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김태기의 경제돋보기]‘경제의 진짜 뇌관’ 제조업·서비스업 불균형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내년에도 실제 경제성장이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 경제는 몰락의 길로 들어선다. 민간 연구소는 물론 국책 연구기관과 국제경제 기구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해 왔다. 이들은 내년에는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도 부진해 성장률이 2% 중반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줄면서 건설업 등도 부진하고 특히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 경제는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한국 경제는 사방으로부터의 충격에 시달려 왔다.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생산성 향상 없이 인건비만 올랐다.

내년에는 더 심각하다.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 인상되고 노동시간 단축법의 효과까지 겹치면서 인건비가 빠르게 올라갈 것이다. 더군다나 금리까지 올라 ‘고임금·고금리, 저생산성·저부가가치’가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과열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마당에 한국은 버텨왔지만 한계에 부닥쳤다. 결국 금리가 인상돼 한계 상황에 직면하는 기업과 가계가 속출해 대량 실업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한국 경제의 몰락까지 걱정하는 이유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불균형에 있다. 서비스업은 고용 비율이 70%를 훌쩍 넘지만 부가가치는 60%를 밑돈다.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제조업 대비 45%에 지나지 않고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고용 비율은 선진국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규제 혁신으로 서비스업 살린 프랑스 주목

반면 선진국은 서비스업 성장이 빨라 부가가치는 70~80%, 생산성은 제조업 대비 80% 정도로 올라갔다. 하지만 한국은 서비스업의 연구·개발 투자가 선진국의 3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산업 불균형의 심각성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서비스업 무시는 자본의 해외 유출로 나타났다. 자본의 해외 유출 하면 제조업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놀랍게도 서비스업이 제조업보다 4배나 많다. 이에 따른 일자리 유출도 서비스업이 제조업보다 5배 많다. 서비스업은 못하는 것 빼고 다 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가 아니라 정부가 허용하는 것 빼고 다 못하는 포지티브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규제의 기준도 서비스업에 불리하다. 제조업과 달리 생산물이 눈에 보이지 않고 생산 과정이 유연한 점을 고려하지 않는다. 규제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업이 등장하기 어렵고 기존 시장을 놓고 제 살 깎아 먹는 경쟁만 벌이게 돼 해외로 떠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서비스업의 규제가 제조업보다 4배나 많고 생산물 시장 규제 개혁 효과가 폴란드에 이어 둘째로 크다. 과도한 규제는 창의적인 서비스 기업이 떠나고 남아 있는 서비스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경제의 몰락을 자초한다.

이런 모순을 해결한 나라로 프랑스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제조업 대비 서비스업 생산성이 미국보다 높아졌다. 프랑스는 노동 규제가 많기로 ‘악명’이 높지만 생산물 시장의 규제만큼은 대폭 완화하는 정책을 좌파와 우파 정부 가리지 않고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금년 수출이 역대 최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쟁력이 올라가 수출이 증가했다면 좋겠지만 해외 아웃소싱 효과가 크다는 점을 외면해서 안 된다. 규제로 질식 상태에 놓인 서비스업이 혁신에 나서도록 만들자. 그래야 한국 경제의 몰락을 막을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4호(2018.10.15 ~ 2018.10.2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