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평생직장’이라는 개념 사라져…‘성장’ 위한 정확한 ‘피드백’ 제시해야

왜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은 이기적일까?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요즘 직원들은 평가 결과에 너무 예민해요. 선배가 승진 연차가 됐으니 좀 양보해 주자고 하면 눈 동그랗게 뜨고 ‘왜 그래야 하죠’라고 묻는데 참 할 말 없더라고요.”


“조직보다 본인에게 유리한 것을 먼저 따지는 것 같아요. 우리 때는 내가 좀 손해 보더라도 ‘회사를 위해서라면’ 이런 마음이 더 있었는데 안타깝죠.”


요즘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리더들이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이들이 조금만 더 조직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누가 잘못된 것일까. 아니,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기성세대와 요즘 직원들에겐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두 가지 상징적 장면을 통해 원인을 들여다보자.


◆불안한 세대…미래보다 합당한 대가 원해


첫째 장면. 한 업체가 실시한 눈에 띄는 설문 결과가 있다. 세대별로 ‘부모보다 내가 더 잘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결과가 흥미롭다. 50~60대는 50% 이상이 ‘부모보다 더 잘살고 있다’고 답했다. 고성장 시대를 살아온 이들이기에 경제 환경이 꾸준히 나아지는 것을 경험했고 그 과실도 충분히 얻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같은 질문에 대해 20대는 8.9%, 30대는 14%만이 부모보다 더 잘산다고 답했다. 더 슬프게도 20~30대 대부분은 ‘내 자녀도 나와 비슷하거나 경제적으로 더 힘든 삶을 살 것’이라고 응답했다.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경제적 과실을 누리기 힘들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영국 언론 매체 가디언은 ‘밀레니얼 세대는 서구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 나빠진 여건에서 살아가는 세대’라고 분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로버트 고든 미국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는 “오늘날 미국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보다 생활수준이 떨어지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성장의 화살표가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장면은 1997년 11월 국내를 덮친 외환위기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탄탄했던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들도 줄줄이 도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한 노동 유연성으로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길거리로 나와야만 했다.


이 장면이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으로 박힌 세대가 지금의 20~30대다. ‘평생직장’이라며 회사에 헌신하고 밤낮없이, 주말 없이 일하던 부모님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모습을 보고 자랐다.


이제 이런 아픈 경험과 암담한 현실을 맞닥뜨린 요즘 직원들의 상황을 생각하며 위의 질문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왜 저렇게 평가 결과에 예민한지, 조직보다 본인에게 유리한 것만 선택하려고 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것이다.


그렇다. 요즘 직원들은 ‘불안’하다. 평생직장을 믿지도, 아니 더 정확히는 바라지도 않는다. 오늘 하루 열심히 살고 그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바란다. 이 때문에 “내년에 챙겨줄게”와 같은 리더의 말은 이들에게 ‘공수표’일 뿐이다.


“열심히 일해서 임원 달아야지”라는 말 역시 마찬가지다. 1년 혹은 한 달 뒤의 생활도 눈에 보이지 않는데 10년, 20년 후의 모습을 꿈꾸며 조직을 위해 희생하라는 것은 두 눈 꼭 감고 낭떠러지 옆을 걸어가라는 것과 마찬가지일 뿐이다.


오해하지 말자. 직원들에게 꿈을 심어 주려는 리더들이 거짓말쟁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예전엔 그랬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절에 자신이 꿈으로 삼으며 힘든 직장 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비결을 후배들에게 들려주려고 한다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젠 그런 세상이 아니다. 이들은 이미 미래에 대해 불안 가득한 시선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을 그냥 버려둘 수는 없다. 불안해하는 이들과 ‘함께’ 일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 리더라면 실천할 수 있는, 아니 실천해야 하는 2가지 키워드를 소개한다.


첫째 키워드는 ‘성장’이다. 다음 상황을 보자. A 선배는 능력은 좀 떨어지지만 마음씨가 정말 좋다. 밥도 잘 사주고 힘들다고 하면 위로도 많이 해 준다. B 선배는 차갑다. 같이 밥 먹자고 말하기도 좀 꺼려진다. 그런데 일은 정말 잘한다.


일하다 막히면 자연스럽게 ‘B 선배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고 무섭더라도 조언을 구하게 된다.


◆이들에게 회사는 경제적인 ‘수단’ 불과해


자, 당신이 업무 파트너로 두 선배 중 한 명만 골라야 한다면 누구와 함께 일하고 싶은가. 요즘 직원들은 고민하지 않는다.


당연히 B 선배다. A 선배는 형으로는 최고지만 같이 일할 상대는 아닌 셈이다. 불안한 미래를 견뎌야 하는 이들에게 배울 수 있는 사람, 그래서 자신을 성장시켜 주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게 중요한 가치가 됐다.


그러면 조직 내에서 이들을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을까. 답은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피드백’이다. 본인이 한 일에 대해 무엇은 잘했고 어떤 점은 부족했는지 ‘솔직하게’ 피드백해야 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많은 리더들이 “요즘 직원들은 누가 지적하면 상처만 받는다고 하던데요”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미안한 얘기지만 ‘지적’과 ‘피드백’은 다르다. 피드백 한다고 불러놓고 ‘이건 이래서 문제고 저건 저래서 안 돼’라고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것은 ‘지적질’일 뿐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전에도 그러더니 또 그러네. 넌 왜 매번 이런 식이니”라고 과거의 실수까지 들춰내는 것은 최악이다. 피드백은 문제가 생긴 ‘그 시점’에 최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함께 가야 한다. 그래서 그 얘기를 듣고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 ‘도움이 될’ 얘기를 전달하는 게 핵심이다.


둘째 키워드는 ‘공정’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들에게 평생직장은 없다. 기성세대들은 회사가 있고 그 속에 자기가 있었다. 다시 말해 자신의 존재 이유가 직장으로 대변되는 삶을 살았다.
왜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은 이기적일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회사는 자기에게 경제적 안정감을 주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그것 하나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 게 요즘 직원들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직업을 가진 ‘N잡러’라는 말도 생겼다. 이런 구성원들에게 ‘내년’은 없다. ‘지금’이 중요한 게 요즘 직원들이다. 결국 공정한 평가가 이들과 함께 일하게 위해 꼭 필요하다.


하지만 평가는 항상 어렵다. 리더가 모든 걸 꿰뚫고 있을 수도 없고 혹여 그렇다고 하더라도 평가 결과에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를 제도적으로 극복하기도 한다. 대표적 방법이 ‘동료들의 상시 피드백’ 장치다.


리더 혼자만 독단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 간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여기는 3가지 장점이 있다. 하나는 ‘숨을 곳’이 사라진다. 리더 혼자 평가하는 제도에서는 리더의 눈만 잘 피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젠 감시자가 많아진 셈이라 숨지 못한다.


둘째, 동료 간의 ‘압박’이 커진다. 서로에 대해 주기적으로 피드백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어떤 부분에 강점이 있는지, 보완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서 자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셋째, 리더의 짐이 많이 줄어든다. 지금까지 평가는 리더의 권한이었지만 부담이기도 했다. 특히 ‘공정’이 중요한 가치인 요즘, 직원들과의 평가 면담을 앞둔 리더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를 ‘공동의 장’으로 열어 공개하는 게 ‘동료 상시 피드백’이다.


꼭 이런 장치를 써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리더로서 구성원들이 ‘공정’하게 평가 받고 대우 받고 있다고 느끼게 만들어 주는 게 핵심이다.


그래도 여전히 답답할 수 있다. 조직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런 직원들만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하지만 이들에게 이를 강요할 수는 없다. 요즘 직원들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안타깝지만 미래에도 ‘불안’을 마음에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리더가 해 줄 일은 조직 내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에 어떤 불안한 상황이 생겨도 ‘성장한 자기 자신’이 더 나은 일을 도전할 수 있게끔 만들어 줘야 한다. 또한 들어주지 못할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현재의 성과로 정확히 보상해 주자.


그래서 ‘자기가 한 만큼 제대로 대우받고 있다’고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그게 ‘불안’한 요즘 직원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 필요한 모습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3호(2019.09.23 ~ 2019.09.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