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석 플라이강원 대표…“과당경쟁 우려는 근거 없어”
“신규 LCC로 수요 공급 논리 뒤바뀐 항공산업 바로잡아야”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플라이강원은 3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한길만 바라보고 달려왔습니다.”


국토교통부가 ‘항공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한 지난 10월 31일 서울 청담동에서 만난 주원석 플라이강원 대표의 표정은 비장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이번이 벌써 플라이강원의 세 번째 항공운송 사업 면허 도전이다.

2016년 법인 설립 후 무려 두 차례나 실패의 쓴잔을 들이켰다. 향후 결과가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두 번의 실패를 기반 삼아 만반의 준비를 기울였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주 대표는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결정을 존중할 생각”이라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결코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결과 발표를 앞두고 과당경쟁에 대한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데요.

“그런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는데 단연코 그렇지 않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저는 20년 동안 여행업계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잔뼈가 굵었죠. 여행사를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바로 항공사와의 유대관계입니다. 항공 좌석 없이는 상품 기획 자체를 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관계를 잘 유지해야 적기에 원하는 좌석을 공급받을 수 있어요.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자본시장의 기본 논리인 수요 공급의 원칙을 따지면 일반적으로 수요자가 갑이고 공급자가 을인데 말이죠. 항공 시장은 수요와 공급 관계가 뒤바뀐 상황이에요. 항공사가 좌석을 판매하는데 오히려 이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항공사에 잘 보여야 하는 구조죠. 왜 그런지는 간단해요. 공급이 모자라기 때문이죠.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한국에서 여행업을 하는 분들 대부분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추가적으로 항공사가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다고 생각해요. 항공사들의 실적도 매년 좋아지고 있어요. 특히 LCC는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롭게 쓰고 있죠. 그런데도 과연 포화 상태라고 할 수 있을까요. 만약 포화 상태가 맞는다면 이미 항공사 몇 곳은 망하거나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왔어야 해요. 그리고 보세요. 올해만 여러 신규 사업자들이 면허 신청에 응했습니다.

시장에 진입하려는 세력이 얼마나 많은 시장 분석을 했겠습니다.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이 도출됐으니 사업을 하겠다고 도전하는 것이겠죠. 이처럼 신규 진입자가 많다는 것은 시장이 활황이라는 증거입니다. 절대 포화 상태가 아니라고 봅니다.”


-플라이강원은 이번이 세 번째 도전입니다. 두 번의 실패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선 2016년 첫 도전에선 운이 나빴다고 생각해요. 당시 면허 신청을 위해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주 노선이 중국이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국과 중국 관계가 악화되고 말았죠. 당시 정부에서 우리 사업 계획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었어요. 제가 담당자였어도 그렇게 지적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실패를 뒤로하고 두 번째 도전에서는 더욱 심혈을 기울였죠. 자본금도 기본 요건인 150억원보다 많은 185억원으로 늘리고 노선 계획도 5개국으로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지적 사항을 보완했어요. 그런데 수요 예측의 불확실성에 따른 재정 우려로 다시 한 번 면허가 반려됐습니다.

해외 여행객을 직접 강원도로 데려 오겠다는 우리의 계획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얘길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모든 수요 예측이 가능한 모든 데이터와 통계, 학자들의 연구 자료 등을 사업계획서에 넣어 객관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해외의 여행 수요를 국내로 유입시키겠다는 사업 모델은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요.


“해외 중에서도 특히 중국과 아세안 등 한국 주변국들의 여행 수요가 앞으로 급격하게 늘어날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중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곧 1만 달러가 넘어갑니다. 아세안에도 대략 6억~7억명의 인구가 있는데 매년 성장하며 그 범주에 포함되는 많은 국가의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바라보고 있어요. 그간의 국내외 연구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소득 1만 달러에 접어드는 시점에 관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삶의 질을 생각하고 일상의 탈출을 꿈꾸며 여행을 시작하는 거죠. 게다가 우리의 거점공항이 있는 양양은 성공적인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러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강원도에 있습니다. 다행히 강원도는 다양한 천혜의 자연환경과 스키장·리조트 등 각종 여가시설도 갖춰져 있고요.

해외에서의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강원도로 해외 관광객을 충분히 모을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합니다. 사실 올해 초 플라이양양에서 플라이강원으로 사명을 변경한 것도 강원도의 네임 밸류 등 여러 마케팅을 해외에서 펼쳐보자는 전략에서 이뤄졌어요. 우리가 강원도로 해외여행객을 유입시키면 국가 균형 발전에도 상당히 기여할 겁니다.”


-플라이강원 외에도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가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다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각각 전략을 잘 잡고 시장 진입을 노리는 것 같아요. 특히 에어프레미아는 중장거리 노선을 편안한 좌석으로 저렴하게 운항하겠다고 했는데 굉장히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최근 중장거리 노선이 많아지고 있고 또 국적 항공사의 좌석 비용도 종종 낮은 가격에 나오는 곳이 많은 것이 다소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에어로케이는 가격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을 들고나왔어요. LCC 기본 취지에 맞는 합리적인 전략입니다. 시장 진입에 성공한다면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당연히 기존 항공사는 우려하지만 소비자는 환영할 일이죠. 이를 국토부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문제일 뿐이죠. 가격 경쟁으로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 있을 겁니다. 국토부에서도 굉장히 판단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국토부의 결정을 존중할 겁니다.”


-만약 이번에 면허 신청이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계획입니까.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아마 신규 면허를 노리는 다른 항공사들도 마찬가지 생각일 겁니다. 다들 이미 수백억원씩 투자했는데 포기하다니요. 성공할 때까지 도전할 계획입니다. 일각에서는 항공 시장을 어항에 비유해 물고기가 많다고 표현합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항을 깨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강으로 가고 바다로 가야 합니다. 왜 어항 속에만 있어야 하느냐는 게 제 주장입니다. 반드시 이번에 면허를 받아 국내 관광산업 부흥과 신성장 동력 창출에 일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합니다. 국익에 도움이 되는 항공사가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7호(2018.11.05 ~ 2018.11.1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