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업계 최단 시간 400만 장 돌파…알짜 혜택,세련된 디자인,소통 마케팅 ‘흥행 삼박자’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우리카드의 ‘카드의정석’ 시리즈가 기존 카드업계의 성공 방정식을 새로 쓰고 있다. 지난해 4월 ‘카드의정석 포인트(POINT)’ 출시를 시작으로 8개월 만에 판매량 200만 장을 돌파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출시 1년이 채 안된 지난 3월 300만 장을 판매하더니 출시 16개월 만인 지난 7월 31일 400만 장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단일 상품 기록으로는 업계 최단 시간 기록이다.
디테일로 승부하는 ‘정원재 마법’, 카드의정석 시리즈 돌풍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새롭게 다 바꿨다”

‘카드의정석’ 시리즈는 ‘정원재 카드’로도 불린다.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이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 마케팅 전략까지 진두지휘한 덕에 붙은 별칭이다. 우리은행 기업고객본부 본부장, 스포츠단 단장, 영업지원 부문장 등을 역임한 정 사장은 2018년 1월부터 우리카드를 이끌고 있다. 취임과 동시에 ‘카드의정석’ 프로젝트를 시작한 정 사장은 3개월 만에 첫 상품을 선보였다. 이후 꾸준히 신상품을 선보이며 8월 현재 신용카드 12종, 체크카드 7종의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정 사장은 취임사에서부터 “정체된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고객 중시’ 마인드를 바탕으로 한 신상품을 출시해야 한다”며 “고객에게 팔아야 하는 상품이 아니라 고객들이 먼저 찾아 팔리는 상품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카드의정석’ 시리즈의 성공에는 상품의 기획 단계부터 서비스와 디자인 구성까지 모든 단계에서 ‘고객을 중심에 둔’ 마인드가 철저하게 자리 잡은 게 주효했다.

정 사장의 지갑에는 경쟁사의 대표 카드가 한 장씩 꽂혀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직접 경쟁사의 카드를 사용해 보며 신규 발급부터 결제하고 해지하기까지 ‘고객의 관점에서’ 경험을 축적하고 우리카드의 서비스 개선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카드의정석은 시리즈 이름을 기획할 때부터 정 사장의 아이디어가 실마리가 됐다. 여러 영문명이 후보로 나왔지만 한국 카드인 만큼 한글로 이름을 만들자는 정 사장의 제안이 반영됐다.

상품 서비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영업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는 데 상품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점이었다. 이를 위해 우리카드는 고객 패널 제도, 소비자 리서치 조사 결과를 서비스 구성에 반영하는 것은 물론 ‘빅데이터 분석’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카드 이용 고객 1200만 명의 5년 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형태·연령·상품 종류별로 소비 트렌드를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생활 스타일과 소비성향에 맞춰 꼭 필요로 하는 몇 개의 혜택에 집중하면서 그 주요 서비스에서만큼은 전에 없이 ‘강력한 혜택’을 주는 상품으로 전체적인 방향을 잡았다.

예를 들어, 가장 처음 출시한 ‘카드의정석 포인트’는 전 가맹점에서 결제 금액의 0.8%를 포인트로 적립해 준다. 여기에 더해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페이코·SSG페이와 같은 간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면 3%의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카드의정석 디스카운트(DISCOUNT)’는 결제 금액의 0.7%를 할인해 주고 요즘과 같은 휴가철에는 저비용 항공사 통합 포인트 적립 카드인 ‘카드의정석 유니마일’이 제격이다.

이와 함께 지난 3월 ‘카드의정석 쿠키 체크카드’를 출시하며 생애 주기별 타깃 상품 라인업도 완성했다. ‘카드의정석 크림 체크(10대)’, ‘카드의정석 쿠키 체크(20대)’ ‘카드의정석 쏘삼 체크(30~40대)’로 이어진다. 각각의 연령대에 맞춰 혜택을 특화하는 데 집중했다. 대표적으로 ‘카드의정석 쏘삼 체크’는 ‘소주와 삼겹살’의 준말에서 차용한 이 카드는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음식점·노래방·커피전문점 등에서 결제 금액의 5%를 캐시백 혜택을 제공한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복잡한 카드 혜택의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교통·통신·쇼핑 등 생활 밀착형 분야에 혜택을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며 “‘혜택이 확실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발급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테일로 승부하는 ‘정원재 마법’, 카드의정석 시리즈 돌풍

◆역대 최대 실적, 이용 회원 수도 껑충
‘디테일에 강한’ 정 사장의 감각은 디자인에서도 빛을 발했다. 카드의정석 시리즈는 기존의 카드와는 차별화된 세련되면서도 톡톡 튀는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소유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카드의정석 포인트’, ‘카드의정석 디스카운트’, ‘카드의정석 쇼핑’ 등에 한국화가 김현정 작가의 작품을 차용해 기존 카드 디자인의 틀을 깼다. ‘내숭이야기’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김 작가는 대표적인 신세대 한국화가다. 이와 함께 카드 플레이트 상단에 ‘ㄱ’자 홈을 만들어 사용 편의성을 높였는데 표면의 일부분에 채색을 달리하고 상품명을 세로로 배치하는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써 완성도를 작품 수준으로 높였다. 이를 통해 우리카드는 지난해 10월 ‘디자인 특허’를 취득했다. 김 작가의 작품 선택은 물론 카드의정석 오른쪽 상단에 ‘ㄱ’자 홈을 배치한 것도 정 사장의 아이디어다.

상품 기획과 디자인 과정에서 나타내는 ‘기존의 틀을 깨는’ 시도는 마케팅과 브랜딩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카드의정석’ 시리즈의 첫선을 보이는 자리부터 파격이었다. 지난해 4월 서울시 종로구에서 카드 디자인에 참여한 김 작가와의 디자인 컬래버레이션 전시회를 통해 신상품을 선보였다. 김 작가의 작품을 활용한 아트버타이징(artvertising) 기법의 광고를 제작하는 등의 시도로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 이태원의 디저트 전문점인 ‘글래머러스 펭귄’과 공덕 경의선숲길에 자리한 수제 맥줏집 ‘미스터 브루잉’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쿠키와 숙제 맥주를 활용한 이벤트 또한 색다른 브랜드 체험을 제공하며 상당한 바이럴 효과를 얻었다. 지난해 말 공개한 웹 드라마 ‘워크앤러브밸런스(Work&Love Balance)’ 등도 입소문을 타며 조회 수 370만 회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카드 위비 배구단을 활용한 스포츠 마케팅도 제 몫을 톡톡히 했다. 특히 올해는 우리카드의 위비 배구단이 창단 이후 최고 성적인 정규 시즌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올 시즌 5번의 홈 경기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정 사장은 홈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 것은 물론 TV 시청을 통해 전 경기를 모두 볼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선수단 유니폼 디자인은 물론 장충체육관 내부 광고물 배치와 관련해서도 관람석 위치나 카메라 각도에 따른 예를 들며 더 효과적인 노출 방안을 제시할 정도로 열정을 쏟아 담당자들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정 사장은 지금도 만나는 사람마다 “정석하세요”라며 명함을 건네는 것으로 유명하다. 본인의 지갑에 ‘카드의정석’ 시리즈 전 상품을 가지고 다니며 기회가 될 때마다 지갑 속 미술 전시회를 여는 등 홍보 대사를 자처하고 있다.

‘카드의정석’ 시리즈의 흥행 돌풍에 힘입어 경영 성과도 좋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1265억원을 달성했는데 2013년 분사 후 최대치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적용된 올해 상반기에도 665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순항하고 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부분은 이용 회원 수의 증가다. 우리카드의 지난해 유효 회원 수는 685만 명으로 전년보다 23만 명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카드의정석’ 시리즈는 이용률과 1인당 이용 금액도 높아 기대감이 크다. 기존 우리카드 범용 상품에 비해 10% 정도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연내 500만 장 달성 가능성이 높다”며 “어려운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룬 만큼 ‘고객 지갑 속의 첫째 카드’를 목표로 생활 속에 꼭 필요한 상품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8호(2019.08.19 ~ 2019.08.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