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리포트]
- LG전자부터 이케아까지 속속 진출
- 시장 규모 2020년 40조원으로 커져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조상훈·백재승·이종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가 펴낸 ‘렌털 산업, 모든 것을 빌려드립니다’를 꼽았다. 이들은 커져 가고 있는 렌털 시장은 현재 어느 단계에 있는지, 또 해외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했고 이를 거울 삼아 한국의 렌털 시장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치열한 렌털 시장에서 과연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분석했다.
플랫폼으로 진화한 렌털 산업…확장성 ‘무한’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정리)] 최근에 ‘인생 빼고 다 빌린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렌털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과거에 렌털 제도는 경기가 좋지 않고 소득수준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빌려 쓴다’의 개념을 갖고 있었지만 이제는 ‘돈을 더 지불하고서라도 깨끗한 물과 공기를 얻고 싶다’는 수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주기적인 부품 교체나 관리가 어려운 제품은 월 사용료를 지불하면서라도 전문적인 관리 서비스를 제공받고자 하는 소비자의 수요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관리’라는 한국형 사업 모델을 가지고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기업들도 많아지고 있고 아예 가전 제조업체들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렌털에 대한 수요와 이를 견인하는 공급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면서 파이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아이템이었던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 등에서 더 발전돼 요새는 발광다이오드(LED) 마스크, 맥주 제조기와 같은 기존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생활용품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특정 회사의 특정 제품을 빌려 쓰고 관리 받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플랫폼을 구축해 여러 업종의 회사들과 제휴,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는 형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통 산업이었던 렌털이 플랫폼화하고 있는 것이다.

◆ 렌털 시장의 성장, ‘인생 빼고 다 빌린다’
플랫폼으로 진화한 렌털 산업…확장성 ‘무한’
렌털 제도는 필요한 장비를 필요한 때 필요한 기간만큼 사용하고 언제든지 반납함으로써 수명 주기가 짧은 제품의 중복 구매를 억제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정착돼 왔다.

한국에서는 1998년 웅진코웨이가 정수기 렌털을 통해 생활 가전 렌털 사업을 처음 시작했고 최근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와 정기적인 관리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렌털업이 정착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가정용품, 산업기계·장비, 차량 등을 포함한 국내 렌털 시장 규모는 2020년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개인·가정용품 렌털 시장의 규모는 약 11조원으로 추정되고 생활용품 렌털 시장은 6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성장세도 타 유통 채널 대비 높은 편인데 생활용품 렌털 시장의 상위 6개 회사의 매출 총합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5% 성장해 왔다.

양호한 성장세는 향후에도 유지될 것으로 판단된다. 깨끗한 물과 공기에 대한 수요가 구조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기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고 일시불 판매 대비 초기 투자비용 또한 낮기 때문이다. 2019년 국내 렌털 계정 수는 전년 대비 10% 증가한 약 1200만 계정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체별 순위를 살펴보면 고가 수요를 기반으로 한 코웨이가 국내 렌털 시장의 절대 강자다. 코웨이의 렌털 계정 수는 600만 계정에 육박하고 있는데 4인 가구와 상대적으로 높은 평균판매단가(ASP)를 바탕으로 1위 사업자로서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코웨이에 이어 SK매직·청호나이스·쿠쿠홈시스 등이 150만~170만 계정을 보유, 2위 그룹을 형성 중이다. 후발 주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ASP를 경쟁력으로 중저가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국내 렌털 시장은 향후 3년 동안 연평균 18%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렌털 시장의 고성장과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때문이다.

업계 1위인 코웨이가 1990년 정수기를 시작으로 공기청정기·음식물처리기·연수기·비데를 하나씩 추가하며 2000년대 중반까지 약 15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2%, 44% 성장했다.

2010년대 이후로는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박차를 가해 2012년 매트리스, 2018년 의류 청정기, 2019년 전기레인지(일시불 판매만 하다가 렌털 시작)를 카테고리에 추가했다. 후발 주자들 역시 코웨이에 이어 포트폴리오를 넓혀 왔고 향후에도 끊임없는 제품 개발을 통해 성장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 제조업체들도 시장 진입
플랫폼으로 진화한 렌털 산업…확장성 ‘무한’
최근 렌털 시장은 자사 제품을 ‘대여 및 관리’하는 것에 국한된 2세대에서 플랫폼 구축을 통해 여러 업종의 회사들과의 제휴를 통한 다양한 제품군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3세대로 넘어가고 있다.

일례로 2011년 업계 최초로 TV 홈쇼핑을 통해 렌털 플랫폼 시장을 개척한 ‘비에스렌털’은 최신 가전에서부터 리빙·뷰티·헬스케어 용품 등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제품군을 망라하고 있다. 최근에는 레이저 채혈기 등 의료 기기 렌털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내 매대를 통해 생활용품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확장성을 바탕으로 과거에는 렌털 품목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카테고리에 대해 렌털 업체들뿐만 아니라 제조업체들도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아이템으로 과거 매트리스와 최근 가구·뷰티 케어 제품을 들 수 있다.

매트리스는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웅진코웨이 역시 2012년부터 렌털 품목에 편입했고 이후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 나가 침대업계 1, 2위인 에이스침대·시몬스침대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최근 가구업계도 렌털을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1위 가구 업체인 이케아는 올해부터 가구 렌털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이는 현대인들은 거주지를 자주 옮기고 집을 꾸미고 싶어 하지만 매번 새로운 가구를 구매할 여력이 없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미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에는 가구 공유 스타트업 기업 ‘페더’가 영업 중이고 일본 가구 업체인 ‘카마르크’도 미국 진출을 계획 중이다. 국내에서는 한샘이나 현대리바트 역시 가구·인테리어 제품의 렌털 상품화를 선언했다.

반면 해외 렌털 시장은 국내시장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은 공유 경제 열풍과 O2O 기술 발달에 따라 렌털 산업이 성장세를 보이는데 B2C가 아닌 중개형 C2C 공유 비즈니스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월 6800엔으로 프라다·루이비통·샤넬 등 55개 명품 가방을 대여하는 ‘락사스’다. 락사스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명품 가방을 또 다른 회원에게 빌려주는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개인 간 중고 물품을 중개하는 플랫폼으로 일본판 중고나라인 ‘메루카리’라는 기업은 2013년 온라인 벼룩시장으로 출발해 2018년 6월 상장했고 현재 시가총액 4조5000억원에 이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메루카리는 약 80조원에 달하는 불용품(쓸모없는 물건) 시장을 활성화시켰다.

물론 해외 사례는 단순 제품을 빌려주고 이에 따른 대여료를 받는다는 경향이 강해 관리를 중시하는 한국형 렌털 모델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해외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렌털 품목이 다변화되고 렌털 사업이 플랫폼을 구축해 다양한 모습으로 확장된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향후 한국의 렌털 사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관리 서비스를 넘어 플랫폼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편 가전제품을 제조하는 대기업들도 최근에는 렌털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LG전자로, 렌털 매출이 2011년부터 지난 7년간 47% 성장하며 고성장을 보이고 있다. 계정 수 역시 100만 계정 이상으로 추정된다. LG전자의 렌털 사업은 제조업체의 서비스 업체로의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도 기존 렌털 업체와 접점을 넓히는 우회 공략으로 렌털업에 진출하는 모습이다. 현재 교원그룹·현대렌털케어·청호나이스를 통해 에어컨·세탁기·의류건조기·의류청정기 등을 판매 중이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2호(2019.09.16 ~ 2019.09.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