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주식 밝혀지며 빛바랜 ‘깜짝 은퇴’…사장단 경영협의체 ‘원앤온리위원회’ 가동
이웅열 전 회장 퇴진 이후 2개월, 코오롱 어떻게 달라졌나
이웅열 코오롱그룹 전 회장이 상속받은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하다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회장은 부친인 고(故)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자녀들에게 남긴 계열사 주식 38만 주를 차명으로 보유하면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거짓 보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1월 깜짝 퇴임을 발표하며 ‘아름다운 퇴장’으로 박수를 받았던 이 전 회장의 행보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퇴임 후 1주일도 안 돼 탈세 혐의로 검찰 조사가 시작됐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2월 14일 검찰이 기소 사실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23년 동안 그룹 경영을 이끌어 온 이 전 회장의 명예로운 퇴임이 얼룩진 가운데 새로운 코오롱이 시작된 두 달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회장 대신 계열사 사장 협의체 구축
코오롱그룹은 올 초부터 이 전 회장의 후임자 없이 지주사 중심의 자율 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의견을 협의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 사장단으로 구성된 경영 협의체인 원앤온리(One&Only)위원회도 신설해 가동하고 있다.

원앤온리위원회는 그룹의 주요 투자를 결정하고 계열사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등 그룹 차원의 대내외적 사안에 대해 협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원앤온리위원회는 의사결정 기구가 아니라 협의를 위한 조직이다.

월 2회 각 계열사 사장단이 모여 그룹 경영 현안을 조율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지주사인 (주)코오롱의 유석진 사장을 위원장으로 안병덕 코오롱그룹 부회장,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과 이웅열 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를 비롯해 윤창운 코오롱글로벌 사장, 최석순 코오롱글로텍 사장,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사장 등 총 7명으로 꾸려졌다.

코오롱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계열사별 전문 경영인을 통한 책임 경영이 이뤄져 왔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며 “아직 이 전 회장이 퇴임한 지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코오롱은 1월 초 매년 회장에게 한 해 경영 계획을 보고하던 연두 보고 대신 임직원에게 각 사업부별 새해 사업 계획과 방향을 공유하는 ‘리버스 세션’을 진행했다.

기존에 밑에서 위로 보고하던 방식과 달리 위에서 아래로 사업을 보고하고 계획을 공유하는 파격적인 형식이다.

이틀간 진행된 리버스 세션의 첫날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글로텍·코오롱생명과학 등 3개 계열사 본부장 14명이 발표에 나섰다. 이튿날인 1월 3일에는 코오롱글로벌·코오롱플라스틱·코오롱제약·코오롱베니트 소속 본부장들이 차례로 나서 임직원과 한 해 사업 방향을 공유했다.

위원회는 신년사를 통해 “혁신의 ‘빅뱅(대폭발)’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완전히 바꾸고 강한 코오롱, 전진하는 코오롱을 일궈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코오롱은 직급과 나이에 상관없는 혁신을 위해 소통을 강조했다. 위원회는 ‘공자도 아낙네에게 구슬 꿰는 방법을 배운다’는 공자천주(孔子穿珠)의 자세로 아래로부터 배우는 ‘리버스 멘토링’을 정착시키고 적극적으로 배우고 조언을 구하는 자세를 갖출 것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웅열 전 회장 퇴진 이후 2개월, 코오롱 어떻게 달라졌나

◆이규호 전무, 올 상반기 싱가포르 셰어하우스 사업 진출

이웅열 전 회장의 은퇴로 4세인 이규호 전무에게 경영 승계 작업이 이뤄질지 주목받고 있다. 이웅열 전 회장은 1남 2녀를 두고 있다. 현재 두 딸인 이소윤 씨와 이소민 씨는 국내외에서 미술 공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규호 전무만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 전무는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공부하다 2012년 코오롱에 입사해 코오롱글로벌을 거쳤다. 아직까지 기업에서는 이 전 회장의 영향력이 크다. 2월 14일 기준 그룹의 가장 최근 전자공시를 보면 3분기 코오롱그룹은 지주사 산하에 40여 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이 (주)코오롱 지분 49.74%를 보유하고 있고 코오롱인더스트리(1.1%)·코오롱에코에너지(18.2%)·코오롱글로벌(0.4%)·코오롱생명과학(14.4%)·코오롱제약(28.3%)·코오롱티슈진(17.8%) 등의 주주명부에도 올라 있다.

반면 이 전무가 보유하고 있는 주요 계열사 지분은 없다. 이 전무는 공유 주택 사업을 전개하는 계열사 ‘리베토’의 싱가포르 지분만 보유하고 있다.

2012년 입사한 이 전무는 현재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와 공유 주택 사업 계열사인 리베토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해까지 이 전무는 본인이 2대 주주로 있던 리베토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가지고 있던 리베토 지분 15%를 전부 현물출자하면서 새로 설립된 싱가포르 법인 지분을 취득했다.

리베토는 서울 여의도·청담동·삼성동 등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에 29개 셰어하우스 ‘커먼타운’을 운영하고 있다. 올 상반기 내에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 현지에 공유 주택 사업 오픈을 목표로 글로벌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웅열 전 회장 퇴진 이후 2개월, 코오롱 어떻게 달라졌나
이 전무는 셰어하우스 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알토벤처스가 개최한 스타트업 콘퍼런스에 커먼타운 대표로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코오롱에서 처음으로 ‘셰어하우스’ 사업을 전개한 이 전무에게는 새로운 임무도 주어졌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패션 사업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 과제다. 이 전무는 2019년부터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COO로서 모든 패션 브랜드를 총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패션 사업은 성장 정체에 직면해 있다. 2014년까지만 해도 1조2000억원대였던 매출액은 2017년 1조900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2012~2013년 800억원 안팎에서 지난해 480억원으로 매년 줄었다.

올해 수장이 바뀐 만큼 이 전무가 젊은 감각으로 신사업 유치를 통해 패션 부문이 활기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오롱FnC는 성장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온라인 비즈니스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코오롱FnC의 온라인 플랫폼 코오롱몰은 2018년 전년 대비 200% 매출 성장을 일으키며 신성장 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6년 온라인 통합몰 ‘코오롱몰’을 모바일 중심으로 강화하고 있다.

올해는 전 브랜드의 온라인 전용 상품 개발과 프로모션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코오롱몰은 고객의 온라인 구매 비율이 급속도로 높아지는 추세에 맞춰 올해 대대적인 개편을 진행했다.

코오롱몰의 사용자 환경(UI) 개편과 개인화 서비스 강화, 배송 시스템 개선, 라이프스타일 상품의 위탁판매 실시 등 서비스 고도화와 모바일 중심의 이커머스 사업에 집중하며 새로운 쇼핑 환경을 제공한다는 전략이었다.

코오롱몰은 빅데이터와 고객 행동 데이터 등으로 구축된 인공지능(AI) 기반의 개인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온라인 신규 브랜드를 확대, 강화할 예정이다.

한편 코오롱FnC는 향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건립도 계획 중이다. 코오롱은 2016년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에 물류 보관 면적 8만1464㎡(2만4643평) 규모의 자동화 설비가 구축 된 온·오프라인 통합 물류센터인 ‘동탄고객지원센터’를 오픈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인프라·시스템·서비스를 구축, 발전시켜 나간 결과 지난해에는 고객 수령 기간 단축, 편의점 배송 등으로 고객 편의성 향상과 함께 1일 물류 출고량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처리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었고 향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도 건립할 계획이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2호(2019.02.18 ~ 2019.02.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