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유한양행·GC녹십자·한미약품·종근당 등 美 암학회 총출동해 연구·개발 성과 발표
K바이오, 올해도 기술수출 러시 기대감 ‘업’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서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 성과가 이어지면서 ‘K바이오’에 훈풍이 불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 1월 미국 바이오 기업 길리어드사이언스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총 7억8500만 달러(약 8800억원)에 기술수출했다. 지난해 두 건의 기술수출에 이어 연초부터 대형 계약에 성공한 것이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월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인 세노바메이트의 유럽 내 상업화를 위해 스위스 아벨테라퓨틱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5억3000만 달러(약 6000억원)로 유럽 지역 상업화를 위해 이뤄진 중추신경계 기술수출 중 최대 규모다.

이런 가운데 미국 애틀랜타에서 3월 29일 개막된 미국 암학회(AACR)에 역대 가장 많은 국내 기업이 참가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글로벌 제약 기업들은 전임상시험 단계 파이프라인이 공개되는 AACR을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사들이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한양행과 SK바이오팜의 기술수출 규모는 올해 2월 누적 기준으로 세계 6·7위에 각각 해당한다”며 “AACR에 이어 6월에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등이 예정돼 있는 만큼 학회 모멘텀(상승 동력)은 물론 기술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AACR은 90여 개국에서 4만 명이 넘는 회원이 활동 중인 미국의 3대 암학회 중 하나다.
K바이오, 올해도 기술수출 러시 기대감 ‘업’
◆한미약품, 전임상 결과 4건 발표…국내 최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4월 3일까지 엿새 일정으로 계속된 AACR에 유한양행·GC녹십자·한미약품·종근당 등 국내 상위 제약사를 비롯해 20곳 이상의 국내 기업이 참가해 연구·개발(R&D) 성과를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이번 AACR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HM43239’, RAF표적항암제 ‘HM95573’, 소세포암 치료제 ‘HM97211’, 면역항암제에 적용할 수 있는 ‘A2AR길항제’ 등 총 4건의 동물 대상 전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전문가들은 이 중 HM43239의 전임상 결과 발표에 주목했다. HM43239는 ‘FLT3 돌연변이’를 타깃으로 급성골수성백혈병(AML)을 치료하는 합성신약 후보물질이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은 혈액 또는 골수에 종양세포가 퍼지는 질병이다.

HM43239는 지난해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 의약품으로 지정받아 지난 2월부터 미국과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이번 AACR에서는 한미약품이 개발해 아테넥스와 스펙트럼에 각각 라이선스 아웃한 고형암 치료제 ‘오락솔’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에 대한 R&D 성과도 발표됐다.

유한양행은 면역항암제로 개발 중인 ‘YH29143’과 합성신약 파이프라인 ‘YH25248’에 대한 R&D 결과를 소개했다.

유한양행은 YH29143이 암 발생을 막는 역할을 하는 T세포의 활성도를 높인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알렸다. YH25248은 암세포의 성장을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C녹십자는 면역항암제 ‘MG1124’의 전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GC녹십자는 동물시험에서 MG1124의 단독 투여 시 항암(폐암) 효과를 입증했다는 점을 중점 부각시켰다.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와 병용 투여 시 파트너 약물로서의 높은 가능성을 보이는 등 시너지 효과를 보였다는 점도 내세웠다.

종근당은 면역항암제로 개발하고 있는 ‘CKD-516’에 대한 R&D 결과를 발표했다.

CKD-516은 암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파괴해 세포의 괴사를 유도하는 새로운 기전의 파이프라인이다. 종근당은 이번 AACR에서 경구제와 면역관문억제제의 병용 투여 시 시너지 효과를 확인한 전임상 결과를 중점 소개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CKD-516은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기존 항암제보다 더욱 직접적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고 종양세포에 대한 약제 내성도 극복할 수 있다”며 “현재 표준요법과 병용임상 1·2a상을 동시에 진행 중인 가운데 병용 투여 시 강력한 시너지를 내는 약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K바이오, 올해도 기술수출 러시 기대감 ‘업’
◆코오롱생명과학 등 바이오 기업도 대거 참가

이번 AACR에는 이들 상위 제약사 외에 삼진제약 등 중견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들도 대거 참가했다.

삼진제약은 급성골수성백혈병 표적 치료제 파이프라인 ‘SJP1604’의 R&D 결과를 공개했다. 영진약품은 암세포 표적치료제 파이프라인 ‘YPN005’를 발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종양 살상 바이러스 ‘KLS-3020’에 대한 R&D 결과를 소개했다. KLS-3020이 항암에 미치는 시너지 효과 등을 공개했다.

제넥신은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 ‘하이루킨-7’의 R&D 결과를 발표해다. 하이루킨-7을 투여했을 때 림프구 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부각시켰다.

엔지켐생명과학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 ‘EC-18’을 소개했다. 호중구감소증은 항암 치료 과정에서 백혈구가 파괴되는 질환이다.

유틸렉스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인 킬러 T세포를 강화하는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 ‘EU102’에 대한 R&D 결과를 공개했다.

큐리언트는 면역항암제로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 ‘Q702’에 대해 발표했다. Q702는 선천 면역에 관여하는 3가지 물질을 동시에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리버리는 고형암 치료제 파이프라인 ‘CV-02’를, 신라젠은 항암제로 개발 중인 펙사벡을 각각 발표했다.

오스코텍은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 ‘SKI-G-801’에 대한 R&D 결과를 공개했다. SKI-G-801은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인 ‘FLT3’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파이프라인은 지난해 11월 FDA로부터 희귀 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이는 희귀·난치성 질병의 치료제 개발과 허가를 지원하는 제도로, 시판 허가 후 7년간 시장 독점권 제공, 신약 승인 심사비용 면제, 총임상시험 연구비용 50%에 대한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 개발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만큼 국내 기업들도 관련 R&D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AACR을 계기로 면역항암제 개발 업체들에 대한 시장의 높은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8호(2019.04.01 ~ 2019.04.0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