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토종 ICT 기업으로 국내 ERP 제패…서울 중심지 발판 삼아 글로벌 향한다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매각에 난항을 겪던 서울 을지로 부영을지빌딩이 새 주인을 만났다. 기업용 정보기술(IT) 솔루션 업체인 더존비즈온은 8월 13일 부영을지빌딩을 4502억원에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부영을지빌딩은 과거 삼성화재 본사 빌딩으로 부영주택이 2017년 초 삼성화재로부터 매입한 건물이다. 지난해 5월 다시 매각을 추진한 후 거래에 어려움을 겪다가 더존비즈온이 매입자로 나서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을지로 부영빌딩 새 주인 된 ‘더존비즈온’ 스토리
부영을지빌딩은 지하 6층~지상 21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이다. 최근 대형 오피스 빌딩의 손 바뀜이 늘고 있는 가운데 사모펀드나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전문 IT 업체가 매수자로 나선 사례는 흔하지 않다. 더존비즈온은 빌딩을 매입한 배경에 대해 “본사인 춘천 강촌캠퍼스와 플랫폼 비즈니스센터인 부산본부에 이어 서울오피스까지 전국 3개 주요 거점을 통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미래 성장 비즈니스 확보에 주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존비즈온은 내부 자금 500억원에 유상증자 1500억원, 금융회사 차입 2500억원을 더해 건물을 매입할 계획이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출 이자비용이 약 67억원인데 임대 수익이 연간 88억원 수준”이라며 “이번 투자가 신사업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확장을 앞두고 있는 구간에서 중·장기적인 영업력 확대를 위한 결정이며 재무적인 측면에서 부담스럽지 않다”고 예상했다.

더존비즈온은 본사 이전이 아닌 서울 오피스 구축을 택했다. 더존비즈온은 2011년 서울에서 춘천으로 야심차게 본사를 이전한 이후 외형적·내형적으로 성장했다. 이때의 성공 사례 경험을 살려 인프라 투자를 통해 비즈니스 혁신을 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서울 강남스마트워크센터와 강서스마트워크센터에 흩어져 있는 인력을 한데 모으는 한편 미래 지속 성장 신사업 추진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방침이다.

본사는 춘천, 서울은 신사업 비즈니스 거점
더존비즈온이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래 성장 동력 신사업의 핵심은 위하고(WEHAGO)를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플랫폼을 꼽을 수 있다. 최근 출시 후 효자 역할을 하고 있는 위하고는 전사적자원관리(ERP), 협업(UC), 업무 생산성(오피스 프로그램)과 기타 업무용 부가 서비스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툴이다. 이 툴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술과 장치·데이터·프로세스 등을 융합하는 비즈니스 생태계의 허브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더존비즈온이 바라보는 미래 비즈니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키워드와 맞닿아 있다.
핀테크·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이 그것이다. 더존비즈온은 지난 5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 금융 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돼 ‘금융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받게 됐고 이를 계기로 핀테크 사업 추진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지난 5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자로 선정돼 더존비즈온이 추진하는 빅데이터 비즈니스도 탄력을 받게 됐다.

을지로입구역 인근에 자리 잡은 부영을지빌딩이 활발한 제휴 협력이 필요한 사업 추진에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더존비즈온 측은 기대하고 있다. 또 신사업 추진에 필요한 우수 인적자원을 확보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더존비즈온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을 위해서는 외부 업체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데 정부 기관, 금융권, 외국계 기업 등이 한데 모인 업무 밀집 지역에서 더존비즈온의 을지로 시대를 개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03년 더존다스로 설립된 더존비즈온의 성장 과정에는 오피스 혁신을 통한 체질 개선이 있었다. 더존비즈온은 ERP 전문 기업으로 SAP·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이 선점한 ERP 시장에서 ‘틈새’를 공략해 급성장해 왔다. 생산·물류·재무·인사·회계·영업 등 기업의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에서 데이터베이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사용되는 솔루션인 ERP는 2000년대를 전후로 대기업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을지로 부영빌딩 새 주인 된 ‘더존비즈온’ 스토리
본사 이전 후 8년 만에 비즈니스 혁신 꾀해
더존비즈온은 ERP의 ‘기술 국산화’에 성공, ‘작은 규모’로 대기업이 아닌 ‘중견·중소기업’을 적극 공략했다. 그 결과 토종 EPR로서 누적 고객 수 국내 1위를 차지했다. 중소기업용 ERP인 ‘라이트(Lite) ERP’는 11만여 고객사, 중견·대기업용 ERP에서는 2만여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ERP뿐만 아니라 그룹 웨어, 정보 보안, 전자 세금계산서, 전자 팩스를 비롯해 기업용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최초 연매출 2000억원 클럽에 가입했다.

이 과정에서 클라우드 사업 진출은 회사의 양적 성장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국내에 없던 시장을 개척해 자부심을 얻어냈던 비즈니스 혁신에 가깝다. 글로벌 시장에서 메가트렌드로 떠오른 클라우드 사업에 2011년도 당시 일찍이 뛰어들면서 ERP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제공하는 클라우드 ERP를 시작했고 국내에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면서 고스란히 과실을 얻을 수 있었다.

이때 오피스 혁신도 추진했다. 서울에서 춘천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강촌캠퍼스에 ‘D-클라우드센터’를 개관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시한 것이다. 더존비즈온은 이를 통해 ERP 전문 업체에서 종합 ICT 기업으로 변모하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까지 더존비즈온 매출 비율의 약 20%가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나온다. 본사를 이전한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출액은 매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을 지속했다. 2011년 대비 매출액은 96.1%, 영업이익은 280.2% 성장했다.
을지로 부영빌딩 새 주인 된 ‘더존비즈온’ 스토리
그런 의미에서 이번 부영을지빌딩 매입은 또 한 번의 체질 개선에 나선 더존비즈온의 장기적인 포석이다. ERP에서 클라우드 그리고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변화에 따른 새로운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인 기업용 비즈니스 플랫폼을 풀어내는 공간으로 이번엔 서울 을지로의 오피스를 선택했다. 더존비즈온은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한자리에서 전시·체험·컨설팅·상담 등을 할 수 있는 ‘솔루션 체험관’을 조성하고 새로운 ICT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 번 개발하면 부가가치가 큰 업계 특성상 더존비즈온의 영업이익률은 25%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미래 먹거리 조성에 나선 더존비즈온은 성장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더존비즈온은 8월 22일 미래에셋캐피탈과 ‘위하고 기반 매출채권 유동화 서비스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금융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핀테크 서비스로의 진출을 알렸다.

특히 지난해를 기점으로 ERP 서비스는 중견·중소기업에서 대기업군으로 주력 고객층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백화점그룹과 계약했고 최근 한국동서발전의 ERP 고도화 사업을 수주하면서 대기업·공공부문 ERP 시장의 문을 본격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또 내수시장에서 글로벌로 눈을 돌려 자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해외에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을지로 부영빌딩 새 주인 된 ‘더존비즈온’ 스토리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9호(2019.08.26 ~ 2019.09.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