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비철금속업계 1·2위 기업
- 첨단산업에 기초 소재 공급 역할 커져
구리·아연 가격 상승에 웃는 ‘은둔의 강자’ LS니꼬동·고려아연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올 들어 아연과 구리 가격이 상승하면서 관련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아연 가격은 4월 4일 기준 톤당 2993달러로, 지난 1월 중순 이후 21.3% 상승했다. 구리 가격도 톤당 6444달러로, 같은 기간 9.9% 올랐다.

이 같은 상승세는 반도체·전기차·신재생에너지 등 차세대 산업이 떠오르면서 기초산업 소재로서의 수요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 중 동과 아연을 제련하고 가공하는 LS니꼬동제련과 고려아연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특히 이 두 기업은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제련과 가공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도 큰 성장이 기대된다.

◆ LS니꼬동제련, 고순도 전기동 생산

LS니꼬동제련은 전기분해를 통한 고순도의 전기동(99.99% 순도 구리)을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제련 과정에서 고난이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산업으로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LS니꼬동제련이 구리를 생산해 내기까지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구리 함량이 평균 20~30%인 동정광을 수입해 오면 금속을 분리·추출하는 정제 작업인 1차 제련을 거쳐 순도 99.95%의 정제조동(불순물을 걸러낸 동)으로 탈바꿈시켜 놓는다.

이를 다시 자사가 보유한 자용로공법과 미쓰비시 연속공법 등 두 가지 방법으로 2차 제련에 들어간다. 이 작업은 섭씨 영상 1250도에 가까운 고열로 광석을 녹이는 것으로 사실상 이때 구리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LS니꼬동제련은 여기에서 한 번 더 작업을 진행한다. 정련(순도를 높이는 공정)이다. 구리를 황산 용액이 담긴 수조에 넣고 전류를 흘리는 전해정련(전기분해로 금속 순도를 높이는 공정)으로 순도 99.99%의 전기동을 만들어 낸다.

연간 약 65만 톤을 생산한다. 이는 중국·미국·독일·일본에 이은 세계 5위의 생산량이고 국내 생산량의 96.6%를 차지한다. 나머지 3.4%는 고려아연이 아연을 정제하며 부산물로 만들어 내고 있다.

LS니꼬동제련이 만들어 낸 전기동은 전도성이 뛰어나 전기·전자·통신·자동차·항공우주 등 첨단산업의 주요 소재로 사용된다.

LS니꼬동제련은 전기동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불순물을 이용해 금·은·백금 등 귀금속과 셀레늄·텔루륨 등 희소금속을 생산해 내고 있다.

특히 순도 99.99% 금을 연간 60톤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최대 생산량이다.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세계 최대 금 거래 시장인 런던금시장연합회(LBMA)의 인수도적격금 생산 업체에도 등록됐다.

동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아황산가스로 황산도 만들어 팔고 있다. 아황산가스는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유독 물질이자 대기오염 물질이지만 이를 활용해 폐수 정화와 비료 제조 등 화학·섬유 분야 등에 쓰이는 산업 소재인 고순도 황산으로 만들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전 세계 구리 제련 기업 중 고순도 황산을 생산하는 기업은 LS니꼬동제련이 유일하다. 지난해 LS니꼬동제련의 황산 매출액은 452억원, 2017년(272억원)의 2배로 성장했다.

LS니꼬동제련은 지난해 매출 7조4489억원, 영업이익 2682억원, 당기순이익 1907억원을 기록했다. LS니꼬동제련은 LS그룹의 계열사다. 일본과의 합작회사로 일본계 회사인 JKJS(Japan Korea Joint Smelting)가 49.9%, LS가 50.1%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구리·아연 가격 상승에 웃는 ‘은둔의 강자’ LS니꼬동·고려아연
◆ 고려아연, 아연·연 생산 세계 1위

고려아연은 LS니꼬동제련에 이은 국내 비철금속 매출 2위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6조8833억원, 영업이익 7647억원, 당기순이익 5348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LS니꼬동제련보다 적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압도적인 ‘알짜’ 기업이다.

실적도 견조하다. 2016년 매출 5조8475억원(영업이익 7646억원, 당기순이익 5945억원), 2017년 6조5966억원(8947억원, 6340억원)을 올리는 등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정련아연 생산량은 기업별로는 1위, 국가별로는 중국에 이은 세계 2위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2017년 세계 정련아연 생산량 1376만4500톤 중 한국은 106만9300톤(7.7%) 수준으로 대부분 고려아연이 생산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연(납) 생산량도 세계 1위다. 고려아연은 연산 30만 톤으로 생산량 기준 세계 2위였지만 2016년 제2비철단지를 완공해 생산량을 43만 톤으로 늘리면서 세계 1위였던 중국 위광제련소를 뛰어넘었다. 연은 자동차 배터리 원료, 건설자재, 전선 피복, 방음재 등으로 활용된다.

고려아연이 광석을 대부분 수입하면서도 글로벌 아연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아연 제련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연 생산량 기준으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세계 1위, 영풍 석포제련소는 세계 4위다.

특히 온산제련소에서는 아연과 연 등 기초 금속을 비롯해 금은 등 귀금속까지 연간 18가지 비철금속 120만 톤을 생산, 전 세계 단일 제련소 가운데 비철금속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다.

제련소 규모 역시 115만5000㎡(35만 평)로 단일 제련소 기준 세계에서 가장 크다. 온산제련소의 경쟁력은 정광 속 비철금속을 하나도 남김없이 뽑아내는 높은 기술력과 생산성에서 나온다.

온산제련소는 통합 공정 시스템을 통해 제련 단계를 대부분 자동화하고 단계별 표적 금속을 제련한 뒤 나오는 잔재를 또다시 걸러내 버려지는 금속이 없도록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다른 제련소와 비교해 원가 경쟁력이 높은 비결이다.

또 제련 가능한 모든 비철금속을 추출해 낸 뒤 마지막으로 남은 잔재는 슬래그로 만들어 시멘트 원료로 사용하는 등 제련소의 환경 부담을 크게 낮췄다.

고려아연은 중국 등지의 제련소에서 1차 가공을 거친 뒤 재처리하기 어려운 잔재물도 연간 약 80만 톤을 저렴한 가격에 수입, 제련해 고부가가치의 비철금속으로 생산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생산하는 아연 역시 전기동 생산처럼 복잡한 과정과 기술력이 필요하다. 아연 함유량이 30~40% 정도인 아연정광을 태우고 수많은 제련 공정을 거친 뒤 마지막으로 섭씨 영상 500도의 전기로 주조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을 이용해 금은 등 귀금속뿐만 아니라 인듐·니켈·비스무스·팔라듐·안티몬·셀레늄·백금·카드뮴·텔루륨·코발트 등의 금속도 만들고 있다. 대부분 산업용 소재로 활용되는 희소금속이다. 산화아연은 발광 다이오드로도 사용된다. 가격이 기존 소재인 질화갈륨의 10%에 불과해 최근 주목 받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은 차세대 산업인 전기차 배터리 소재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고려아연 자회사 켐코는 지난해 4월부터 배터리 양극재 핵심 원재료 중 하나인 황산니켈을 본격 생산하고 있다.

황산니켈은 배터리 4대 핵심 원재료(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중 하나인 양극재의 주원료다. 차세대 고용량 리튬이온배터리의 양극재 내 니켈 비율은 80% 수준이다. 배터리업계는 수급이 어려운 코발트 함량을 줄이고 니켈의 비율을 높이는 추세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의 계열사다. 영풍그룹은 1949년 황해도 출신 고(故) 장병희 창업자와 고 최기호 창업자가 동업해 만든 무역회사가 전신으로, 두 가문은 지금까지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장병희 창업자의 아들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이 영풍을 맡고 최기호 창업자의 아들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이 고려아연을 맡고 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0호(2019.04.15 ~ 2019.04.2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