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모빌리티’ 고민하는 정의선 총괄수석 부회장 “차, 소유에서 공유로 바뀐다”
-동남아·호주·인도 차량 공유 업체에 잇단 투자
현대차의 미래는 서비스 기업?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글로벌 자동차 판매 5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이 비즈니스 구조 혁신에 나섰다. 그랩 등 글로벌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 가고 있다. 자동차의 개념이 ‘소유’에서 ‘이용’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차량 공유와 호출 등 신규 자동차 서비스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사업 구조 전반을 혁신한다는 전략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 부회장은 최근 사모투자 펀드 운용사 칼라일그룹이 연 콘퍼런스에 참석해 “서비스·제품 등 모든 측면에서 고객에게 집중하기 위해 더 노력할 여지가 없는지 자문하고 있다”며 “우리 비즈니스를 서비스 부문으로 전환한다면 제품·사업 구조를 혁신할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아판 우버 ‘그랩’에 3000억원 투자

현대차그룹이 차량 공유·호출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부터다. 현대자동차는 동남아시아 모빌리티 서비스 선두 업체인 그랩에 2500만 달러(284억원)를 투자해 현지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지난해 1월 11일 발표했다.

‘동남아시아판 우버’로 불리는 그랩은 2012년 설립 이후 동남아 차량 호출(카헤일링) 서비스 시장의 75%를 점유 중인 회사다.

현대차그룹은 이후 그랩에 추가로 투자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그랩에 2억5000만 달러(284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지난해 11월 7일 발표했다. 현대차가 1억7500만 달러(1990억원), 기아차가 7500만 달러(85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그랩의 비즈니스 플랫폼에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모델을 활용한 신규 모빌리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전략이었다.

현대차그룹은 “그랩의 미래 성장 가능성과 전략적 파트너십의 중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과감한 투자를 감행하기로 결정했다”며 “이와 관련해 정 총괄수석 부회장과 앤서니 탄 그랩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싱가포르 현지에서 만나 향후 협력 방안에 대해 상호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토대로 지난 1월 초 싱가포르에서 카헤일링 서비스를 본격 론칭했다. 현대차그룹은 초기 서비스 안착을 위해 전기차 모델 코나EV 20대를 그랩에 공급했다.

그랩 드라이버는 그랩으로부터 코나EV를 대여한 뒤 카헤일링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내
는 형태다. 코나EV는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데다 내연기관 차량 대비 유류비도 현저히 저렴해 그랩 드라이버와 승객 모두에게 만족도가 높은 상황이다.

그랩은 올해 안에 총 200대의 코나EV를 순차적으로 구매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과 그랩은 이를 통해 전기차를 활용한 카헤일링 서비스를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 국가로 확대해 나간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코나EV를 활용한 카헤일링 서비스 론칭을 통해 동남아시아에서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하게 될 것”이라며 “그랩과 같은 현지 유력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앞세워 자동차 신흥시장으로 급부상 중인 동남아에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미래는 서비스 기업?
◆호주·인도 차량 공유·호출 시장 공략 시동

호주 차량 공유·호출 서비스 시장도 현대차그룹의 중점 공략 대상이다.

현대차는 호주의 차량 공유(카셰어링) 선도 업체인 ‘카넥스트도어’에 투자하고 현지 카셰어링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지난해 7월 4일 발표했다. 양 사는 2020년께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신개념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카넥스트도어는 2013년 현지에서 카셰어링 사업을 시작한 업체다. 개인이 개인에게 시간 단위로 차를 대여해 주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차량 소유주가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에 자신이 이용하지 않는 시간대를 설정해 두면 주변에 차가 필요한 고객을 자동으로 연결해 주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카넥스트도어와 협업해 고객의 차량과 스마트폰을 연결해 주는 ‘현대 오토 링크’ 앱을 개발 중이다. 현대차는 또한 현지에서 판매하는 신차에 폰 커넥티비티를 통해 도어 개폐와 차량 시동을 걸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 소유자와 대여자 간에 차 키 전달이 필요 없는 편리한 개인 간(P2P) 차량 공유 환경을 만든다는 목표다.

현대차를 소유한 현지인이라면 원하는 이에게 쉽고 안전한 방식으로 차량을 빌려주고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신차에 탑재될 폰 커넥티비티 기능이 카넥스트도어의 차량 공유 플랫폼과 결합해 소비자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인구 대국으로 꼽히는 인도의 차량 공유·호출 서비스 시장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 2위 카셰어링 업체인 레브에 투자하고 현지 공유 경제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다고 지난해 8월 20일 발표했다.

레브는 2015년 현지에서 카셰어링 사업을 시작한 업체다. 현지 업계 최초로 렌털과 차량 공유를 결합한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선보여 주목 받는 곳이다. 자동차를 소유하는 제3의 방식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서브스크립션은 월정액 요금을 내면 차종을 마음대로 바꿔 탈 수 있고 이용 기간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대차는 레브의 카셰어링 사업과 연계한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을 구상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인도 최대 카헤일링 서비스 기업 올라에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올라에 총 3억 달러(3384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3월 19일 발표했다. 현대차가 2억4000만 달러(2707억원), 기아차가 6000만 달러(677억원)를 각각 투입한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그랩에 투자한 2억7500만 달러를 웃도는 액수다.

인도는 일평균 카헤일링 호출 건수가 2015년 100만 건에서 지난해 350만 건을 기록할 만큼 글로벌 공유 경제 생태계의 핵심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라는 2011년 설립 이후 인도 카헤일링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 중이다. 세계 125개 도시에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등록 차량만 130만 대에 달한다.

정의선 총괄수석 부회장은 “인도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인도 모빌리티 1위 업체인 올라와의 협력을 통해 우리가 목표로 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의 전환 노력에 한층 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며 “고객에게 새롭고 더 큰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변화와 혁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8호(2019.06.10 ~ 2019.06.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