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탄생한 안용복에 관한 역사소설

[서평]강치, 안용복, 독도…역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강치
전민식 지음 | 마시멜로 | 1만5000원

[이혜영 한경BP 출판편집자]지금으로부터 300년 전 조선 숙종 때 두 차례 일본에 건너가 에도 막부로부터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땅이라는 것을 확인받았던 인물, 처음에는 납치되듯 끌려가 온갖 고초를 당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한 차례 더 일본을 찾아가 항의하고 고소하는 절차를 밟았던 유일한 조선 백성. 안용복, 그의 이름 석 자를 떠올리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사실상 그가 어떤 인물인지, 그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파도를 넘어 일본과 싸우며 울릉도와 독도를 지켜냈던 안용복의 고난·사투·모험에 관한 4년간의 생생한 기록을 밀도 있게 담아낸 소설 ‘강치’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 시나리오가 바탕이 됐다. 소설은 1, 2차 도해 사건을 중심으로 한 인물의 고뇌와 내면 심리에 비교적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다. 100년 전 가문의 누군가가 역적이었다는 이유로 그의 가족들을 몰살시켜 버린 나라를 위해 일개 어부이자 평민이었던 사람이 어떻게 두 번씩이나 목숨을 건 모험과 항변을 할 수 있었을까. 작가는 왜 이 일을 자신이 해야만 하는지, 이게 과연 옳은 일인지 고민하고 반문하면서도 운명처럼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결코 후회하지 않았던 한 남자의 삶을 통해 되묻는다. 지금의 우리는 조국의 운명과 미래에 대해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지….

소설은 철저히 안용복의 시점에서 그의 세밀한 고뇌를 쫓아가면서도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과 영화 같은 역동적인 장면들로 채워져 있다. 우리네 삶이 그러하듯이 각자의 이해관계 속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좇으며 살아가는 개개인일 뿐 조선인과 일본인을 단순하게 선인과 악인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놓고 묘사하지 않는다는 점도 현실적인 입체감을 더한다.

이 책의 타이틀인 ‘강치’는 독도 가제바위에 수만 마리가 살았으나 일본인들에 의해 무참히 포획된 끝에 끝내 멸종되고 만 바다사자를 일컫는다. 이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대한민국 땅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분쟁의 땅이 되고 있는 ‘독도’의 상징이자 일본의 횡포 앞에 무참히 짓밟혔던 ‘안용복과 조선 백성들’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를 통해 결국 지금까지 독도를 지켜 온 것은 나라의 군주도 관리도 아닌 이 섬과 이 땅을 삶의 터전으로 삼지 않으면 더 이상 살아갈 방도가 없는 궁지에 몰린 백성들의 절망감과 절박함이었다고 일깨운다.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운 한·일 관계 속에서 일본의 외압과 횡포에 시달려 온 그 당시 백성들의 고충이 그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상황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오래전부터 우리가 살아온 터전이고 우리의 정신이며 우리의 섬이기에 지키고자 한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나 자신의 존재를 지키는 길’이라고 했던 그의 외침은 굳이 거창하게 애국심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아도 가슴 한쪽을 뜨겁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소설의 마지막 대목에서 안용복은 “네게 조선은 무엇이더냐”고 묻는 숙종에게 “우리가 어디에 있든 시기와 질투 없이 공평하게 빛을 나눠주는 태양”이라고 답한다. 결국 나라는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힘없는 사람들 또 다른 한 명 한 명의 안용복이 지켜내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치는 사라졌지만 독도는 남았다. 그리고 역사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2호(2019.09.16 ~ 2019.09.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