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15호 (2019년 03월 13일)

혁신 기업이 신문 정치면을 읽어야 하는 이유

-승차공유 규제에 막혀 제자리걸음…‘정치 논리’ 이해해야 대응 가능해

전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승차공유 서비스 도입 과정이 순탄했던 곳은 없다. 우버와 그랩도 모두 초창기에 자국 택시업계의 심한 반발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하나씩 극복했을 뿐이다.




[한경비즈니스 칼럼=백용욱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하는 각종 ‘혁신형 모빌리티 서비스(이하 승차공유 서비스)’는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한다. 차량호출(ride-hailing)·승차공유(ride-sharing)·차량공유(car-sharing)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모든 혁신형 벤처 사업이 그렇듯이 승차공유 서비스도 현재 소비자들이 겪고 있는 불편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 겉보기에는 기존의 ‘콜택시 서비스’ 등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겠지만 승차공유 서비스는 IT 기반의 ‘플랫폼’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실은 그 이면에 깔려 있는 운영 방식이 현저히 다르다. 

즉 같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소비자가격을 확연히 줄여주거나 혹은 사용자의 시간을 아껴주는 등 기존 방식보다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프로세스 혁신을 이루는 것이 대부분이다. 

경제적 논리로만 따지면 이와 같은 혁신형 사업 모델은 전반적으로 사회의 복리를 향상시켜 준다. 이런 서비스를 구현하는 벤처기업은 박수를 받고 상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혁신은 사회를 ‘전반적’으로 향상시키고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기는 하지만 사회 ‘전체’에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게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혁신이 일어나는 동안에는 종종 많은 논란거리가 생기기 쉽다. 

◆해외에서는 어떻게 승차공유가 자리 잡았나

승차공유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작년 연말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로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포털 사이트 ‘다음’의 창업자 이재웅 대표가 새로 시작한 ‘타다’라는 회사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택시업계의 새로운 표적이 돼 고소까지 당한 상황이다.

이렇듯 한국은 아직도 택시업계와 승차공유 서비스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2014년 대표적인 승차공유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우버’가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각종 승차공유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택시업계와 첨예하게 대립하며 논란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제는 소비자들도 택시업계가 승차공유 서비스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는 배경을 속속들이 꿰차고 있다. 택시업계가 거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심지어 항의의 수단으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한 사건들을 각종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며 알게 됐다. 

소비자들 역시 택시업계의 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는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차 택시업계의 승차공유 서비스 반발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이 감지되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중국·동남아 등 외국에 나가 승차공유 서비스가 주는 편리함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유사 서비스를 국내에서도 이용하고 싶은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만 유독 장기간 승차공유 서비스가 규제에 묶여 자리 잡지 못한 만큼 소비자들 역시 ‘언제까지 그 불편을 감내해야 하나’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이쯤 되면 누구나 궁금해 할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몇 년 전에 자리 잡은 각종 혁신형 공유경제 비즈니스가 왜 아직도 한국에서는 불법으로 규정돼 제자리걸음일까. 흔히 승차공유 서비스가 한국에서 안 되는 이유가 택시업계의 반발 때문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그러면 다른 나라는 택시업계가 환영했을까. 결론적으로 결코 그렇지 않다.

전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승차공유 서비스 도입 과정이 순탄했던 곳은 없다. 지금은 이미 대세가 된 미국의 ‘우버’, 중국의 ‘디디’, 동남아의 ‘그랩(Grab)’과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 기업들은 모두 초창기에 자국 택시업계의 심한 반발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하나씩 극복했을 뿐이다. 

즉 한국에서만 승차공유 서비스가 택시업계의 반발에 부딪쳤고 그 결과 발이 묶였다고 보기 어려운 셈이다. 오히려 어디에나 존재했던 택시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왜 어떤 시장에서는 승차공유 서비스가 되고 어떤 곳에서는 안 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은 결국 조셉 슘페터가 얘기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가 시장에서 이뤄지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승차공유 서비스는 기존의 규제 산업과 신사업이 정면충돌해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 다수의 이해관계인들을 감안한 새로운 규제를 만들 필요성이 생겨나는데 그 새로운 규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또다시 복잡한 요인이 나타나게 된다. 

이런 요인들 중에는 경제적인 요인도 있고 정치적인 요인도 있을 수 있다. 기업 자체의 전략적인 요인도 있다. 그리고 이런 ‘게임의 법칙’이 새로이 짜여질 때 이해관계인들은 각자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규제가 만들어지길 원한다.

미국의 예를 한 번 보자. 초창기 우버가 미국의 각 도시에 진출했을 때 택시업계의 반발은 어디를 가나 극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도시는 승차공유 서비스에 우호적인 법을 제정했고 반대로 어떤 도시는 우버를 적대시하고 금지하는 규제를 만들었다.

왜 그랬을까. 필자는 학자들과 함께 이를 연구하기 위해 2015년부터 지난 수년간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300여 개 정도의 미국 도시를 분석하고 이해관계인들을 인터뷰하다 보니 규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인들을 보다 이해할 수 있었다. 

가령 택시 산업이 해당 도시의 세수와 고용에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는 경우(라스베이거스), 택시비와 우버의 가격 차이가 적은 경우(택시비가 이미 저렴한 도시는 우버가 낮은 가격에 진출해도 이용자의 혜택이 충분하지 않음. 미국은 한국보다 택시 요금이 평균적으로 비싼 편), 혹은 최고 정책 결정권자인 해당 도시의 시장이 다선일 경우(참고로 미국은 지방 시장선거에서 당선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음)에는 택시업계의 요구가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더 잘 반영됐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시당국은 우버를 강력히 단속하고 쫓아낼 수 있었다. 이를테면 시장이 다선인 경우에는 시민들의 요구에 점점 덜 민감해지고 오히려 지방도시의 주요 산업 관계자들과의 유대 관계가 형성된 곳들이 많았다. 그래서 우버가 이런 특성을 가진 도시들에 진입할 때 고전한 사례들이 많다. 

물론 이런 이유가 전부는 아니다. 실제로 우버 경영진을 인터뷰한 내용들을 보면 그들이 꼽은 가장 주요한 진입 장벽 요인은 정책 입안자들과 택시 사업자들의 IT 기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오해 또는 ‘몰이해’를 꼽았다. 

그나마 젊은 정치인들은 이해와 협조를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웠지만 고령자가 시정부나 택시업계에 많은 도시에서는 IT 기반 플랫폼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힘들고 오래 걸렸다고 한다.

이렇듯 택시업계의 반발이 효과적으로 작용한 곳은 위와 같은 특성들을 많이 가진 도시였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도 승차공유 서비스가 택시업계의 반발로 제대로 자리 잡기 힘든 시장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혁신 기술도 규제에 막히면 ‘무용지물’

그러면 우버는 이런 ‘정치적인 진입 장벽’이 심한 시장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이 또한 여러 가지 복합적인 전략을 사용했기 때문에 일일이 다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단적으로 한 가지만 얘기하면 우버는 시장에서의 가격 혹은 상품 경쟁에 초점을 두기보다 경영학에서 소위 말하는 ‘비시장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풀어나갔다. 

각종 할인 혜택을 통해 최대한 빠르게 이용자 수를 늘렸고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끈 후 온라인 청원 운동을 벌여 ‘우버-정부-택시업계’로 대립되던 삼각관계에 ‘소비자’를 주요 이해관계인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사용자 수와 인기가 가파르게 상승할수록 여론의 힘은 무시할 수 없게 됐고 청원 운동을 통한 여론을 ‘시’가 아닌 그 ‘윗선’ 격인 주정부에 전달해 주정부 차원에서 새로운 ‘공유경제’ 법률을 제정하게끔 만들었다. 한국으로 치면 청와대 국민 청원을 이용해 청와대와 서울시가 상반된 견해를 표명하도록 한 셈이다. 

또한 우버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인재들을 대거 영입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정부 관계자들에게 승차공유 서비스가 미국 연방정부의 기본 기조인 ‘혁신’과 부합하며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해 주는 서비스라고 강조하는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해야 할 정부를 대신해 민간 벤처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니 결국 주정부와 우버는 같은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프레이밍(framing)’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주에서 승차공유 서비스를 허용하는 법률을 하나씩 확보하기에 이르렀고 여러 도시에서 ‘합법적’으로 우버의 시장 진입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용자 수가 더욱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이후 더 많은 주에서 호의적인 법률을 제정하는 선순환에 이르게 된다.

우버 사례에서 보듯이 파괴적 혁신으로 무장하고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수많은 기업들은 기존의 전통 산업과 충돌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혁신 기업들은 시장 내에서 경쟁자와 경쟁하는 것은 물론 시장 외에서 여러 이해관계인이 당면한 현안들을 파악하고 각종 법률과 규제를 제정하는 정치 논리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최근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한 한 벤처기업의 창업자가 필자에게 “자신은 정치를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어 ‘창업의 길’을 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필자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그래도 평소 신문의 정치면을 잘 봐야 그 혁신 서비스가 상용화되지 않을까요.’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5호(2019.03.11 ~ 2019.03.1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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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3-1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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