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후발 주자로 진출…‘우리동네’ 콘셉트로 돌풍
‘10분 거리 모바일 중고 장터’ 당근마켓의 세 가지 성공 비결
(사진)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왼쪽)와 김재현 공동대표. /이승재 기자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중고 거래 시장에서 당근마켓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용자가 거주하는 동네에서 중고 물품을 직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인 당근마켓은 ‘우리 동네 중고 직거래 마켓’이라는 콘셉트로 기존 중고 거래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었다.

2015년 7월 서비스를 출시한 후 3년 만에 입소문으로 400만 건의 누적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올해 1월 100만 다운로드 돌파 이후 1년도 채 안 돼 4배가 뛰었다. 11월 기준 월간 방문자 수(MAU)는 145만 명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지역 광고를 시작하면서 손익분기점(BEP)을 넘었다. 투자금은 올 4월 소프트뱅크벤처스가 45억원을 투자한 것을 포함해 총펀딩액만 80억원이 넘는다. 중고 거래 시장의 후발 주자 당근마켓을 성장시킨 주요 전략 세 가지를 정리했다.
‘10분 거리 모바일 중고 장터’ 당근마켓의 세 가지 성공 비결

◆ ‘구역을 더 잘게 쪼개라’


‘최대 6km.’ 당근마켓이 설정한 우리 동네의 범위다. 당근마켓은 이용자의 집에서 2~6km 반경으로 구획을 나누고 그 안의 이웃들끼리만 서로 물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 승용차로는 10여 분 남짓, 도보로는 한 시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다.

지금까지의 중고 거래 서비스는 이용자 간 지역이 맞지 않아 대부분 택배 거래를 이용해 왔다. 그렇다 보니 제품 상태가 사진과 다르거나 입금 후 판매자가 잠적하는 등의 피해 사례가 빈번해 중고 거래를 할 때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당근마켓은 이를 사업 기회로 활용했다. 직거래가 물품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는 점에 착안해 이용자 간 서비스 지역을 맞추고 이를 또 동별로 더 잘게 쪼갰다. 이용자 수가 많은 지역은 2km 이내, 보통은 4~6km로 범위를 조절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필요한 물품을 10분 거리 내의 이웃과 만나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모바일로 옮겨진 우리동네 벼룩시장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당근마켓이 집계한 이용자당 월평균 방문 횟수는 25회, 하루 체류 시간은 21분이다. 주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이 40분대, 인스타그램이 25분대인 것과 비교하면 꽤 높은 편에 속한다.

당근마켓의 총괄기획을 맡고 있는 김용현 공동대표는 “지금까지의 중고 거래 서비스는 필요할 때만 접속하는 서비스였지만 당근마켓은 마을에 열린 벼룩시장 같은 콘셉트로 이용자들이 와서 구경하는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최근 ‘구역을 더 확장해 달라’는 일부 이용자들의 의견이 있지만 김 대표는 당근마켓의 정체성을 유지할 계획이다. 오히려 이용자 수가 크게 늘어난 구역은 지금보다 구역을 더 좁힐 계획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생활수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만큼 동네마다 거래되는 물품이 다르고 관심도 다르다”며 “구역을 좁힐수록 이용자들은 보는 재미를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당근마켓은 전국에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3만 명 이상이 살고 있는 136개 시군에서 구 단위로 당근마켓을 이용할 수 있다.

◆ ‘머신 러닝으로 걸러내라’

중고 거래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용자 간 신뢰 확보다. 당근마켓은 직거래를 통해 택배 거래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외 당근마켓 앱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기 방지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직원 수는 공동대표 두 명을 포함해 총 14명. 일명 ‘업자(사업자)’들이 일반 이용자인 척하고 글을 올리거나 가품을 진품으로 또는 술·담배와 동물 등 거래 금지 품목을 사고파는 행위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당근마켓은 인원수가 적은 스타트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술을 활용했다. 인공지능(AI)의 한 분야인 기계학습(머신러닝)을 통해 문제의 글이 게재되면 자동으로 이를 탐지해 이용자에게 적절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머신 러닝은 글·그림·가격 등을 기반으로 학습되며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확도가 더욱 높아지는 특성이 있다. 김 대표는 “신형 샤넬 지갑이 1만원에 팔린다면 가품일 확률이 높다”며 “머신 러닝은 글·그림·가격 등을 기반으로 학습해 가품과 술·담배, 동물 등 거래 금지 품목의 매매 행위를 정확하게 걸러낸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술 기반 서비스는 포털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모바일 중고 거래 서비스와 확연하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포털에 기반을 둔 서비스들은 커뮤니티 내 공지(정책)를 통해 이용자 간 신뢰 확보를 다진다. 가입 후 일정 기간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고 게시 글을 100개 이상 올려야 등급을 올려주는 등의 카페 내 기나긴 공지문은 업자를 걸러내기 위해 만든 규칙들이다.

하지만 이 맹점을 파고든 사기 거래와 금지 품목 거래가 기존 중고 거래 서비스에서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당근마켓은 머신 러닝을 통해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은 물론 규칙을 최소화함으로써 신규 이용자들의 거래도 원활하게 돕고 있다.

당근마켓은 또 경찰청에 사기나 도용 등으로 등록된 계좌 번호나 휴대전화 번호의 데이터를 이용해 채팅창에서 해당 계좌 번호나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신고 접수가 등록된 번호’라는 것을 거래 상대자에게 알려준다. 김 대표는 “이 밖에 사기 방지를 위한 다양한 알고리즘을 갖추고 있다”며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기술적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분 거리 모바일 중고 장터’ 당근마켓의 세 가지 성공 비결
(사진) 김용현 공동대표. /이승재 기자

◆ ‘이웃 간 정을 끌어내라’

거리를 좁히자 반대로 이웃 간 정이 늘어났다. 당근마켓은 동네 인증, 매너 평가, 거래 후기 등 신뢰도 평가를 기반으로 이용자들이 앱 내 상대방의 매너 온도 점수를 확인하고 안전한 거래를 할 수 있게 한다.

당근마켓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거래 후기 중 긍정 후기는 99.6%에 달하는 반면 부정 후기는 0.4%밖에 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웃 간 직거래로 만나다 보니 덤으로 무언가 준다거나 무료로 나눠 주는 등의 전에 없던 경험을 할 수 있다”며 “친절하고 따뜻한 경험이 사용자 만족으로 돌아오고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이용자 수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당근마켓만의 ‘동네 커뮤니티 문화’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당근마켓만의 문화를 유지하고 독려하기 위해 매월 11을 ‘나눔의 달’로 지정했다. 이웃 간 서로의 물품을 무료로 나누는 것으로, 나눔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김 대표는 당근마켓의 나눔 문화가 향후 당근마켓의 성장에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따뜻한 동네 커뮤니티 문화를 유지하고 키워 나가면 엄청난 커뮤니티로 발전할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근마켓은 앞으로 ‘지역 생활 정보 플랫폼’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서울과 제주 일부 지역에 ‘동네 Q&A’ 서비스를 신설하는 등 지역 기반 서비스를 확충하고 있다.

이 공간에는 ‘어떤 치과가 치료를 잘하나, 아이 학원은 어디로 보내면 좋을까, 운동화 빨래를 잘하는 세탁소는 어디일까’ 등의 지역 관련 질의 글이 올라온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만 공유되던 ‘고급 정보’를 끌어내 이용자는 물론 지역 자영업자들도 상부상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당근마켓은 중고 거래에서 시작하지만 지역 커뮤니티·정보 서비스를 지향한다”며 “동네에서 생산된 더 많은 정보들을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poof34@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3호(2018.12.17 ~ 2018.12.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