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인승 승합차 홀로 탑승해 왕 된 기분…한 달 동안 이용객 10배 늘어
“심상치 않은 반응 이유 있었네”…승차공유 서비스 ‘타다’ 체험기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말로만 듣던 흰색 카니발이 도착했고 자동으로 문이 열렸다. 널찍한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점심식사를 위해 길을 걷던 이들이 잠깐 발을 멈춘 채 “저게 타다구나”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시선이 쏠리는 것 같아 괜히 우쭐해하며 차량에 몸을 실었다. 11인승 차량에 혼자 타려니 마치 고위급 인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승차 공유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타다’에 몸을 실고 출발 전까지 들었던 느낌이다. 타다는 승객이 차량을 호출하면 11인승 대형 승합차(기아 카니발)를 제공한다.

지난 10월 8일 첫 서비스를 출시한 지 이제 막 한 달이 지났는데 인기가 심상치 않다. 각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는 타다와 관련해 ‘혼잡한 지역에서도 잘 잡힌다’, ‘운전사들이 친절하다’ 등의 호평 가득 한 후기들이 올라오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누적 앱 다운로드 수가 10만 건을 넘었고 이용객 증가로 회사 내부도 바빠졌다.

타다 관계자는 “출범 초기와 비교하면 호출 건수 역시 일평균 10배가 늘어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소문으로만 듣던 인기 비결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11월 7일 점심시간을 활용해 타다를 호출했다. 이동 동선은 서울 충정로역에서 충무로역까지다.
◆승차 거부 걱정 없는 ‘타다’
가입 절차는 간단했다. 앱을 다운로드 받아 이름과 전화번호, 결제할 카드 정보 등을 입력하자 바로 서비스 이용이 가능했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모두 지정한 뒤 차량 호출하기를 눌렀다.

곧바로 인근에 있는 차량이 배정됐고 약 8분 뒤 도착한다는 메시지가 떴다. 기다리는 시간이 다소 길었지만 평소 다른 앱을 이용했을 때 배차부터 지연되는 일이 빈번했던 점을 감안하면 만족스러웠다.
“심상치 않은 반응 이유 있었네”…승차공유 서비스 ‘타다’ 체험기
예정된 시간에 맞춰 차량이 도착했다. 차량 내부에는 방향제와 휴대전화 충전기가 놓여 있어 탑승객들의 편의를 고려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듣던 대로 운전사(타다 드라이버)도 친절했다. 자리를 잡자 뒤를 돌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목적지로 모시겠습니다”라고 했다.
문이 스르륵 자동으로 닫히고 유유히 출발했다. 그렇게 탑승을 만끽하며 목적지를 향해 가던 찰나 불현듯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사실 쏘카가 타다를 내놓으며 가장 강조했던 것 중 하나가 ‘탑승 거부가 없다’는 점이었다. 고객이 설정한 목적지를 운전자에게 보이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이를 사전에 방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타다 드라이버가 목적지를 알고 가는 것일까. 대뜸 이런 질문을 던지자 타다 드라이버는 “승객이 차량에 탄 뒤 탑승 완료 버튼을 누르면 이때부터 목적지가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이런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더라도 타다 드라이버는 승객의 목적지를 보고 승차 거부를 할 이유 자체가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타다는 드라이버들의 급여를 운행 수익에 따라 결정하지 않고 시급에 따라 지급한다. 즉, 일한 시간만큼 돈을 받는다는 얘기다. 굳이 큰돈이 되는 먼 지역으로 가는 손님을 골라 태울 필요가 없는 셈이다.
“심상치 않은 반응 이유 있었네”…승차공유 서비스 ‘타다’ 체험기
“심상치 않은 반응 이유 있었네”…승차공유 서비스 ‘타다’ 체험기
“최근 이용객이 갑작스럽게 늘어나면서 업무 강도가 높아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엔 “드라이버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타다 드라이버의 근무는 2교대로 이뤄진다.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 그리고 오후 5시부터 새벽 3시까지다. 각 근무 시간마다 1시간의 ‘유급 휴게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시간에는 차량 배정을 받지 않도록 시스템을 설정하고 마음 편히 쉴 수 있다. 이런저런 얘기를 듣는 사이 차량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서비스 안착 위해 택시업계 반발 넘어야
요금은 차량에서 내리자 미리 등록한 카드에서 자동으로 결제됐다. 요금은 4800원이 나왔다. 평소 같은 시간에 일반 택시를 이용하면 4000원대 초반이 나오는 거리였다. 타다 관계자에 따르면 요금은 일반 택시보다 20% 정도 비싸다.
최대 탑승 인원은 5명(유아 동반 승객은 최대 7명)으로 정해 많은 인원이 동시에 이동하기에 한층 수월하다.

11인승 차량이지만 안정상의 이유로 이 같은 인원 제한을 뒀다. 사실 서비스 이용 전까지는 대형 승합차가 승객 운송에 이용되는 것을 제외하곤 타다에 특별한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타다를 이용하면서 왜 이용 후기들이 전반적으로 호평 일색이었는지 이해가 갔다. 빠른 배차와 운행의 편안함은 물론 금액적인 측면에서도 따로 불평할 만한 것을 찾기 힘들었다.
물론 개선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용객이 늘면서 배차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용객들의 불만도 서서히 나오고 있다.

여기에 대해 타다 관계자는 “300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밀려드는 배차 요청을 공급하기가 수월하지 않다”며 “향후 차량을 서서히 늘려나가 전국에서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한국에서 승차 공유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정부 규제와 택시업계의 반발이라는 두 개의 높은 문턱을 밟고 올라서야 한다. 일단 규제는 피하는데 성공했다.

현행법엔 차량 임대(렌터카) 사업자가 빌린 차를 유상으로 운송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단, 11~15인승 승합차를 빌리면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타다가 11인승 카니발로만 서비스를 하고 있는 배경이다.

정부 역시 현재 타다의 서비스에 대해 ‘합법’이라고 인정한 상태다. 다만 최근 타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택시업계의 공격이 날로 거세져 문제다.

완강한 택시업계의 반발이 계속 이어진다면 타다의 서비스 방식에 대해 정부가 다시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도 아직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타다는 향후 장애인·임산부·노인 대상인 ‘타다 어시스트’, 고급 택시 서비스 ‘타다 플러스’ 등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혀 택시업계와의 날 선 대립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승차 공유 업체 타다는…타다는 국내 카셰어링 1위 업체인 ‘쏘카’가 스타트업 VCNC를 지난 7월 인수한 뒤 선보인 첫 작품이다. VCNC는 누적 다운로드 수 2700만을 자랑하는 커플용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비트윈’을 만든 업체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창업자였던 이재웅 쏘카 대표는 VCNC의 데이터 관리와 기술 개발 역량을 높이 평가해 당시 인수를 결정했다. 향후 이를 기반으로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지난 10월 8일 출시된 타다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8호(2018.11.12 ~ 2018.11.1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