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강원·에어로케이, 양양·청주공항 거점으로 운영…지역 경제 활성화 기대
신규 LCC, 지방 공항 활성화 ‘기폭제’ 될까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플라이강원·에어로케이항공·에어프레미아의 합류로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가 9곳으로 늘어났다. 바빠진 하늘길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도전자의 등장으로 양질의 경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과 노선 포화로 수익 확보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예측이다.

적자로 어려움을 겪던 지방 공항들은 신규 LCC를 통해 부활을 노리고 있다. 특히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가 각각 강원도 양양공항, 충북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두고 있어 공항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신규 LCC, 지방 공항 활성화 ‘기폭제’ 될까
◆거점 공항 최소 3년 이상 유지해야

국토교통부는 3월 5일 플라이강원·에어로케이항공·에어프레미아에 국제 항공운송 사업 면허를 발급한다고 밝혔다.

먼저 플라이강원은 2017년 말 185억원에서 현재 378억원까지 자본금을 늘렸고 강원도의 15억원 지원과 다수 투자자가 1000억원의 투자 의향을 밝혔다는 점에서 면허 기준을 충족했다.
에어로케이는 2017년 말 150억원에서 현재 480억원으로 자본금을 키웠고 모기업(AIK)의 지원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자본금 179억원의 에어프레미아는 인천공항
기반으로 미국·캐나다·베트남 등 중장거리 중심의 9개 노선 취항을 계획하고 있다.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는 면허 심사 과정에서도 지방 공항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16년 설립된 후 삼수 도전 만에 면허를 획득한 플라이강원은 양양공항을 기반으로 관광융합항공사(TCC : Tourism Convergence Carrier)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세웠다.

국내외 44개 여행사와 여객 모집 파트너십을 통해 여행사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옴으로써 강원도 관광 방한 수요를 늘릴 수 있다. 특히 외국인 인바운드 관광 루트를 인천에서 강원도 양양으로 전환해 강원도의 관광자원을 널리 알리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의 자연환경과 스키장 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

2022년까지 항공기 9대를 도입할 플라이강원은 10월 강원 양양공항발 국내선을 취항한 후 12월 국제선 운항을 시작한다. 운항 개시 후 3년 차까지 25개 노선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에어로케이는 청주공항을 기반으로 기내식과 수하물에 비용을 청구하는 대신 초저가 운임을 선보이는 ‘울트라 LCC’를 표방한다. 이러한 가격 경쟁력을 통해 경기 남부와 충청권의 중국·일본·동남아 아웃바운드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에어로케이는 9월 충북 청주공항발 국제선을 취항한 후 3년 안에 11개 노선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면허를 발급받은 항공사들은 면허 심사 때 제출했던 사업 계획대로 거점 공항을 최소 3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

◆신규 LCC가 지역 경제도 살릴까

지방 공항들은 ‘거점 항공사’의 입성을 환영하고 있다. 항공사가 지방 공항을 거점으로 두면 본사 이전은 물론 항공기 정비 시설과 영업 시설의 입주가 이뤄져 유동인구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올해 1~2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의 국제선 운항 수는 전년 대비 4% 성장한 반면 지방 공항은 24%나 급증했다. 이는 최근 LCC들의 성장으로 인천과 김포의 슬롯(1시간 동안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최대 편수)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LCC들이 지방 공항을 중심으로 공급을 늘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방 공항 노선을 늘리면 항공 정비 시설이 함께 따라와야 하는데 항공사가 여러 공항에 시설을 분산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지방 공항에 정비 시설까지 갖춘 ‘거점 LCC’가 취항해야만 공항도 안정적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역 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신규 항공사의 탄생으로 지역민의 공항 이용 편의 제고와 지방 공항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3곳의 신생 항공사는 2019년 400여 명, 2022년까지 약 2000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번 LCC 면허자문회의에서도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민의 고용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공항의 활성화가 지역 경제를 성장시킨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비틀스의 멤버 존 레넌의 이름을 붙여 유명해진 영국의 ‘리버풀 존 레넌 공항’은 1997년 영국의 LCC ‘이지젯’이 취항하며 고속 성장했다. 철도 연결편도 없었던 존 레넌 공항은 이지젯을 시작으로 다양한 항공사들이 취항하자 이를 계기로 공항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그 결과 존 레넌 공항은 영국 북부 지역에서만 1만2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국내 지방 공항들은 적자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 따르면 인천공항을 제외한 14곳의 공항 중 흑자를 기록한 곳은 김포·김해·제주·대구공항 등 4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남 무안공항은 139억900만원으로 적자 폭이 가장 컸고 뒤이어 광주공항·여수공항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 공항을 거점으로 둔 신규 LCC의 등장은 공항의 경영 실적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좌초됐던 사업이 다시 시작될 기미도 보인다. 2016년 항공정비(MRO)단지 유치가 좌절되며 사실상 중단됐던 청주 에어로폴리스 1지구 조성 사업에 에어로케이가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이다.

에어로케이는 에어폴리스 1지구에 본사 이전과 LCC 전용 터미널 건립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로케이 관계자는 “공항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에어로폴리스 1지구를 활용할 수 있다”며 “계류장이나 관련 시설 건립 등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예상보다 많은 업체가 면허를 받으며 신규 LCC들의 앞날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초 국토부가 2개의 항공사에 면허를 발급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3개로 늘어나면서 LCC의 공급과잉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국내 공항 인프라나 여행 수요를 감안하면 신규 항공사의 안정적 수익 창출 여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6호(2019.03.18 ~ 2019.03.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