 우리가 지금 안고 있는 문제점이 어떻게 발생한 것인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리고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에서 우리의 해결책도 발견할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 비즈니스 제 1182호(2018.07.23 ~ 2018.07.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