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11호 (2019년 02월 13일)

여당 압박에 두 손 든 기재부…증권거래세 인하 추진

[비즈니스 포커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업계·투자자 요구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적극 검토”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증권거래세 폐지 또는 인하 요구에 거부 방침을 분명히 해왔던 기획재정부가 방향을 틀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증권거래세 완화를 압박하자 인하 방침으로 돌아선 것이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매도할 때 부과되는 세금이다. 과도한 단기성 투기 등을 억제하기 위해 1963년 도입됐다가 폐지와 재도입을 거쳐 1996년부터 0.3%(농어촌특별세 포함)의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기재부는 세율 인하 수준과 인하 시기 등을 확정해 올해 세제 개편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주식 손실에 거래세까지 뜯겨”

금융 투자업계는 줄곧 증권거래세 폐지를 주장해 왔다. 주식을 팔 때 이익과 손실에 상관없이 꼬박꼬박 세금을 매기는 것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라는 과세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이유였다.

한국의 증권거래세율은 중국(0.1%)·대만(0.15%)·싱가포르(0.2%) 등 아시아 지역 국가에 비해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독일·일본 등 16개국은 증권거래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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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세 폐지 또는 인하 논의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316조원이 증발하는 등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들의 증권거래세 폐지 요구가 커졌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증시가 아수라장이 됐는데 주식 투자자들은 손실을 내면서 거래세까지 뜯기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정부가 주식 매도 시 양도소득세 납부 대상을 확대하면서 이중과세 논란이 커진 점도 증권거래세 폐지 요구에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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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지분율이 1%(코스닥은 2%) 이상이거나 보유 주식 총액이 일정액을 넘는 대주주는 주식을 팔 때 양도세를 부담한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세법이 개정되면서 양도세를 납부해야 하는 대주주 범위가 보유 주식 총액 기준 15억원에서 2021년까지 3억원으로 단계적으로 인하된다.

여당도 증권거래세 완화를 거론하면서 기재부를 압박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월 15일 열린 금융 투자업계 현장 간담회에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거나 인하해 달라”는 업계 요구에 “이제 공론화할 시점”이라고 화답했다.

(사진) 이해찬(왼쪽 첫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권용원(왼쪽 둘째) 금융투자협회장이 서울 여의도 금투협에서 1월 15일 열린 금융 투자업계 현장 간담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한국경제



금융위원회도 증시 활성화를 위해 증권거래세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1월 16일 기자들과 만나 “증권거래세 인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당에서 얘기가 나왔으니 앞으로 본격적으로 관련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재부의 반응은 냉랭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경제 단체장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증권거래세는 기재부 내부에서 아직 밀도 있게 검토한 바 없다”며 “지금 방침을 고수하되 앞으로 양도세 부과 문제나 증시 시황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지속된 여당의 압박에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홍 부총리는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1월 30일  ‘0.3%인 증권거래세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는 의견이 있다’는 지적에 “증권거래세가 과도하다는 데 일정 부분 공감한다”며 “증권거래세 인하를 적극 검토해 방침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거래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에 대해서는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증권거래세 인하나 폐지를 하지 않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세수가 줄어드는 것은 2차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연간 증권거래세는 6조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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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는 가업 상속 공제 요건 완화 방침도 내비쳤다. 그는 “가업 상속을 받은 뒤 10년 동안 업종·고용·자산 등을 유지해야 하는 요건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엄격하다”며 “기간을 10년에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동일하게 유지해야 하는 업종 기준도 완화해 기업들이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쉽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식 투자자, 세금 3~4조 덜 낼 듯

기재부는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증권거래세법 개정안 등을 참고해 세율 인하 수준과 인하 시기 등을 확정, 올해 세제 개편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김철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3월 증권거래세율을 0.10%로 낮추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11월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증권거래세율을 현행 0.30%(장외시장 0.50%)에서 0.15%로 인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증권거래세가 0.10~0.15%로 인하되면 주식 투자자는 연간 세금 3조~4조원을 덜 내게 된다.

증권업계는 증권거래세 인하 움직임이 침체된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거래세 인하는 투자 심리 개선에 따른 회전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맛없는 음식점이 음식 가격만 낮춘다고 손님이 많아지는 게 아닌 만큼 시장이 조금 더 받쳐준다면 활력이 되살아나는 방아쇠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성공 사례를 참고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로 과세 방식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은 1947년부터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과세했다가 1953년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를 채택했다. 이후 1989년부터 양도소득세를 재도입하면서 증권거래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했다. 1989년 0.55%이던 증권거래세율을 0.3%로 낮췄고 1996년 0.21%, 1998년 0.1%로 인하한 후 1999년 완전 폐지했다.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소득세를 동시에 운영하는 대신 증권거래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하면서 시장의 충격을 완화한 것이다.

증권거래세율이 낮아지면서 상장 주식 관련 전체 세금 총계는 증권거래세만 걷던 1988년에 비해 감소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활성화하고 가치가 상승하면서 2005년부터 기존 세금 규모를 넘어서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운열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로 과세 방식을 일원화하는 증권거래세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증권거래세를 2020년부터 20%씩 단계적으로 인하한 후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로 과세 방식을 일원화해 과세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내용을 담았다.

양도소득세율은 중소기업의 주식은 10%, 그 외 기업의 주식은 20%로 하되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금융투자 상품 전반에 걸친 과세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서울 여의도에서 1월 31일 연 기자 간담회에서 “증권거래세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의 불합리한 과세 제도 전반을 개편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에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1호(2019.02.11 ~ 2019.02.1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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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2-1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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