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회사 합병, 적자 사업 정리 등 놓고 정면충돌…2대 주주 국민연금 행보 ‘주목’
주주 요구 거부한 ‘SM’ 이수만…KB운용, 기관투자가 규합 나설까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 행동주의펀드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KB자산운용이 경영 개선을 요구하는 주주 서한을 보냈지만 SM이 ‘전면 거부’로 맞섰기 때문이다.

SM의 3대 주주인 KB자산운용은 체면을 구겼고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며 올랐던 SM 주가 역시 급락했다. 특히 주주 서한을 보낸 지 두 달이 지나서야 내놓은 답변에 구체적인 실행 방한이 하나도 제시되지 않아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SM의 전면전에 맞설 기관투자가의 다음 카드에 시선이 몰리고 있다.


◆‘이수만 회사’에 연 100억 몰아줘

KB자산운용은 6월 5일 SM에 대해 ‘본연의 가치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주주 서한을 보냈다. 라이크기획 합병, SM USA 산하 자회사와 비연예 기획 사업 정리, 배당 실시가 골자였다. 이에 SM은 7월 31일 ‘문화 강국을 향한 쉼 없는 도전’ 주주 서한 답변서에서 KB자산운용이 요구한 주요 내용에 대해 사실상 전면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주주 요구 거부한 ‘SM’ 이수만…KB운용, 기관투자가 규합 나설까
라이크기획은 이수만 총괄프로듀서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라이크기획은 SM 가수들에게 프로듀싱을 해주고 SM으로부터 인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자산운용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SM 영업이익의 44%에 해당하는 금액이 라이크기획으로 흘러들어갔다.

19년간 라이크기획이 받은 인세는 965억원에 달한다. KB자산운용은 등기 임원도 아닌 이 총괄프로듀서가 지분 100%를 소유한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음악 자문 등을 명목으로 연간 100억원 이상 받아가 회사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SM은 라이크기획과 거래 중단과 합병 요구에 대해 “프로듀싱이 차지하는 중요성과 역할을 간과해 잘못 인식한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라이크기획은 법인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합병이 성립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SM은 적자를 지속하는 호텔·외식업(F&B) 사업과 관련한 라이프스타일 사업 정리 요구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KB자산운용은 주주 서한에서 SM이 ‘SM USA’ 자회사를 통해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본업과 무관한 와이너리·리조트·레스토랑 사업을 영위하며 주주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SM USA는 매니지먼트 사업으로 등록돼 있지만 자회사들은 주로 부동산업으로 등록돼 있다. 또 외식업 자회사 SM에프앤비가 운영하는 청담동 ‘SMT서울’ 레스토랑이 자본금 120억원을 투하한 이후 6년 누적 211억원의 순적자를 기록한 만큼 적자 사업을 영위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M은 “이 사업은 엔터테인먼트·관광·레저로 연결돼 중·단기적으로 투자와 인큐베이션이 필요하므로 단기 성과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와 K팝 세계 진출 목적을 점진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SM은 1년여 전부터 그룹 차원에서 사업을 구조적으로 개편·조정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검토해 왔으며 회사를 통합 재편하며 전문성 있는 유수 기업을 전략적 투자자(SI) 혹은 파트너로 유치할 계획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주 서한에 없는 ‘코엑스아티움’ 내용을 굳이 언급하며 투자자들을 자극했다. SM은 “2015년 문을 연 코엑스아티움을 중단할지 검토 중”이라며 “단순히 적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사업 중단을 고려해야 한다면 재고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코엑스아티움은 해외 팬들 사이에서 K팝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건물이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애널리스트는 “KB자산운용의 요구는 비핵심 및 적자 사업들의 정상화였지 적자 사업들의 매각이나 청산이 아니었기에 SM의 답변은 분명한 왜곡”이라며 “개선 방안에 대한 내용 없이 요구 사항에도 없는 코엑스아티움의 운영 중단을 한 달 넘게 검토한 것은 다소 황당하다”고 분석했다.

SM은 배당 요구에 대해 “회사는 미래를 향한 계속적인 성장을 위해 투자에 역점을 뒀기 때문에 배당정책을 시행하지 않았다”며 “그런 필요성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미래 성장을 위한 재투자와 회사 이익의 주주 환원을 조화하는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SM이 예상외로 전면전에 나서자 KB자산운용의 다음 행보에 시선이 몰리고 있다. 업계는 KB자산운용이 더 거센 압박을 가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답변 이후 주가 급락
주주 요구 거부한 ‘SM’ 이수만…KB운용, 기관투자가 규합 나설까
SM이 서한 답변을 내놓기 전만 해도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았다. 기관투자가 지분율이 높은 상황이라 SM이 제안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시장의 기대감은 주가에 반영됐다.

SM의 주가는 KB자산운용이 주주 서한을 보내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한 5월 30일 이후 열흘 동안 25%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답변을 내놓지 않자 그 뒤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SM이 7월 31일 주주 제안을 거절하자 SM 주가는 다음 날부터 이틀 만에 8% 이상 급락했다. 올 초 5만원대를 기록했던 SM 주가는 8월 5일 3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KB자산운용이 다른 기관투자가들과 힘을 합칠 가능성도 있다. 현재 SM 지분을 5% 이상 보유 공시한 기관투자가의 지분 합계는 32.74%로, 최대 주주인 이 총괄프로듀서의 지분 19.04%를 훌쩍 넘는다.

현재 SM의 주주 구성은 이 총괄프로듀서 외 7인이 19.23%, 국민연금공단이 10.01%, KB자산운용이 7.59%, 한국투자신탁운용이 6.65%,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5.13%를 보유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4.97%를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카드는 소송이다. 앞서 KB자산운용은 지난해 주주 서한 요구를 거부한 골프존을 상대로 승소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을 예상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다음 주주총회에서 이사회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요 기관들의 지분율이 이 총괄프로듀서를 뛰어넘는 만큼 KB자산운용의 뜻이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

익명의 금융 투자업계 관계자는 “라이크기획이 법인이 아닌 개인 사업자여서 거래 내역이나 비용 구조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총괄프로듀서의 탈세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라이크기획에 별도 매출의 6%를 인세로 지출하고 있는 타당한 이유를 대지 못했고 JYP엔터테인먼트나 YG엔터테인먼트보다 훨씬 많은 현금을 보유했음에도 배당정책에 대한 구체적 답변을 피한 것은 투자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7호(2019.08.12 ~ 2019.08.1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