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새 사령탑 뽑는 공정위·금융위
-조성욱, 공직 경험 적어 궁금증 증폭…은성수, 관료 출신 글로벌 리스크 관리 적임자
수장 바뀐 공정위·금융위…‘첫 여성 위원장’ ‘글로벌 금융통’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의 차기 수장으로 조성욱 서울대 교수와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이 각각 내정됐다. 공정위와 금융위 모두 금융회사와 기업을 규제하고 처벌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새로운 수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 조성욱 “재벌은 성공한 맏아들”

조성욱 공정위원장 후보자는 공정위 설립 38년 만의 첫 여성 위원장 후보로 주목 받고 있다. 조 후보자는 8월 중 열릴 예정인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전임 김상조 정책실장에 이어 ‘경제 검찰’인 공정위의 지휘봉을 잡게 된다.

조 후보자는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8월 9일 기자들과 만나 “재벌 개혁과 공정 경제가 중요하고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모두 다 중요하다”며 “공정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공직 생활 경험이 많지 않고 그동안 학자로 연구와 저술 활동에 집중해 온 만큼 조 후보자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많지 않다.

다만 이제까지 저술해 온 논문과 기고문을 통해 재벌 개혁에 대한 소신을 밝혀 온 만큼 전임 김 정책실장의 공정 경제 기조를 이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조 후보자는 김 정책실장의 대학 1년 후배로, 장하성 주중 대사(전 청와대 정책실장)와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이들이 재벌 개혁 등에서 비슷한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벌써 조 후보자를 두고 ‘김상조 아바타’라는 평가도 나온다.

조 후보자는 1964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 저술한 ‘기업지배구조 및 수익성’ 논문은 세계 3대 재무 전문 학술지인 금융경제학 저널의 명예의 전당에 올라 있다.

여기에서 조 후보자는 1997년 외환 위기가 재벌의 취약한 지배구조와 잘못된 정책에서 비롯된 참사라고 분석했다.

2005년 서울대 경영학과 첫 여성 교수로 임용됐다. 고려대와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기업지배구조 개선 연구에 천착해 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직 시절에는 ‘기업의 소유구조가 인센티브와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1999)’, ‘외환 위기 이후 재벌구조 변화에 대한 실증분석(2002)’ 등 재벌과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연구 논문을 남겼다.

그가 남긴 논문과 기고문을 살펴보면 재벌 개혁과 공정 경제에 대한 평소 소신을 읽을 수 있다. 2012년 공정경제연합회가 발간하는 ‘경쟁저널’에 기고한 ‘대규모기업집단 정책의 새로운 모색’ 논문에서 그는 재벌을 ‘특혜를 받아 성공한 맏아들’이라고 표현하며 그만큼 사회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3년부터 최근까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 이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처리와 관련해 강한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KDI 연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청와대는 조 후보자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공정 경제를 구현할 적임자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8월 9일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 배경을 설명하며 “38년 공정거래위원회 역사상 첫 여성 위원장 내정자로 고려대 경영대학 첫 여성 교수, 서울대 경영대학 첫 여성 교수 등 전문성과 학문적 성과로 유리 천장을 수차례 뚫어 온 기업지배구조, 기업 재무 분야 전문가”라고 밝혔다.

이어 “뛰어난 전문성과 개혁 마인드를 바탕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한 공정 경제의 제도적 완성 등 공정거래위원회의 당면 현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공정 경제를 우리 경제 전반에 확산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수장 바뀐 공정위·금융위…‘첫 여성 위원장’ ‘글로벌 금융통’

◆ 은성수, 수출입은행 출신 ‘탄탄대로’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미·중 무역 갈등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불확실성이 커져 가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금융 전문가로 기대를 모은다.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과 세계은행(WB) 상임이사,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등 국내외 금융권 요직을 두루 역임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정통 관료 출신이다.

은 후보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사의 표명에 따라 차기 금융위 수장 하마평에 오르며 그중에서도 줄곧 1순위로 거론돼 왔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된다면 진동수 전 위원장, 최종구 위원장에 이어 셋째 수출입은행장 출신 금융위원장이 된다.

은 후보자는 1984년에 공직 생활을 시작한 이후 재무부 국제금융국·경제협력국·대통령비서실(경제구조조정기획단) 등을 거쳐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관·국제금융 정책국장 등을 역임한 글로벌 금융통이다.

2011년 국제금융정책국장 시절 유럽 재정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외환 부문 건전성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KIC 사장을 맡았고 2017년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에 의해 한국수출입은행장에 임명 제청됐다. 국내외 금융시장과 공직 사회에 대한 이해가 깊어 해운조선 구조조정, 수출금융 활성화, 내부 경영 혁신 등의 굵직한 현안을 해결하는 적임자로 지목된 것이다.

KIC 사장 시절에는 각종 비위 문제로 몸살을 앓던 조직에 ‘클린 KIC’를 도입해 사장과 임원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 통제를 대폭 강화하며 내부 혁신과 변화를 이끌었다.

그는 한국수출입은행장으로 재직하면서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법정 관리행을 선택해 지지부진한 구조조정 작업을 마무리하는 결단력을 보여줬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과는 기획재정부에서 함께 일했다. 특히 행시 2기수 선배인 최 위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8호(2019.08.19 ~ 2019.08.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