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02호 (2018년 12월 12일)

“상무님은 답정너”…신입사원이 1년도 안 돼 퇴사하는 이유

-‘90년생이 온다’ 쓴 임홍택 CJ제일제당 과장 “젊은 사원들에게 ‘참여’ 허용해야”

임홍택 CJ제일제당 과장은…1982년생. 2008년 동국대 영문학과 졸업. 2018년 카이스트 경영대학 정보경영 석사. 2007년 CJ그룹 입사. 2012년 CJ 인재원 HRD. 2012년 전사스텝·고객행복센터(CRM·VOC분석). 2016년 브랜드 매니저(현). 제5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은상 수상.



#1. A기업의 신입 연수원. 신입 교육을 담당하는 박 모 과장은 연수원에서 몰래 술을 마신 신입 사원을 퇴소시키는 대신 음주 사실을 알고도 방치한 같은 방 동기 10명에게 얼차려를 시켰다. 그러자 한 신입 사원이 다음 날 박 과장에게 이렇게 전했다. “왜 술을 마시지 않았던 저도 같이 얼차려를 받은 거죠. 경찰에 과장님을 신고하려다가 동기들이 말려서 이번 한 번만 참기로 했습니다.” 

#2. B스타트업의 부장은 매일 정시에 딱 맞춰 출근하는 신입 사원을 불러 10분 일찍 다니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그러자 신입 사원은 반문했다. “10분 일찍 오면 10분 일찍 가도 되나요.”

신간 ‘90년생이 온다’에 등장하는 실제 사례다. CJ제일제당에서 신입 사원 교육을 담당하다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는 임홍택 과장은 1990년대에 출생한 직원과 소비자를 관찰하며 겪은 경험을 엮었다.

유머와 재치로 1990년대생들의 삶을 이해하는 임 과장도 예전에는 ‘극강 꼰대’였다. 하지만 신입 사원을 교육하며 90년대생들을 관찰했고 기업에서 ‘공존의 길’을 찾는 법을 연구했다.
 
입사와 동시에 이직을 준비하는 90년대생을 기업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90년대생은 왜 조직 생활을 어려워할까. 그러면 회사는 이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임 과장이 만난 많은 90년대생은 일터에서도 즐거움을 찾고 참여를 통해 인정 욕구를 충족하려고 했다. 그들은 회사가 평생 고용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헌신의 대상을 회사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자신의 미래로 삼는다. 

90년대생 또한 언젠가는 기성세대가 된다. 조직에서도, 사회에서도 앞으로의 시대를 주도할 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필수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발간 한 달도 되기도 전에 6쇄를 찍었고 대형 서점에서 경제경영 부문 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임 과장에게 “90년생은 왜 그러느냐”고 묻자 “세대가 바뀐 것이 아니라 시대가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90년생에 대해 책을 쓰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신입 사원 입문 교육을 담당하며 그들이 궁금했습니다. 1982년생인 저는 기성세대와 새로운 세대 사이에 ‘낀 세대’거든요. 제가 받았던 강압적 교육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이제 안 통하는 세대가 왔다는 걸 실감했죠.

하지만 90년대생을 무조건 ‘갑’으로 생각한다거나 ‘퇴사하고 런던 여행 가서 자아를 찾아라’ 같은 이야기를 하려고 책을 쓴 것은 아닙니다. 좋든 싫든 이제 90년대생과 함께 일해야 하고 90년대생이 사회를 주도하는 시대가 옵니다.

90년생들이 이전 세대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아가 우리는 어떤 눈으로 이들을 바라봐야 하는지 밝히는 것이 이 책을 집필한 가장 큰 이유예요. 어차피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같이 일해야 하니까 접점을 찾고 노력하자는 의미죠.”



-책에 많은 사례와 인터뷰가 실려 있네요. 
“이 책이 나오는데 6년이 걸렸습니다. 교육을 담당하면서 만난 신입 사원,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도움을 많이 얻었죠. 그들의 친구들과도 만나고 같이 학식도 먹으러 가면서 ‘90년대생이 왜 그러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또 글로벌 통계 수치를 모으고 서점에 트렌드나 세대에 관한 책, 꼰대에 관한 책들이 나오면 거의 다 읽어봤어요.” 

-사례에 나온 90년대생들의 질문이 도발적이지만 정당한 말인 것 같기도 합니다. 
“90년생들은 부당함과 비합리적인 상황을 참지 못해요. 불편함을 적극적으로 문제 삼고 나서죠. 만약 10년 전과 같으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달려든다’고 비난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사회의 부당함에 대한 정당한 저항’이라는 반응이 점차 우세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야근 문화에 익숙한 70년대생 이전 세대는 정시 퇴근 캠페인을 회사가 주는 하나의 혜택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원과 대리급은 생각이 달라요. 그들에게 정시 퇴근은 근로계약서에 명시돼 있는 엄연한 권리죠.” 

-대졸 신입 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이 30%에 달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죽을 것 같아서죠. 상사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싫거나 일이 죽을 만큼 힘들어서예요. 더 이상 농업적인 근면성이 통하지 않는 시대입니다. 80년대생과 그 이전의 출생 세대는 삶의 목적을 추구하며 힘들어도 버텼어요.

하지만 90년대생은 지금의 인생이 어떤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삶의 유희를 추구하죠. 이들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은 오직 ‘흥미’에서 나와요. 물론 90년대생들에게도 회사는 노동을 하러 오는 곳입니다. 다만 유희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일터로서의 매력을 잃게 되죠.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97%가 직장인 권태기를 겪었고 32%가 입사 후 1년 차라고 응답했어요. 이들이 직장 생활에 권태를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반복되는 업무가 지겨워서’였죠. 기존 세대들이 직장 생활에 권태를 느끼는 가장 흔한 이유는 사람 문제와 업무량이었다면 새로운 세대가 권태를 느끼는 이유는 흥미와 연관되고 있어요.”

-일에서의 재미란 무엇인가요. 
“일에서의 재미라고 하면 가끔 회사에 당구대나 게임기를 설치하고 사내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단순히 직장에 오락 시설이 설치돼 있다고 그 회사가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90년대생들에게 ‘일을 통해 배울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거예요. 90년대생에게는 무엇보다 ‘나의 성장’이 중요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미를 위해 적은 보상을 감수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들은 앞의 어떤 세대보다 보상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단지 보상의 개념이 단순한 연봉 액수가 아니라 법정 휴가 사용, 법정 노동시간 준수, 근무 유연성 등 비금전적인 보상을 모두 포함하고 있을 뿐입니다.” 

-일에 대한 가치와 일하는 방식에서 세대 간의 차이가 분명하게 갈리는 것 같습니다.  
“요즘 기업 중간 관리자들을 만나면 신입 사원들이 취업과 동시에 이직을 생각한다는 사실에 많이 놀라는 것 같더라고요. 기존 세대 인재들은 최소 3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다음 기회를 찾았던 것에 비해 90년대생들은 경력의 유무와 관계없이 회사에 남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면 언제든 떠나죠.

90년대생들은 기존 세대와 다르게 기업의 종신 고용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낮아요. 70년대 이전 세대가 충성의 대상이 회사였다면 80년대생은 팀과 프로젝트였고 90년대생은 자기 자신과 미래가 됐죠. 충성의 대상이 다르고 그 의미도 다르니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 때문에 90년생들을 위한 조직 문화 개선 방안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는 것보다 자신들의 충성도에 회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느냐에 방점을 찍어야 해요.”



-우리 기업들이 90년생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나요. 
“아직 안됐죠. 최근 한 대기업이 ‘역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신입 사원이 임원에게 역으로 트렌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누고 진솔하게 조언해 준다는 내용이었죠.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두 달도 가지 못해 폐지됐습니다.

한 사원이 임원에게 “상무님은 회의 시간에 너무 본인 의견만 말하고 반대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말만 해) 스타일”이라고 말했다고 해요. 그러자 임원이 관리자에게 신입 사원 교육을 똑바로 하라고 역정을 내며 프로그램이 사라졌죠. 하지만 이제는 90년대생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만 하는 때입니다. 실제로 대기업 위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기업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여전히 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죠.”

-직장 내에서 기성세대와 90년대생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얼마 전 제 책 기사에 달린 댓글 하나가 인상적이었어요. ‘리더는 외롭지 않고 신입 사원은 두렵지 않은 사회가 되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 문화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꼰대 문화’를 개선해야 돼요. 

사실 우리 모두는 꼰대예요. 90년대생도 결국엔 꼰대가 될 겁니다. 꼰대는 본질적으로 완벽하게 탈출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단지 스스로 꼰대일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개선해 나갈 따름이죠. 하지만 꼰대질이 심해지면 갑질과 모욕 등 폭력을 동반하게 되죠. 이 수준에까지 이르면 자칫 꼰대의 범주를 벗어난 괴물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꼰대를 막을 수 없지만 괴물 수준이 된 꼰대와 그들이 가득한 꼰대 조직에는 제동을 걸어야 하죠.”

-기업은 90년생에게 어떻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까요. 
“새로운 세대는 참여라는 말에는 긍정적이지만 참견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에요. 회사에서의 참여는 90년대생들에게 성장이나 성취만큼이나 중요하죠. 당장 중요한 업무를 맡길 수 없다면 그들에게 발언권만 부여해 줘도 돼요. 

하지만 여전히 기업 내 소통이 신입 사원의 발언은커녕 고위층의 훈화에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죠. 신입 사원이 숙련공이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 친구들에게 일을 맡기고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해요.

최근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진행한 LG생활건강의 피지(FIGI) 세제 광고나 동서식품의 콜롬비아나 커피 광고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단 하나예요. 윗분들이 그 광고를 허용한 거죠.”

-책에서 ‘이직을 도와라’고 한 부분은 파격적이었는데요. 
“말 그대로 이직할 수 있게 도와주라는 게 아니에요. 이직을 막을 수 없다면 회사 내에서 개인의 성장을 도우라는 이야기죠.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뒤 90년대 직장인들은 퇴근 후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잖아요.

반면 국내 기업 대부분은 ‘영리활동 겸업’을 금지한다는 내규를 채택하고 있고 직장인들은 1인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꿈을 가슴 속에만 품고 살죠. 하지만 일본에선 정부가 나서 직장인의 ‘디지털 부업’을 장려하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직원들이 근무시간 외에도 회사에 집중하기를 원하죠.

칼퇴근하고 중국어 학원에 가거나,스쿠버다이빙을 하러 가거나 책을 쓴다고 하면 일에 몰입하지 못하는 사람 취급을 하거든요. 기업이 이들에게 기회를 준다면 반대로 기업이 인재들의 다양한 잠재력을 끌어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기성세대들도 고민이 많습니다. “요즘은 윗사람 비위 맞추는 것보다 아랫사람 눈치 보는 게 더 힘들다”고 토로하는데요. 90년생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못난 사람한테는 못난 점을 배우고 잘난 사람한테는 잘난 점을 배우면 돼요. 어쨌든 상사는 일과 관련해 배울 게 있는 사람이거든요. 회사가 90년대생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90년대생들도 기성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을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나쁜 점만 보고 배척하는 것은 다른 문제잖아요. 일찍 출근해 눈치 주는 상사가 싫겠지만 어쨌든 매일 일찍 출근하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너무 꼰대 같았나요(웃음).”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2호(2018.12.10 ~ 2018.12.1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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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12-1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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