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 성능·경쟁력에선 수소가 ‘우위’
- 비용·인프라에선 전기가 앞서
'전기차 vs 수소차' 친환경 버스의 승자는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한국 대중교통의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시내버스를 둘러싼 ‘친환경 대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진영은 크게 ‘전기버스’와 ‘수소 연료전지 전기버스(수소전기버스)’다.

일단 현재 좀 더 대중화된 친환경 시내버스는 전기버스다.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 공급된 전기시내버스는 314대(등록 기준)인 반면 수소전기버스는 2대에 불과하다. 상용화 시점 역시 전기버스가 먼저다.

수소전기버스는 지난해 10월 시내버스로 첫선을 보인 반면 전기버스는 2015년부터 꾸준히 공급됐다. 이유는 수소전기버스를 운행하기 위한 충전소 등의 인프라 건설에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야 하는 반면 전기버스는 기존 전력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전기버스의 보급이 앞선 상황이다.

하지만 이제 이런 구도는 조금씩 바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수소전기버스 양산을 본격화하고 정부가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해 움직이는 만큼 앞으로 도로 위를 달리는 수소전기버스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수소전기버스, 전기버스 잡을 수 있을까
'전기차 vs 수소차' 친환경 버스의 승자는
시내버스를 두고 전기버스와 수소전기버스가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은 최근이다. 지난해 10월 현대차가 제작한 시범용 수소전기버스가 처음으로 운행한데 이어 지난 6월 5일 양산차 1호가 공개됐다.

더욱이 수소전기버스는 정부가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수소전기차를 지원하는 정책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시장에 빠른 속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수소전기차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파격적이다.

그동안 도심 충전소 설치가 제한됐던 것을 풀어준 것을 시작으로, 수소차 생산과 연료전지 보급 확대를 위한 지원 방안도 곧 구체화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또한 정부는 2022년까지 수소전기버스를 시내 노선에 도입해 2000대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이에 맞춰 현대차도 2020년부터 해마다 300대 이상 대량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전기버스가 아닌 수소전기버스에 힘을 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수소전기차가 가지고 있는 ‘성능’이다.

45인승의 신형 수소전기버스는 성능이 향상된 연료전지 시스템이 탑재돼 1회 충전으로 약 450km를 주행할 수 있다. 충전 시간 역시 수시간씩 소요되는 전기버스와 달리 몇 분이면 충전할 수 있다.

또한 정차 후 재출발이 많은 시내버스는 저속 주행 상황에서 초반 가속 성능이 중요하고 많은 승객을 태운 채 경사진 언덕 등을 무리 없이 다닐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전기버스보다 수소전기버스의 성능이 월등하다. 쉽게 말해 전기버스보다 수소전기버스가 힘(마력)이 더 좋다는 얘기다.

특히 친환경 성능에서도 전기버스보다 우위에 있다. 전기버스와 수소전기버스 모두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버스지만 수소전기버스는 한 대가 1km를 달리면 4863kg의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

연간 8만6000km를 주행하면 총 41만8218kg의 공기 정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몸무게 64kg의 성인 약 76명이 1년간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양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등으로 대기 질 오염이 심각한 상황인 만큼 수소전기차의 활용도가 더 큰 셈이다.

둘째, ‘경쟁력’이다. 현재 친환경차와 미래차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자동차 산업은 기업 간의 경쟁을 넘어 국가 간의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수소전기차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희망이 되고 있다.

전기차는 이미 미국과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긴 지 오래다. 특히 전기버스는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과 경쟁하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전기버스를 1대 제작하는데 국내 기업이 제작하면 약 4억원이 투입되는데 비해 중국 기업은 3억원대에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중퉁버스·비야디(BYD)·에빅·하이거 등의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생산하는 전기버스는 약 5주(35일)마다 9500대로, 전 세계 38만5000대의 전기버스 중 99%가 중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전기버스는 국내에 들어와 있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2017~2018년 전기버스에 지급한 구매 보조금 물량 243대 가운데 중국산 전기버스가 3분의 1이 넘는 88대나 차지했을 정도다.

반면 수소전기차는 전 세계에서 현대차가 보유한 기술이 가장 앞서 있다. 현대차는 2013년 세게 최초로 ‘투싼 수소전기차’를 양산해 판매에 들어갔고 지난해 좀 더 완성도 높은 2세대 모델인 ‘넥쏘’를 출시했다.

현재 수소전기차를 양산하는 기업은 일본 도요타(미라이)와 혼다(클래리티)가 있다. 즉, 수소전기차 패권은 한국과 일본이 경합 중인 상황인데 일본은 미래 국가 육성 산업으로 수소 산업을 적극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 역시 일본보다 다소 늦기는 했지만 현대차가 보유한 기술력이 앞서는 만큼 적극적으로 밀어 세계시장을 장악한다는 계획이다.

◆ 수소전기버스 성장의 필수 요건은 인프라

물론 전기버스가 수소전기버스에 비해 못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분명 장점이 있다. 우선 가장 큰 장점은 인프라 확충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전기버스는 기존에 구축해 놓은 전력망이 자동차 에너지로 이어지는 반면 수소전기버스는 충전소와 전용 수송관 구축 등 인프라를 새로 깔아야 한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수소차를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프라와 제반 여건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작년 정부의 수소차 보급 목표는 1000대였지만 727대가 보급돼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현재 서울시 수소차 대기자 중 올 상반기 내 보조금을 받아 차를 출고할 수 있는 소비자 비율도 3.9%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계획대로 인프라가 조성되지 않는다면 수소전기버스는 전기버스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 현재 정부는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뒷받침하기 위해 수소 충전소 합작 법인인 ‘하이넷’이 2022년까지 충전소 100개를 구축해 수소차 보급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이넷은 민간 중심의 수소 충전소 구축·운영 모델을 만들어 내기 위해 한국가스공사·현대자동차 등 국내외 수소 연관 기업 13개가 총 1350억원을 출자해 공동 설립했다. 운영 기간은 2028년까지다.

또다른 전기버스의 장점은 주행 비용이다. 전기버스와 수소전기버스의 정확한 연비가 공개되지 않아 비교하기 어렵지만 일반 승용차로 계산하면 약 8배 정도 수소전기차의 주행 비용이 비싼 것으로 추산된다.

예를 들어 수소 가격이 가장 싼 울산에서 kg당 7000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수소전기차인 넥쏘를 완충할 때 4만4310원(6.33kg)이 들고 609km를 달릴 수 있다. 1km 주행에 드는 수소요금은 72.7원이다.

승용차 연간 평균 주행거리인 1만3724km를 달렸다고 가정하면 넥쏘의 연료비는 1년에 약 100만원이 든다. 같은 기준으로 휘발유차(아반떼 1.6, 연비 리터당 13.1km)의 연료비는 157만원이고 아이오닉 전기차(연비 ㎾h당 6.3km)는 완속 충전 시 연간 16만원, 급속 충전 시 38만원을 쓴다.

물론 향후 수소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있다. 정부는 수전해와 해외 생산으로 수소 공급을 늘려 kg당 수소 가격을 2030년 4000원, 2040년 3000원 이하로 떨어뜨린다는 계획이다.

수소 가격이 kg당 3000원이 되면 연간 연료비가 43만원 정도로 전기차 급속 충전 비용에 가까워진다. 정부는 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해 충전 시 전력량 요금을 50% 할인하고 있다. 이런 제도가 없어지면 수소차와 전기차의 연료비가 역전될 수도 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9호(2019.06.17 ~ 2019.06.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