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슬레저룩’의 원조…요가복 대신 ‘요가 문화’ 판다
‘요가복계의 샤넬’ 룰루레몬, 매출 4조 넘봐
‘요가복계의 샤넬’로 불리는 룰루레몬 애슬레티카(이하 룰루레몬)의 2018년 매출이 3조원을 훌쩍 넘었다.

룰루레몬이 공식 발표한 연간 실적에 따르면 2018년 실적은 최소 32억3500만 달러(3조6539억원)다. 11년 연속 이어진 매출 성장이다. 글로벌 금융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2020년 룰루레몬이 매출 4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한다.

요가나 운동복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룰루레몬은 생소한 브랜드다. 상업광고를 일절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룰루레몬은 패션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은 ‘애슬레저룩’을 처음 만든 브랜드다. ‘

애슬레저’는 애슬레틱(atheletic)과 레저(leisure)의 합성어로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운동복을 말한다. 할리우드 여배우들 파파라치 사진에서 많이 등장하는 ‘1마일 웨어(집에서 1마일 내에서 입을 수 있는 옷)’ 등 일상에서 입는 예쁜 운동복은 룰루레몬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영국 왕세자비 케이트 미들턴도 룰루레몬의 제품을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깅스와 브라톱 등을 취급하는 요가복 브랜드는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체험형 스포츠 매장의 시초
‘요가복계의 샤넬’ 룰루레몬, 매출 4조 넘봐

룰루레몬은 1998년 캐나다 출신의 사업가 데니스 칩 윌슨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그는 당시 웨스트비치에서 스노보더를 위한 고탄력 고급 내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었다. 우연히 들은 요가 수업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봤다.

당시 주로 입던 면 소재의 요가복은 땀이 많이 나고 스트레칭이 많은 요가 움직임에 제약이 있는 등 많은 단점이 있었다.

평소 기능성 운동복에 관심이 많았던 칩 윌슨은 자신이 판매하던 내의와 같은 소재로 요가 팬츠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움직이기 편할 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뒤태도 잡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운동 공간을 제공하는 스포츠 브랜드의 체험형 매장도 룰루레몬에서 시작된 문화다. 칩 윌슨은 룰루레몬 설립 후 가게 렌트비를 충당하기 위해 디자인 스튜디오로 쓰는 공간을 밤에는 요가 클래스에 빌려줬다.

이는 룰루레몬이 제공하는 체험형 매장의 시초가 됐다. 룰루레몬은 요가복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고 요가 문화를 판매한다. 요가는 내면을 채우고 삶의 질을 높이는 운동이다. 땀 흘리고 마음을 다스리고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룰루레몬의 철학이다.

룰루레몬 매장에서는 요가 클래스뿐만 아니라 명상·호흡, 건강한 식단 짜는 법, 꽃꽂이 등 다양한 체험을 무료로 제공한다. 2017년 문을 연 청담 플래그십스토어도 한 층을 통째로 체험 프로그램을 위한 스튜디오로 운영하고 있다.

룰루레몬의 체험은 매장을 벗어나 요가 매트를 깔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진행된다. 세계 각국의 대형 쇼핑몰과 야외 공원·숲·산·궁·호수·관광지 등 기발한 곳에서 룰루레몬 요가 클래스가 열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한강·남산·코엑스·하얏트호텔 아이스링크장 등에서 요가 커뮤니티 클래스가 열렸다.

2018년에는 룰루레몬 창립 20주년을 맞아 반포 세빛섬에서 500여 명 이상의 게스트가 참석한 이벤트를 펼쳤다. 한강 위로 떨어지는 노을을 배경으로 500여 명이 함께 요가 매트를 깔고 운동을 하는 장면은 장관을 이뤘다.

◆자체 개발한 기능성 원단과 디자인이 핵심
‘요가복계의 샤넬’ 룰루레몬, 매출 4조 넘봐
룰루레몬은 상업광고를 하지 않는 대신 베테랑 요가 강사와 요가 인플루언서의 입소문을 타고 성장했다. 룰루레몬은 매장이 입점하는 해당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베테랑 요가 강사와 퍼스널 트레이너, 피트니스 관계자들 중 20명을 먼저 선정해 그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브랜드를 알렸다.

또한 룰루레몬은 점원과 방문객을 모두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대했다. 요가복을 옷이 아닌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요소’, 점원은 ‘강사(Educator)’, 고객은 ‘손님(Guest)’으로 부르기로 약속했고 전 직원에게 무료 요가 클래스를 제공하며 실제 요가 선생님으로서 손님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하도록 도왔다.

룰루레몬의 성장에는 마케팅뿐만 아니라 우수한 소재와 기능이 자리 잡고 있다. 룰루레몬 소비자에게 룰루레몬을 구매하는 이유를 물으면 “예쁘고 편해서”라는 답이 돌아온다. 룰루레몬의 제품은 ‘애슬레저룩‘에 걸맞게 예쁘고 편안하다.

특히 룰루레몬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기능성 원단이다. 땀 흡수력과 탄력성이 좋은 주 원단 '루온'과 분비물 살균과 항균 효과가 있는 '실버센트'를 자체 개발했다,

최근에는 콩·대나무 추출 원료로 만든 오가닉 직물의 비율을 높여 가면서 민감한 피부를 가진 여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간지럼을 방지하는 플랫 심(Flat seam)과 지퍼의 거퍼링, 스트레칭 시 유동성을 돕는 덧댄 천, 휴대품을 넣을 수 있는 내부 포켓 등 요가복의 편리함을 고려한 섬세함도 놓치지 않았다.

또한 온라인 판매 개시, 남성복 시장과 아시아 시장 진출을 통해서도 꾸준히 외형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아시아 지역 매출 성장이 매출 견인… 올여름 한국에 새 매장 열 것”
-켄 리(Ken Lee) 룰루레몬 아시아태평양지역 지사장 인터뷰
‘요가복계의 샤넬’ 룰루레몬, 매출 4조 넘봐
룰루레몬 요가복은 비싸다. 정통 스포츠 브랜드와 비교해도 20~40% 높은 가격대다. 게다가 노 세일 정책과 12주라는 짧은 신제품 출시 주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신제품 출시 주기가 지나기 전에 품절이 빈번할 만큼 고객들의 충성도는 높은 편이다.

-룰루레몬의 성장 비결이 무엇인가.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장이 큰 역할을 했다. 작년에 아시아 시장에서 61% 성장했고 2018년 3분기에는 11개의 새로운 매장을 열었다. 앞으로 더 많은 매장을 아시아에 오픈할 예정이다. 룰루레몬은 기술 개발과 기능 그리고 향상된 디지털 경험을 가장 중요시한다. 또한 룰루레몬 남성 라인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남성 라인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2020년까지 10억 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룰루레몬에 한국은 어떤 시장인가.
“한국에서는 2018년 두 자릿수 이상의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커 왔다. 그동안 한국에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와 삼성동에 있는 파르나스몰, 잠실 롯데몰, 스타필드 하남 매장을 오픈했다. 또한 작년 10월 룰루레몬 공식 온라인 스토어를 오픈하며 많은 기회를 봤다. 올여름에는 새로운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기존 스포츠 브랜드도 애슬레저룩에 중점을 두고 있다. 룰루레몬은 어떻게 차별화하고 있나.
“룰루레몬은 요가, 땀, 개인의 발전을 넘어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는 ‘커뮤니티 허브’를 지향하며 탄생했다. 룰루레몬의 지역 커뮤니티 우선 접근 방식은 성공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지역 스튜디오, 앰배서더와 파트너를 맺고 게스트와 진정한 관계를 키워 나가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룰루레몬 디자인의 디테일과 핏, 구조, 장인정신과 기능, 성능 그리고 디자인은 독보적이다.”

-룰루레몬이 제품을 개발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룰루레몬은 기능성에 가장 큰 초점을 두고 있다. 실제 운동선수들과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그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요가와 러닝, 트레이닝, 물에서 하는 운동과 사이클링 등 실제 운동 과정에서 나타나는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9호(2019.01.28 ~ 2019.02.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