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37호 (2019년 08월 14일)

커피도 에너지 음료도 성장세…‘카페인 공화국’

-대용량 커피 인기 끌고 박카스 제2 전성기…각성효과에 의존하는 ‘피로사회’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머리가 아프다”는 직장인 A 씨의 하루는 카페인과 함께 시작된다. 지하철에서 내린 후 회사 앞 커피숍에서 사는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은 필수다. 아침에 마시는 아이스아메리카노는 몽롱한 정신을 차리고 오전 업무 시간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이다. 점심 식사 후 동료들과 커피 한 잔도 일상이 됐다. 프로젝트가 몰린 기간에는 에너지 드링크를 사 마시며 야근을 이어 간다.

지난 한 해동안 한국인 한 명이 마신 커피는 512잔.  한 집 건너 한 집 카페가 있고 한물간 줄 알았던 에너지 음료의 성장세는 여전하다.

‘카페인 공화국’ 한국의 현주소다. 커피 시장은 카페 등 커피 전문점뿐만 아니라 액상 커피, 대용량 커피, 프리미엄 커피 등 다각도로 성장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 시장 규모는 12조원 가까이 성장했다. 이는 영화 시장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대용량 커피가 대세



일상적으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늘면서 커피 용량에도 변화가 생겼다. 편의점의 대세는 ‘500mL 이상 대용량’ 커피다. 대용량 커피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대용량 커피 제품 판매량도 늘었다.

GS리테일은 2018년 커피 음료 매출을 분석한 결과 500mL 이상 페트 커피 음료의 매출이 전년 대비 505% 증가했다고 밝혔다. 편의점 GS25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원두커피 브랜드 카페25 매출에서도 아메리카노 ‘큰컵(245mL)’을 구매하는 고객은 2016년 21.5%에서 지난해 31.4%로 약 10%포인트 증가했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4월 내놓은 ‘칸타타 콘트라베이스(500mL)’ 제품 역시 출시 1년 만인 지난 7월 기준 2600만 개 판매를 기록했다. 롯데마트는 ‘온리프라이스 대용량 커피’라는 이름으로 1.5L의 액상 대용량 커피를 내놓았다.

대용량 제품의 월간 판매량은 전체 커피 상품의 17.2%, 매출액은 22.2%를 차지했다. ‘믹스커피’로 승부를 보던 식품 기업들 역시 트렌드에 동참했다. 동서식품은 지난 4월 기존 제품 대비 용량을 50% 늘린 컵커피 ‘맥심 티오피 심플리스무스 로스티(360mL)’ 2종을 선보였다. 

대용량 커피 음료의 주요 소비 연령대는 직장인 비율이 높은 2030세대다. GS25의 자체 통계에 따르면 500mL 용량 음료의 전체 매출 가운데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65.9%에 달했다. 커피 전문점에 비해 가격이 합리적이어서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홈 카페 족’ 증가로 분쇄기·에스프레소 머신·로스터기 등 커피머신 수입액은 2010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국내 커피머신 수입 규모는 2010년에 비해 2018년 5배나 증가했다. 원두와 캡슐 커피 수입액도 2018년 기준 2010년 대비 약 3배 이상 증가한 2억 달러(약 2362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박카스 판매량 지구 60바퀴

에너지 음료 시장 역시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2015년 성장이 주춤했지만 지난해 3500억원에서 올해는 4500억원으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카페인과 타우린 함량이 높은 음료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1위 피로 해소제 박카스는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박카스는 지난해 매출 2963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 매출액이다. 이 중 국내 매출이 2248억원이었고 해외에서는 7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올해 매출이 3000억원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카스는 2017년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 200억 병을 돌파했다. 200억 병을 일자로 잇는다면 지구를 60바퀴 이상 돌 수 있다.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글로벌 에너지 드링크 업계 1위 레드불은 지난해 171개국에서 약 8조228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음료 기업 몬스터 비버리지의 ‘몬스터에너지’는 지난해 약 3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카페인 중독 현상은 직장인의 ‘피로’와 맞닿아 있다. ‘커피를 마시는 이유’에 대해 조사한 통계를 보면 33%가 졸음을 쫓기 위해, 25%가 식후, 12%가 업무 집중을 위해서였다. 아직까지 커피의 ‘각성 효과’를 노리고 목적성 구매를 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뜻이다.



에너지 드링크 소비자는 각성 효과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에너지 드링크 구매 이유에 대해 조사한 결과 ‘과제, 시험공부, 야근 등으로 밤을 새워야 해서 깨어 있기 위해’, ‘클럽 등에서 밤새워 놀기 위해’를 선택한 응답자가 전체의 48.7%를 차지했다.

반면 ‘맛있어서’라고 응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8.3%에 그쳤다. 이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한국 사람들 상당수가 ‘각성제’로서 커피와 에너지 음료를 선택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페인 과다 복용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콜드브루 아메리카노 두 잔만 마셔도 하루 카페인 함유량을 초과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카페인 과다 섭취를 방지하기 위해 내년부터 커피 전문점과 제과점에서 만드는 커피의 카페인 함량 표시를 의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휴게 음식점이나 카페·베이커리에서 조리·판매하는 커피가 고카페인에 해당하면 소비자 주의 사항을 표시하고 총카페인 함량과 고카페인 해당 여부도 표시해야 한다.

식약처의 성인 1일 카페인 섭취 권고량은 400mg이다. 임산부는 300mg 이하, 어린이는 체중 kg당 2.5mg 이하를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카페인이 mL당 0.15mg 이상 들어 있는 고카페인 커피에는 ‘어린이·임산부·카페인 민감자는 섭취에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등의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

또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주로 시선을 두는 면에 ‘고카페인 함유’와 ‘총카페인 함량 000mg’이라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

카페인은 몸에서 분비되는 ‘아데노신’의 활동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아데노신은 뇌의 각성 상태를 완화해 잠이 오게 하는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다. 또 우리 몸에서 교감신경계를 자극해 일시적으로 기억력·집중력·지구력 등을 높인다는 연구도 발표됐다.

하지만 카페인을 다량으로 장시간 복용하면 카페인 중독에 걸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카페인에 중독되면 짜증·불안·신경과민·불면증·두통·심장 떨림 등의 정신적·신체적 부작용이 나타난다.

주상연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는 카페인의 각성 효과 때문에 단기적으로 피로를 느끼지 않게 할 뿐”이라며 “자주 마시면 카페인 내성이 생겨 각성 효과가 점점 줄어들 뿐만 아니라 금단증상으로 두통을 동반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또 카페인 음료는 이뇨 작용에 따른 탈수 증상을 유발하고 심혈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한 섭취는 피해야 한다.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7호(2019.08.12 ~ 2019.08.1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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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8-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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