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눈사람이노베이션 대표…안경 구매 매칭 앱 ‘글라스 매치’ 개발
“안경 살 때 느낀 불편함이 창업으로 이어졌죠”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매번 안경을 살 때마다 여러 가지 불편함을 느꼈어요. 그러다 문득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고 사업화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습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글라스 매치’를 개발한 이준호 눈사람이노베이션 대표의 창업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글라스 매치는 스마트폰에서 자신에게 어떤 안경(선글라스 포함)이 어울리는지 가상으로 착용해 보고 실제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서서히 입소문을 타는 중이다.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해 이를 구현해 냈다.


“시력이 나빠 오랫동안 안경을 착용했어요. 저처럼 안경을 쓰는 사람은 아마 공감할 겁니다. 안경은 보통 2~3년마다 한 번씩 바꾸게 돼요. 흠집이 생기거나 휘어져 새 안경을 사는가 하면 때로는 유행에 맞춰 안경을 교체하기도 하죠.”


하지만 매번 안경을 교체할 때마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매일 써야 하는 안경인데 무턱대고 선택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 보니 많은 시간을 들여 발품을 팔아야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안경을 고를 때 직접 착용하지 않고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상품을 찾을 수 없습니다. 쓰고 거울을 봐야 정확하게 자신에게 그 안경이 잘 맞는지 비로소 확인할 수 있죠. 안경을 쓰는 사람들만 아는 ‘불편한 안경 구매의 현실’입니다.”


이런 불편을 해소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그는 AR 기술을 접목해 가상으로 안경을 써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 보자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를 구현해 낼 능력도 갖고 있었다.


“휴대폰 서비스기획 및 프로젝트매니저(PM)로 10년 넘게 경력을 쌓았어요. 피처폰 시절부터 정보기술(IT) 회사에 근무하며 휴대전화 게임 관련 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했죠.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후에도 여러 회사에서 앱 개발을 도맡으며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AR을 활용한 앱도 충분히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죠.”


◆“안경업계 ‘직방’ 되는 것이 목표”


물론 무턱대고 창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그가 이같이 결심한 시점은 2017년이다. 아직 회사에 몸담고 있던 회사원 신분이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 틈틈이 안경 시장조사에 들어갔고 그 과정에서 더욱 확신을 얻었다.


“안경업계가 모바일업계에서 미개척 분야라는 사실을 발견해 냈죠. 업계 통계를 들여다보니 당시 국내에서 안경을 끼는 사람들은 약 2500만 명이 넘었고 시장 규모는 2조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다양한 O2O(Online to Offline)가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도 안경 시장을 겨냥한 서비스를 찾기 어려웠어요. 아마도 안경은 매장에서 직접 써보고 구매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혔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그는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2018년 4월 눈사람이노베이션을 설립하고 스타트업 대표가 된다. 자신이 보유한 앱 개발 기술 능력을 가다듬어 회사 설립 약 5개월 만인 지난해 9월 글라스 매치를 내놓았다.


글라스 매치를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셀카’를 찍어 앱에 올린 뒤 다양한 형태의 안경을 사진 위에 덧씌워 확인하는 방식이다. 그래도 안경이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 상황을 대비한 ‘장치’도 마련했다.


앱에서 다양한 형태의 안경을 덧씌운 사진을 저장해 실시간으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인들의 반응과 추천을 받아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안경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주변 안경원을 검색할 수 있는 위치 기반 기능까지 앱에 넣었다.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주변에 있는 안경원의 상세한 정보는 물론 해당 매장에서 판매 중인 제품들을 직접 착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AI를 활용한 안면 인식 기술을 가미해 보다 체계적인 안경 추천 기능도 넣을 예정이다.
“안경 살 때 느낀 불편함이 창업으로 이어졌죠”
목표는 부동산에서 O2O로 성공한 ‘직방(부동산 검색 앱)’처럼 글라스 매치를 안경업계 대표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이다.


“직방도 오프라인 기반 부동산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이름을 알리고 성장했습니다. 글라스 매치 역시 우선 안경 구매 과정에서의 재미와 수월함을 제공하는 데 노력하면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이후 홍보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안경 관련 서비스를 추가해 안경업계를 대표하는 O2O로 키워 나갈 계획입니다.”


물론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여러 안경원과의 협업 관계 구축이 가장 급선무다. 도수가 있는 안경을 온라인에서 팔 수 없도록 한 이른바 ‘안경법(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때문이다. 국가에서 진행하는 ‘안경사’ 시험에 합격한 이들이 상주하는 오프라인 안경원에서만 도수 있는 안경 판매 자격이 주어진다.


즉, 글라스 매치 고객이 앱상에서 실물 형태의 안경을 가상으로 착용해 보고 실제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선 안경원과의 협업 관계 구축이 필수인 셈이다. 현재 이 대표는 안경원들을 찾아다니며 글라스 매치를 알리는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다행인 것은 점차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대구에서 열린 국제 안경 전시회 등에 참가해 글라스 매치를 알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놀랐어요. 전시회 참가 이후 협업하고 싶다는 신청서가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향후에도 그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앱 내부에 안경원 입점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대표적인 예로 콘텐츠를 활용한 홍보 전략을 꼽았다.


“2016년 기준으로 국내에 1만4000여 개의 안경원이 있습니다. 2014년(8845개) 대비 증가율이 무려 60%가 넘어요. 사업자 수가 늘어나는 만큼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그는 곧 안경원에 매장이나 제품 홍보가 필수가 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경원에 대한 재미있는 소개나 매장에서 판매 중인 안경의 실제 사용 후기 등을 콘텐츠로 작성해 SNS나 언론 매체 등 다양한 경로로 홍보해 주는 일도 병행할 계획입니다. 현재 홍보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받아 서서히 관련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사업 규모가 보다 커지면 직접 홍보전문가를 채용할 계획이고요. 또 안경뿐만 아니라 귀고리나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 분야에서도 글라스 매치와 비슷한 앱을 내놓는 것도 고려 중입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3호(2019.05.06 ~ 2019.05.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