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치판에선]
급부상한 이낙연·죽다 살아난 이재명·유튜브로 재기 노리는 홍준표·노익장 과시한 손학규
말 그대로 ‘다이내믹’, 인물로 본 2018 정치판
[김형호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2018년 대한민국 정치판은 ‘다이내믹 코리아’ 그 자체였다. 2018년 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싹튼 남북정상회담은 판문점과 평양을 오가는 3차례의 정상 간 만남으로 이어졌다. 이 와중에 불어 닥친 ‘미투 열풍’은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 1순위로 꼽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6월 지방선거에 앞선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경선은 또 다른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여권 유력 주자들이 잇단 악재에 고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2018년 6월 지방선거 참패로 이어졌다. 홍준표 대표는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한국당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정가의 격언처럼 하반기부터 반전이 벌어졌다. 2018년 초 70%대를 넘나들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소득 주도 성장을 둘러싼 논란으로 1년 만에 40%대로 밀려났다. 비대위 체제의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파고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2018년 한 해 정치·사회적 이슈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인물들을 짚어봤다.


◆여권 내 대권 주자 위상 지각변동

2018년 3월 당시 충남도 정무비서의 폭로로 수면 위로 떠오른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은 여권 내 차기 1순위로 꼽히던 그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최근 대법원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관련해 ‘성 인지 감수성’을 강조하고 있어 2019년 2월 항소심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항소심 결과와 상관없이 미투 폭로 사건으로 안 지사는 사실상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여권의 또 한 명의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2018년은 ‘고난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4월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 과정에서 시작된 ‘혜경궁 김씨’ 논란에 ‘김부선 스캔들’과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의혹’까지 더해진 3중 악재에 6개월이 넘도록 시달렸다. 정치적 파장이 가장 큰 혜경궁 김씨 논란에 대해 검찰이 2018년 11월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남은 2건과 관련한 재판을 남겨두는 등 이 지사의 시련은 현재 진행형이다. 당분간 경기 도정에 집중하며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청와대 내 2인자로 존재감을 보이면서 정치적 무게감을 키웠다. 하지만 그만큼 야당의 집중 표적이 되면서 여러 구설에 올랐다. 2018년 초에는 임 실장이 방문하고 돌아온 아랍에미리트(UAE)가 바라카 원전 문제로 한국과 국교 단절을 계획 중이라는 야당의 공세에 시달렸다. 2018년 10월에는 대통령 유럽 순방 중 지뢰 제거 작업 확인 차 찾은 비무장지대에 선글라스를 착용해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018년 정치권과 내각에서 주가를 가장 많이 올린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야당의 공세를 제압하는 ‘촌철살인‘의 언변과 각종 ‘사이다 발언’으로 새로운 지지층을 확보하며 유력 대권 주자 1위로 도약했다. 4선 의원을 마치고 2016년 지방선거에서 전남지사에 당선돼 낙향할 때만 해도 이 같은 반전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 총리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외교 안보 일정을 소화한 문 대통령을 보좌해 내각을 다잡는 엄한 총리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아 ‘내각 군기반장’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 총리는 2018년 11월 자신과 호흡을 맞춰 온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천거하며 실세 총리의 위용을 과시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총리에게 2018년은 이보다 좋을 수 없는 한 해였을 것”이라고 평했다.
말 그대로 ‘다이내믹’, 인물로 본 2018 정치판

◆반격 발판 마련한 보수 야당


2018년 6월 지방선거까지 정치 지형은 온전히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었다. 잇단 남북정상회담 효과로 60~70%를 넘나드는 대통령의 지지율뿐만 아니라 정당 지지율에서도 40%대의 민주당은 10%대에 그친 한국당을 압도했다. 이는 보수 야당의 지방선거 참패로 이어졌다. 잦은 막말 논란으로 중도 보수층의 외면을 초래했던 홍준표 당시 한국당 대표는 지방선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홍 전 대표는 최근 유튜브 방송 ‘홍카콜라’를 개설한 데 이어 보수 진영의 외곽 싱크탱크 격인 ‘프리덤 코리아’를 발족하고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내년 2월 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홍 전 대표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2018년 6·13 지방선거 이후 좌초 위기에 몰린 한국당을 추스르는 역할을 해왔다. 그는 인적 쇄신 명분을 앞세워 물갈이를 단행하는 기존의 비대위원장과 달리 개인과 시장의 가치를 중시하는 ‘I노믹스’, 안보 정책인 ‘평화 이니셔티브’ 등 당의 정체성을 세우는 데 주력하며 당내 파열음을 최소화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취임 전 10%를 겨우 턱걸이했던 지지율은 이 같은 비대위 체제의 노력과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18%까지 상승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일흔을 넘긴 나이에 열흘간의 단식을 감행하는 강수로 모처럼 존재감을 보였다. 예산국회 정국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며 단식에 들어간 손 대표는 여야 5당의 선거제 개편 논의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단식 직후 이학재 의원이 탈당해 한국당에 입당하고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집단 탈당으로 리더십에 손상이 갔지만 손 대표의 단식 효과에 힘입어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반등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보수 진영의 정계 개편 틈바구니에서 존재감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에 거침없는 독설을 토하는 이 의원을 두고 일부 보수 진영에서는 ‘보수 여전사’라고 치켜세웠다. 이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천재”라고 평가하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바른미래당을 향해선 “정체성이 있느냐”고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이 지역구인 광명을 떠나 김무성 한국당 의원의 불출마로 공석이 된 부산 영도로 둥지를 옮기기 위한 공세적 구애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나란히 문재인 정부 1기의 경제정책을 이끄는 ‘투톱’을 맡았으나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장 전 실장이 사실상 ‘불명예 퇴진’이라는 성적표를 받은 반면 김 전 장관은 훗일을 도모할 수 있는 정치적 자산을 얻었다. 관가에서는 두 사람의 성을 따 ‘김&장’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경제정책을 둘러싼 불협화음을 조명했다. 경기 악화와 고용대란에도 연말이면 실업대란이 나아질 것이란 장 전 실장의 강변은 공수표에 그쳤다. 장 전 실장은 현재 싱가포르의 모 대학으로 연수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 인상 등을 두고 속도 조절론의 소신을 폈던 김 전 장관도 2018년 12월 예산국회를 마무리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 김 전 장관을 향한 여야 정치권의 구애 공세가 펼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chsan@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5호(2018.12.31 ~ 2019.01.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