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LIGHT]
-공실 줄고 저금리에 손 바뀜 늘어…여의도권 거래 활발
대형 오피스 빌딩 거래 상반기 7조원 육박…‘매물이 사라진다’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최근 아파트나 상가 등 부동산 시장 전반이 침체기를 걷는 가운데 오피스 시장 홀로 매매와 임대 모두 활황을 맞이한 분위기다.

서울의 오피스 매매 시장은 내년 대형 오피스 빌딩의 잇단 공급을 앞두고 있는 여의도권역(YBD)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하고 임대는 강남권역(GBD)이 공유 오피스를 중심으로 계속 포화 상태를 이어 가고 있다.

신영에셋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서울과 분당 오피스 빌딩(거래 면적 3300㎡ 이상) 거래 금액은 6조8733억원으로 조사됐다. 기존 역대 최고치였던 2018년 상반기 6조1150억원보다 12.4% 불어나면서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거래 건수는 37건으로 2018년 상반기(38건)와 비교해 1건 줄었지만 고가 대형 매물이 잇따라 거래되면서 거래 금액이 크게 늘었다. 건당 거래 금액은 2018년 상반기 1609억원에서 올해 1858억원으로 15.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을지로 써밋타워(8578억원), 퇴계로 스테이트타워 남산(5886억원), 종각역 종로타워(4637억원), 서울역 서울스퀘어(9883억원), 잠실역 삼성SDS타워(6280억원), KT목동정보전산센터(3200억원) 등 고가 대형 매물이 상반기에 매매됐다.

권역별 거래 건수는 GBD가 9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도심권역(CBD)이 6건, YBD가 5건, 서울 기타권역 4건과 분당권역(BBD) 1건으로 뒤를 이었다. GBD와 CBD의 거래가 여전한 가운데 거래가 주춤했던 YBD와 서울 기타권역의 거래가 늘면서 거래 양극화가 완화됐다.

권역별 매매가격은 CBD가 3분기 연속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GBD, 서울 기타권역, BBD 순으로 조사됐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CBD와 GBD는 평균 매매가격이 ㎡당 600만원대를 2분기 연속으로 유지하며 상승세를 지속했다.

최근 눈에 띄는 포인트는 공유 오피스 입주 빌딩의 거래가 활성화된 것이다. 상반기 종로타워(위워크 종로타워점), 브랜드칸타워(패스트파이브 논현점) 등 6건, 1조9711억원이 거래되며 공유 오피스가 매매 시장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공유 오피스 열풍은 강남과 분당 일대에서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대형 오피스 빌딩 거래 상반기 7조원 육박…‘매물이 사라진다’
공유 오피스 인기 이어져

오피스 빌딩 임대 시장은 권역별로 온도차를 보이긴 하지만 분위기는 비슷하다.

YBD는 상반기 거래 증가가 두드러진 지역이다. 지난 2년간 거래가 침체됐던 YBD는 상반기에만 5건, 5819억원이 거래됐다. 하반기에도 최소 5건, 약 1조원의 거래가 예정됐다. 2016년 연말 IFC가 거래된 이후 3년 만에 연간 거래 금액이 1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YBD는 내년 7월께 파크원을 필두로 새로운 오피스 빌딩들이 공급을 앞두고 있어 서둘러 매물을 내놓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YBD에서 거래되는 오피스 빌딩은 매입 후 단순히 오피스 임대가 아닌 리테일 자산 또는 오피스텔 등으로의 용도 변경이 목적인 게 대부분이다. 빌딩 지하 또는 1~2층에 유명한 리테일 브랜드가 입점하면 주변 오피스 인구나 거주민들이 모여 몸값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SK증권 빌딩 지하 2층~지상 2층에는 리테일 공간인 디스트릭트Y가 입점해 있는데 지난해 3.3㎡당 206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찍었다. 지난해 기준 YBD 오피스 빌딩의 매매가는 3.3㎡당 1600만~1700만원 선이다. 또 NH투자증권 빌딩은 우선협상대상자들이 오피스 빌딩을 오피스텔 형식으로 리모델링하는 계획을 제안하기도 했다.

YBD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오피스 공실이 많은 권역으로 꼽혔지만 최근 공실률이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9.3%)로 낮아지며 공실이 빠르게 해소되는 중이다. 이는 빌딩 주인들이 ‘렌트 프리’ 등 공격적인 임대 마케팅을 펼친 결과다. 렌트 프리는 총 임대 계약 기간 중 몇 개월은 무료로 임대를 주는 인센티브 방식을 의미한다.

진원창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팀장은 “YBD 공실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게 IFC 빌딩이었는데 이 빌딩이 특히 공격적인 임대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공실이 크게 줄고 YBD 전체 공실률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대형 오피스 빌딩 거래 상반기 7조원 육박…‘매물이 사라진다’

BBD는 중소형 중심 가격상승 예상

오피스 매매 시장의 거래 증가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남산센트럴타워·NH투자증권빌딩·타임스퀘어·트윈시티남산·서소문5지구 등의 매물 등으로 하반기 추가로 4조~5조원 정도의 거래도 예상된다.

거래 활성화가 시장 전체로 확대되면서 ㎡당 매매 가격 상승 폭은 둔화됐다. 다만 하반기에도 매매가격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발 금리가 안정되며 주요 권역의 오피스 빌딩 담보대출 금리가 2%대 후반까지 하락해 대체 투자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2018년과 비슷한 수준인 연 10% 내외의 상승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영에셋의 분석에 따르면 CBD의 거래 금액은 상반기까지 3조4778억원이 거래됐다. 이 권역의 연간 최대 거래금을 기록했던 2018년의 3조9303억원에 육박하는 거래가 반기 만에 이뤄진 것이다. 연말에 거래가 종료될 옛 외환은행 본점(8932억원), 남산센트럴타워, 서소문 5지구 등을 더하면 CBD의 연간 거래 금액은 처음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GBD는 매매 시장은 과거에 비해 거래 건수 점유율이 70%에서 4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GBD는 실수요 법인과 개인 자산가의 수요가 견조해 하반기에서 10여 건 수준의 거래가 예상된다. 예상되는 곳은 삼성로 연승빌딩, 테헤란로 대봉빌딩, 남부순환로 휠라 사옥 등이다. 다만 중대형 매물이 적어 공급이 많은 중소형 빌딩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YBD는 상반기에 5건, 약 6000억원이 거래됐다. 하반기엔 최소 5건, 약 1조원 규모의 거래가 예정돼 있다. NH투자증권빌딩, KTB빌딩, 메리츠화재 여의도빌딩, 삼성생명 여의도 빌딩 등이 대상이다. IFC가 거래된 2016년 이후 3년 만에 연간 1조원 규모의 거래가 예상된다. 특히 신규 공급이 늘어남에 따라 임대 시장은 오피스보다 시장성이 나은 오피스텔과 생활형 숙박시설로 해결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분당권(BBD) 매매 시장은 매물 소진 후 공급이 주춤하면서 임대 시장과 마찬가지로 매도자 중심 시장으로 재편되고 잇다. 매물 부족으로 거래 자체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매도 호가는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서현역이나 수내역 부근의 중소형 빌딩 등이 그 대상이다.
대형 오피스 빌딩 거래 상반기 7조원 육박…‘매물이 사라진다’
상반기처럼 공유 오피스 빌딩 거래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주요 권역의 물건은 다수가 거래 완료 됐고 추가 공급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에 따라 공유 오피스 임차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성동구·구로구·영등포구 등 기타 권역에서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재견 신영에셋 리서치팀장은 “상반기 거래 금액이 사상 처음으로 6조원대 후반까지 늘었고 하반기에는 도심과 여의도권역을 중심으로 4조~5조원의 거래가 예상된다”며 “2019년 연간 누적 거래 금액은 2018년에 이어 최소 10조원에서 1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팀장은 “투자자 모집 실패, 공실 리스크 등으로 거래가 무산됐던 빌딩의 재공급이 예상된다”며 “매매 시장 거래 활성화와 유효 매물 공급 부족, 금리 하락에 따른 비용 감소 등으로 시장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awlli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3호(2019.07.15 ~ 2019.07.2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