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인물에게서 배우는 경영 이야기 ⑦]
'단점보다 장점을 본다'…세종대왕에게서 배우는 ‘寬의 리더십'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종종 창업을 고민하는 후배들을 만난다. 그들은 주로 창업을 앞두고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보통 기술적인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를 고민하는 이가 많다. “자신이 창업을 할 만큼 충분한 기술을 가지고 있나”를 두고 걱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사람을 발굴하고 인재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창업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창업의 밑바탕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며 특히 인재를 발굴하고 관리하는 능력은 경영인의 필수 자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은 역사적 인물 중에서 사람(인재) 관리를 가장 잘한 리더다. 그의 아버지 태종은 세종의 성격을 두고 관홍장중(寬弘莊重)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해진다.

“너그럽고 도량이 넓으며 위엄 있고 장중하다”는 뜻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관(寬)’인데 필자는 리더십의 관점에서 이를 “하나만 잘하면 모든 것을 너그럽게 보고 용서한다”라고 해석한다.

◆신분·정치적 관계 뛰어넘은 인재 등용
세종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스페셜리스트들을 모아 하모니를 이룸으로써 조선 초기 부흥을 이뤄냈다. 그는 신숙주가 언어에 소질을 보이자 북방으로 보내 새로운 언어를 접하게 했고 정인지가 역사에 능통하니 고려사를 정리하도록 했다.

또 과학에 능통한 천민 장영실을 등용해 당시 기술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과학의 발전을 이뤄냈다. 관노 신분이었던 그는 세종 5년(1423년) 종5품 별좌 자리에 앉게 되고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아 종3품 대호군 벼슬에까지 오르게 된다.

세종의 ‘관 리더십’은 조선 역사에서 손꼽히는 인물인 황희와 맹사성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영의정만 18년간 역임한 황희는 사실 서자 출신에 도덕적인 문제가 불거진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종은 그가 일의 핵심을 잘 파악하고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그를 기용하고 신뢰를 보냈다. 황희는 조선 초 농업과 예법·군사·법령 등 수많은 업적을 남겼고 조선의 명재상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맹사성 역시 7년 동안 좌의정을 하며 세종의 신임을 받았다. 그런데 맹사성은 고려 말 최영 장군의 손서(손녀사위)이기도 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최영 장군을 죽인 사람은 바로 세종의 할아버지 태조 이성계였다. 당시 정서와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면 가문의 정치적 관계를 극복한 그야말로 파격적인 인재 등용이다.

세종은 다른 부분이 조금 모자라도, 심지어 신분이 노비이거나 정적의 핏줄이어도 특정 분야에 재능을 갖췄으면 이를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인재 관리에서도 역시 ‘스페셜한 제너럴리스트’와 같은 면모를 갖췄던 것이다. 이런 세종의 모습이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경영인은 사람들의 단점보다 장점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조직에 모난 성격의 직원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주장을 펼치는 경향이 강해 다른 조직원들이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남들이 전전긍긍하는 일을 신속하게 처리해 내는 추진력이 강한 면모를 갖춘 경우가 많다. 만약 리더조차 그들의 ‘해결사적’ 면모를 파악해 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여기 개성이 강한 두 명의 조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어떤 리더들은 이들을 비판하거나 뾰족한 성격을 무디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는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넓은 도량과 용기가 필요하다
좋은 리더는 이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게 하는 전략을 세운다. 그들의 날카로움을 활용해 한 사람은 가로로 날을 세우고 다른 한 사람은 세로로 날을 세워 십자가 모양으로 배치해 각자의 이득을 취합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점보다 장점을 먼저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의지가 필요하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장점을 인정하는 데는 반대의 경우보다 더 넓은 도량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장점을 먼저 찾는 것에도 요령이 있다. 장점을 찾고자 할 때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자기가 갖추지 못한 덕목을 기준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예컨대 “나는 이 부분이 서툰데 저 사람은 잘하겠지”, “나는 우유부단한 성격인데 저 사람은 결단력이 있을까”라는 눈으로 바라봐야 그 사람의 장점이 쉽게 보이는 것이다.

‘명심보감’에는 ‘천불생무록지인(天不生無祿之人) 지부장무명지초(地不長無名之草)’라는 구절이 나온다. ‘하늘은 녹 없는 사람을 내지 아니하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기르지 아니한다’는 뜻이다. 경영인의 시각에서 조직원 누구나 제 몫을 하며 살 만큼의 강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창업 초기만 해도 학력이나 경험이 출중한 직원이 없어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이 구절을 접하고 사람에 대한 관점을 바꿨다. 누구나 월급을 받으며 살 만큼의 강점을 갖고 태어난다는 가르침을 얻었다. 인재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인재로 자랄 수 있다. 따라서 리더는 사람을 볼 때 장점을 먼저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장점을 먼저 보기 위해 노력한 세종의 ‘관’의 리더십이 주는 교훈이다.
'단점보다 장점을 본다'…세종대왕에게서 배우는 ‘寬의 리더십'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약력 :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한국 화장품과 제약 산업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윤 회장은 농협중앙회를 거쳐 1974년 대웅제약에 입사해 부사장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창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1990년 한국콜마를 설립하고 국내 화장품업계 최초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시스템을 도입해 매출 1조원의 기업으로 키워 냈다. 2017년엔 이순신 리더십을 전파하는 사단법인 서울여해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7호(2019.03.25 ~ 2019.03.3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