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이슈]
- 재계, “삼성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 악영향” 우려 목소리
뒤집힌 ‘이재용 판결’…더 절박해진 삼성의 ‘비상 경영 체제’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 복귀한 지 571일 만에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8월 29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이 부회장이 최순실에게 제공한 말 3마리를 뇌물로 판단했다. 또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도와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대가로 최순실이 설립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을 지원했다는 혐의도 유죄로 확정했다.

앞서 원심 법원은 지난해 말 소유권이 최순실에게 넘어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액수 미상의 사용 이익만 뇌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 미래 불확실성 커진 삼성 ‘당혹’

삼성그룹은 대법원 판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다. 반도체 시황 악화 속에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제외 조치, 미·중 무역 분쟁 격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최고조로 높아지는 가운데 다시 한 번 총수 부재의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대법원의 최종 선고 이후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짧은 성명문을 내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2016년 국정농단 의혹 사건 이후 지금까지 이 부회장의 구속·재판 등에서 한 번도 공식 성명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을 볼 때 삼성이 느끼는 위기감이 얼마나 큰지 잘 알 수 있다.

지난해까지 메모리 초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삼성전자는 올 들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력 사업의 실적 둔화로 신음하고 있다. 올 상반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7조52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7.5% 감소했다.

삼성전자가 직접 관리할 수 없는 거시적 글로벌 이슈도 산적해 있다. 미·중 무역 분쟁이 여전히 유효한 가운데 반도체 경유 수출지인 홍콩의 시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삼성전자의 글로벌 해외 거래처에 영향이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지난 7월부터 일본 정부가 시행 중인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따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가 발표된 직후 즉각 도쿄로 날아가 현장에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주말에도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경영 점검 회의를 열며 삼성의 위기 극복을 위해 주력 중이다.

한편 재계에선 현재 삼성전자 안팎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으로 ‘총수 리스크’를 계속해 안고 가야 한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실적 둔화와 일본발 수출 규제 등 산적한 문제들로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삼성전자의 위기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미·중 무역 전쟁 등 여러 가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경제계의 불확실성이 지속됨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에 이번 판결로 삼성의 경영 활동이 위축되면 재벌 기업을 넘어 한국 경제에 크나큰 영향을 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협력 관계에 있는 국내 소재·부품·장비업계도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이 부회장의 거취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앞으로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1호(2019.09.09 ~ 2019.09.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