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실내외에서 할 수 있는 근력운동의 모든 것

77세에 운동생리학 박사가 된 전직 대기업 회장
◆몸짱 할아버지의 청춘 운동법 : ‘나는 일흔에 운동을 시작했다’ 실천편
이순국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만9800원

[한경비즈니스= 김은찬 한경BP 편집자] 한때 비즈니스맨의 신화적 존재로 한국 경제계의 한 축을 맡아 맹활약하던 온양펄프의 창업자 이순국 회장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것도 전성기가 한참 지난 팔순 가까운 나이에…. 비즈니스 때문이 아니다. 건강한 삶, 행복한 삶, 패기 넘치는 삶을 전파하기 위해서다. 그의 명함에 새겨진 직함은 ‘한국시니어근력운동실천기구 이사장’이다. 그 아래는 ‘체육학 박사’, ‘상명대학교 특임교수’라는 또 다른 수식어가 붙어 있다.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제지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그는 공인회계사로 일하다가 1976년 32세에 불과한 나이에 부도 난 제지 회사를 인수해 온양펄프를 창업했다. 사업가 기질을 타고난 그는 꾸준히 회사를 인수해 계열사 30여 곳을 아우르는 재계 순위 25위의 신호그룹을 일궜다. 그야말로 남부러울 게 없었고 거칠 것도 두려울 것도 없었다. 사업은 탄탄대로였고 인생은 온통 장밋빛이었다.

거기까지였다. 오르막길이 끝난 것이다. 남은 것은 내리막길뿐이었다. 1996년부터 시작된 아시아 외환 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그는 2006년 신호제지 매각을 끝으로 평생 일군 모든 사업을 접었다. 그는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일본 여행을 갔다가 협심증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낙천적이었던 그도 실패의 충격을 감내하기에는 버거웠다. 그 와중에 믿고 의지하던 형님마저 세상을 떠났다. 그의 친형은 우방건설 이순목 회장이었다. 정신이 번쩍 났다. 이때 그는 비로소 건강보다 더 값진 재산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곧바로 운동을 시작했다. 무슨 운동이든 열심히만 하면 다 좋은 줄 알았다. 그런데 운동에 너무 매달려 사는 게 위험해 보였는지 주위에서 적당히 하라고 말렸다. 그는 적당한 운동이 뭔지 궁금했다. 그때부터 그는 노인을 위한 운동 방법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서울과학기술대 대학원에 들어가 운동생리학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상명대 대학원에서 운동생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급기야 몸소 체험한 운동의 효과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2018년 그의 나이 77세 때 ‘나는 일흔에 운동을 시작했다’는 책까지 썼다. 그즈음부터 한국시니어근력운동실천기구를 만들어 전국 곳곳의 복지관 등을 찾아다니며 노인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면서 상명대 특임교수로 학생들에게 강의도 하고 있다.

“저는 타고난 약골이었습니다. 몸집이 작은 데다 사업하느라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았죠. 한때는 심각한 위험에 처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다니는 헬스클럽에서 자타 공인 ‘몸짱 할아버지’로 통합니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저는 훨씬 더 젊고 건강해졌을 뿐만 아니라 삶에 활력이 생겼고 모든 일에 자신감이 넘치게 됐습니다.”

그는 자신이 운동을 통해 되찾은 건강하고 행복하며 패기 넘치는 삶을 다른 노인들에게 전파하는 일에 남다른 사명감을 갖게 됐다. 누가 시킨 일도, 월급이 나오는 일도, 수익이 창출되는 일도 아니다. 젊었을 적 사업 마인드로 보면 도무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이 일에 모든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열정만이 아니다. 자신의 사비도 상당히 들어간다. 하지만 그는 이 일이 너무 즐겁고 보람 있다.

건강 전도사로 변신한 그가 또 한 권의 책을 펴냈다. ‘몸짱 할아버지의 청춘 운동법’이다. 첫째 책이 ‘왜 운동이 필요한가’에 답하는 이론적 내용을 담고 있다면 이번 책은 ‘어떻게 운동할 것인가’에 답하는 실천적 내용을 담고 있다. 집에서, 사무실에서, 노인정에서 혹은 어디에나 있는 동네 공원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운동 방법을 두루 소개한 책이다. 자신이 직접 모델로 나서 운동 동작을 설명하는 사진을 찍어 책에 실었다. 초보자도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실버 헬스 가이드북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4호(2019.09.30 ~ 2019.10.06) 기사입니다.]