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37호 (2019년 08월 14일)

경영자를 견제하는 금융시장의 ‘까칠한 시선’

[경영전략]
재무 금융에 무지한 ‘전략’은 절름발이 불과…경영자는 시장과 투자자 설득할 수 있어야



[한경비즈니스 칼럼=박찬희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경영학이 20세기 들어 나름의 체제가 정립된 후 재무·회계 분야는 인사 조직과 마케팅·생산 등 ‘일반 경영’ 분야와 나눠 공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고경영자(CEO)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통합해 생각하고 풀어가는 훈련이 필요해 이른바 ‘경영전략’이 별도의 분야로 자리 잡았지만 대부분은 구색을 맞추는 수준에 그치고 있고 금융시장의 시각과 움직임을 함께 생각하는 것은 솔직히 드문 것이 현실이다. 

1990년대 이후 산업경제학 분야의 연구들이 기업의 투자와 재무 행태를 제품 시장, 금융시장과 연결해 분석하는데 비해 오히려 기업과 경영의 구체적 현실을 다루는 경영학에서 전공의 담벼락을 쌓고 경영자에 대한 환상만 쌓고 있다는 것은 반성할 여지가 있다. 

대학의 속살을 보면 더욱 심란하다. 숫자를 싫어하거나 자격증 시험 응시자들과 경쟁하기 싫어 재무·회계와 담을 쌓는 학생들이 상당수다. 재무를 공부해도 기본적 경제학 개념이 부족한 데다 금융의 현실도 모르니 수식만 잔뜩 외워 그 뜻을 전혀 모르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많다. 

최근에는 아예 재무·회계 전문 프로그램을 분리한 학부를 만들면서 ‘일반 경영’ 분야의 내용을 대폭 생략하기도 한다. 실전 훈련 없이 드리블·슈팅·태클만 따로 연습하거나 아예 슈팅 전문이라며 다른 훈련은 생략하는 축구와 다를 바 없다.


◆경영전략은 ‘조직 이론’의 연장 아니야

경영전략은 태생적으로 경영의 다양한 분야를 통합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경영전략 교수는 사업부 수준의 경쟁 전략이나 경영자의 비전과 리더십을 가르치면 되고 다른 과목들은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 

하지만 현실의 경영자는 다르다. 인사·마케팅·생산의 구체적 내용을 다루면서 항상 재무를 생각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가 없으니 아무리 좋은 사업 아이디어라고 하더라도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을 갖고 있는 투자자와 은행을 설득하려면 금융시장의 시각에서 사업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은 경영전략 분야에서 이런 사실을 간과한 채 금융시장과 재무 정책을 생각하지 않는 어이없는 내용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전략을 ‘조직 이론’의 연장에서만 생각해 경제와 재무는 의도적으로 멀리하는 일부 외국 학교들의 전통이 이식된 면도 있다. 하지만 인사·마케팅·생산 같은 각론 분야도 재무를 통해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반영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인사관리의 핵심 이슈인 ‘경영자 보상(executive compensation)’은 개별 노동자의 ‘동기부여’와 차원이 다른 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경영자 선임, 나아가 기업 지배 구조와 연결되는 내용이다. 

회사에서 필요할 때 찾아보면 되는 인사관리 매뉴얼을 외워대는 공부로는 높은 수준의 경영 판단이 불가능하다. 마케팅은 어떤가. 복잡한 수학 모델로 짜 맞춘 현학적 교과서는 논외로 하더라도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시장과 소비자의 인식은 매우 높은 수준의 ‘가치론(theory of value)’과 만나게 된다. 

최근의 회계 제도 개편이나 시장 공시는 브랜드와 같은 무형의 가치를 어떻게 반영하느냐를 고민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판매 사원 교재나 외울 생각인가.

◆교과서만 외워선 ‘과제’ 해결 못해

다수의 경영전략 분야 문헌들은 ‘가치 창출의 가능성’까지만 다룰 뿐 금융시장의 까칠한 시선을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건설회사가 중장비 사업에 진출하면 사업들 사이의 ‘시너지’가 발생하고 건설 회사의 특별한 기술 특성에 맞는 믿을 만한 협력 업체가 없으면 ‘시장의 불완전성(market imperfection)’을 해결하는 효과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건설과 중장비에 걸친 사업으로 규모가 커지면 확대된 힘을 바탕으로 금융·구매 등에서 유리한 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사업 규모가 크다고 사회적 영향력이 더 커진다는 설명은 적어도 경제학의 시각에서는 검증하기 어렵고 금융이나 구매에서의 이득도 기업의 성과로 연결된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사업 규모가 커지면 경영자의 권력이 커질 뿐이고 기업의 성과로 실현되지 않는다는 더욱 냉정한 시선도 있다. 사업들 사이의 시너지 효과 역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과연 하나의 회사로 합치는 방법밖에 없느냐는 질문이 제기된다. 적절한 사업적 협력으로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얘기다.

여러 개의 사업을 같이 경영하면 위험 분산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국제 유가가 올라가면 항공운수업이 수익에 압박을 받지만 석유화학 사업은 사정이 좋아지듯이 경영의 현실에서는 받아들여지는 얘기지만 경제학의 시각은 다르다. 

주주는 석유화학과 항공운수업에 분산투자해 위험 분산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경영자가 여러 개의 사업을 운영해 자신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를 바라보는 까칠한 시선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다. ‘시장의 불완전성’은 경영학의 가정 자체를 벗어나는 주장이고 ‘위험 분산 효과’ 역시 경영 현실의 속 깊은 사정들은 재무적 해석의 틀 밖에 있다. 

하지만 경영학의 시선은 금융시장을 통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경영자는 금융시장의 까칠한 시선을 이해하고 사업적 가능성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이 왜 시너지를 만들 수 있고 확대된 사업 규모가 어떤 이득이 있는지, 어떤 점에서 시장의 빈틈을 해결할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시장의 투자자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적 구조를 통해 가치를 만들어 낼지 묻는다. 건설 회사가 중장비 사업에 진출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통합 법인’에 몰아넣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별도의 사업체를 두고 적절한 협력 구조를 설정할 수도 있고 중장비 회사를 인수한 후 필요한 부분만 직접 경영하고 다른 부분은 매각하는 구도를 만들 수도 있다. 부분 매각 대신 외부 투자를 유치한 후 적절한 협력 구조를 둬 간접 지배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인수·합병(M&A) 분야에서는 시너지 창출이나 위험 분산, 틈새시장 공략을 통해 가치 창출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개선 효과 검토(better-off test)’와 함께 어떤 사업적 구조로 이를 구현해 낼지 살펴보는 ‘소유 구조 검토(ownership test)’를 수행한다. 

경영자는 이런 2단계의 과정을 통해 투자자에게 어떤 사업적 가능성이 있고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참여해 실리를 얻을 수 있을지 설득한다. 

금융시장과 투자자의 시선에 답하는 재무적 분석 없이 막연하게 ‘시너지 가능성’에 그치는 절름발이 전략 교과서나 외워대면 CEO의 과제는 풀어낼 수 없다.

◆경영자는 조직의 리더이자 투자자의 머슴 

또 학문에서 주는 환상과 달리 경영자는 미래를 내다본 뒤 방향을 정하고 조직을 이끄는 리더지만 다른 한편에선 투자자가 맡긴 돈을 일정한 권한을 위임 받아 사업 활동에 쓰는 머슴이기도 하다. 따라서 경영자가 생각하는 전략은 항상 시장의 까칠한 시선에 의해 제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경영자로서는 전문적 식견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뭐라도 만들어 내려는 자신의 행동을 자기 권한과 이득을 위한 것으로 삐딱하게(성악설적으로) 해석하는 시장의 시선이 불만일 수 있다. 하지만 죽어라 노력해 번 돈을 맡긴 것을 생각해 보면 삐딱한 성악설은 당연한 일이다. 



회사 돈으로 운영하는 전용 제트기를 타고 다니며 수십 조원의 투자를 집행하고 수백억원이 넘는 보너스를 챙기는 경영자에게 말없이 믿고 맡기라는 말인가. 아무리 좋은 사업 기회가 가능해도 투자자로서는 어떻게 실천할지, 그래서 어떻게 나눠 줄지 물어볼 수밖에 없다.

정말 좋은 사업 계획이고 투자한다고 곳곳에 권세를 키울 생각이 없다면 그럴수록 그런 가능성과 의지를 시장에 알리고 설득할 수밖에 없다. 시장의 투자자들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경영자를 지지하는 이들은 더 널리 쉽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경영자를 찾게 된다. 경영자의 경력과 정체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경영전략은 경영자의 비전과 전략이 시장의 냉정한 시선과 만나는 분야다. 사업 계획의 성패가 걸린 경쟁 환경도 경제와 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지만 경영자에게 권한을 위임한 투자자의 걱정과 비판적 시선은 재무적 접점을 통해 속속 전달되고 기업 지배 구조의 다양한 장치를 통해 반영된다. 

어떻게 보면 재무 담당자는 외부 시장에 한 발을 걸치고 경영자에게 비판적 시선을 전달하는 미묘한 위치에 놓일 수도 있다. 

경영자의 사업 의지와 시장의 까칠한 시선이 건강한 균형을 이룰 때 회사도 제자리를 잃지 않는다. 재무와 금융에 무지한 전략은 평형수가 새나간 배와 다를 바 없다. 전공의 담벼락에 갇힌 경영학은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낫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7호(2019.08.12 ~ 2019.08.1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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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8-1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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