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푼돈 투자’ 유도해 세계 최대 MMF로…바로투자증권 인수해 시너지 노리는 카카오
증권사 인수한 카카오, 알리바바 ‘위어바오’의 성공 공식 따를까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2500만 명의 카카오페이 이용자가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다.”

최근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발표한 카카오의 여민수 공동대표가 11월 8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 참석해 ‘새로운 금융 서비스’에 대한 포부를 거듭 밝혔다. 카카오뱅크로 국내 은행업계에 많은 변화를 불러온 카카오가 증권업계에 또 한 번 ‘메기 효과’를 일으킬지 주목받고 있다.

◆위어바오의 성공방정식 ‘푼돈, 쉬운 투자, 높은 수익률’

현재 카카오페이의 미래를 짐작해 볼만한 가장 강력한 힌트는 중국의 핀테크 리더로 등극한 ‘위어바오’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업체 알리바바는 2013년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기반으로 금융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을 설립했다. 같은 해 6월 앤트파이낸셜은 금융 상품인 ‘위어바오’를 선보였다. 앤트파이낸셜은 2017년 카카오페이에 2300억원 정도를 투자한 바 있다. 현재 카카오에 이어 카카오페이의 2대 주주다. 이런 점에서 카카오페이가 향후 위어바오의 성공 방정식을 따라갈 가능성이 더욱 높게 점쳐지고 있다.

‘푼돈의 보물(leftover treasure)’이란 뜻을 지닌 위어바오는 쉽게 말해 머니마켓펀드(MMF)같은 단기 상품을 구조화한 금융 상품이다. MMF는 대표적인 저위험·저수익 상품으로 현재 위어바오는 주로 금융채권, 미 재무부 채권을 포함해 각국의 재무부에서 발행하는 채권, 비과세 지방채 등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위어바오는 알리페이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자산운용은 톈훙자산운용에서 별도로 맡고 있다.

위어바오의 ‘혁신’은 바로 그 이름에 숨어 있다. ‘알리페이’는 중국 내에서만 54%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강력한 결제 플랫폼으로, 영화 티켓을 구매하는 것부터 생활 요금을 납부하는 것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 타오바오와 티몰 등 알리바바 계열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은 알리페이를 통해 현금을 결제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금액이 쌓이게 된다. 이는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마찬가지다. 물건을 구매한 뒤 남은 돈은 그저 알리페이라는 가상 지갑에 묶여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위어바오는 이처럼 알리페이에 흘러들어오는 푼돈(leftover)을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며 이를 금융 상품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연계했다.

여기서 포인트는 소비자들이 MMF인 위어바오에 투자할 때 투자 금액에 어떤 제한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3년 위어바오 출시 당시만 해도 중국 자산운용 시장에서 MMF는 주로 부자들과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하던 상품이었고 따라서 거액의 돈을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위어바오는 단돈 1위안이라도 투자가 가능했다. 소비자들에게는 알리페이에 돈을 그냥 저장해 둘 바에야 금융 상품에 투자하면 매월 수익까지 챙길 수 있으니 나쁠 게 없었다. 이는 위어바오가 그동안 금융시장에서 소외돼 있던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등을 공략하는 기반이 됐다.

투자 과정이 ‘쉽고 간편하다’는 것도 선풍적인 인기 요인이 됐다. 클릭 5번이면 알리페이에 남아있는 금액을 통해 위어바오에 투자할 수 있다. 그만큼 직관적인 유저 인터페이스(UI)는 위어바오가 ‘간편하면서도 안전한’ 금융 투자 상품이라는 인식을 확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13년 출시 당시만 해도 위어바오는 투자자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돈을 넣고 빼는 것이 그만큼 쉽다는 점으로 소액 투자자들에게 어필한 것이다. 다만 현재는 위어바오가 운용하는 자산의 금액이 크게 늘어나면서 개인 투자자가 하루 출금할 수 있는 금액에 제한을 두고 있다.

높은 수익률도 빼놓을 수 없다. 2013년 당시 위어바오는 투자자들에게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7%의 수익률을 제공했다. 4년이 지난 현재는 수익률이 점차 떨어져 3~4%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예금금리 1%와 비교하면 높다.

이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되면서 결정적으로 알리페이의 사용자들은 마치 ‘게임을 즐기듯’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경험을 얻었다. 위어바오를 기점으로 소액을 중심으로 한 개인 투자자들의 금융 상품에 대한 접근성이 확 높아지면서 저축만 하던 중국의 평범한 개인들이 재테크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위어바오가 운용하는 자금은 2679억 달러(약 30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이미 JP모간의 MMF 규모를 뛰어넘어 세계 최대 규모의 MMF로 떠올랐다.

알리페이의 야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알리페이는 위어바오에 유입된 개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투자 자금을 바탕으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알리페이는 엔터테인먼트 영화나 게임에 투자하는 소셜 펀드 상품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소액 대출과 온라인 보험 사업까지 사업을 확대하며 빠르게 온라인 금융 서비스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중이다.

◆카카오, ‘금융 수익화’ 첫걸음

카카오 자회사인 간편 결제 업체 카카오페이는 지난 10월 바로투자증권의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2008년 설립된 바로투자증권은 자본금 170억원 규모의 중소형 증권사다.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의 최대 주주인 신안캐피탈과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 지분의 55% 이상을 약 400억원에 인수하면서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증권사 인수한 카카오, 알리바바 ‘위어바오’의 성공 공식 따를까
사실 카카오의 이 같은 행보는 예정된 수순이나 다름없었다. 2014년 국내 최초로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페이는 결제와 송금 등 다양한 금융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넓은 고객층을 확보하며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지만 수익성 부진이 늘 약점으로 꼽혀 왔다. 2017년 10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지만 25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역시 “카카오페이는 무료 수수료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며 “그 외 금융 비즈니스 서비스로 수익을 낼 것”이라고 줄곧 강조해 왔다.

이번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는 ‘금융 서비스 수익화’의 본격적인 첫걸음이나 마찬가지다. 향후 카카오페이는 단순 결제나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금융 상품을 판매하거나 자산 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수수료 수익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페이는 금융 당국에 금융투자업 인허가를 신청해 심사를 통과하거나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증권사를 인수할 필요가 있다.

올해 초부터 카카오페이가 온라인 펀드 판매 증권사 펀드온라인코리아 매각에 참여하고 골든브릿지증권 인수를 타진하는 등 중소형 증권사에 관심을 보여 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바로투자증권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정통 브로커리지에 집중하고 있는 증권사라는 점에서 카카오페이의 의도와 잘 맞아떨어졌던 셈이다.

알리페이의 위어바오와 마찬가지로 향후 카카오페이 역시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통해 카카오톡의 대규모 사용자 기반을 끌어올 수 있는 대중적인 금융 상품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들은 카카오톡 플랫폼 내에서 손쉽게 주식을 거래하고 펀드 상품을 구입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 플랫폼을 이용한 뒤 충전된 상태로 잠들어 있는 푼돈을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MMF 등에 연계해 투자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높다. 사회 초년생이나 대학생 등 자산 규모가 크지 않은 소액 투자자를 중점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더해 은행·카드사·증권사 등 외부 금융회사들과의 제휴를 넓혀 가며 소비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것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연내 카카오페이 플랫폼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8호(2018.11.12 ~ 2018.11.1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